[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영화 ‘파묘’의 흥행으로 인해 굿과 무당이 재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도심 한복판에서 생생한 굿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오는 5월 19일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 무대에 오르는 ‘이땅의 굿, 운맞이 성주’ 공연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땅의 굿’ 시리즈로, 전국의 굿을 발굴해 무대에 올리고 공연을 기록으로 남긴다.
특히 올해는 한국문화재재단이 ‘국가유산진흥원’으로서 새롭게 출범하는 시점에 맞춰 그 시작을 알리는 개막 공연으로 준비했다. ‘성주굿’을 주제로 한반도 이북의 황해도 굿과 이남의 충청도 굿이 한판으로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공연이다. ‘성주굿’은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성주신에게 신축하거나 이주한 집의 평안과 재수발원을 비는 굿이다.
| 이용녀 국가무형유산 황해도 평산소놀음굿 전승교육사(사진=한국문화재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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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굿’은 서서 진행하는 굿을 의미한다. ‘선 굿’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황해도지역의 굿은 새로 성주를 모시거나 새로 집을 지어 굿을 할 때 목수들을 함께 청해 성주굿을 하는 특징이 있다. 이때 무녀는 성주가 명당 터를 잡아 집을 짓는 과정을 무가로 노래하는데,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을 만큼 집 짓는 과정을 세밀하게 풀어낸다. 굿판을 벌이는 이용녀 만신은 국가무형유산 황해도 평산소놀음굿 전승교육사이자, 당대 최고의 무녀로 이름을 날렸던 신촌(1922~1988) 만신의 외손녀이다. 신촌 만신의 신림동 자택에서 1970년대 초에 행했던 성주굿을 50여 년 만에 손녀인 이용녀 만신이 재현해 낸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법사가 앉아서 경(經)을 읽어 좋지 않은 기운을 잡거나 물리치는 ‘앉은 굿’이 행해졌다. 충청 지역의 굿인 ‘성조경’은 법사가 종이에 그림과 글을 칼로 파서 좋지 않은 기운을 가두는 장치인 ‘설위설경’(設位說經)으로 주위를 장엄하게 만들고, 앉아서 북과 징을 두드리며 경문을 독경한다는 특징이 있다. 충남무형유산 내포앉은굿 보유자인 조부원 법사가 ‘설위설경’을 준비하고 경문을 독경한다.
이번 공연은 공연장 전체를 황해도 굿의 환(신을 형상화한 그림)과 ‘설위설경’으로 꾸며 신비롭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설위설경’을 책갈피 형태의 굿즈로 만들어 제공한다.
| 조부원 충남무형유산 내포앉은굿 보유자(사진=한국문화재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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