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반성문 13번 제출했지만…재판부 "반성 맞나 헷갈릴 정도"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재판부에 13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유정의 반성문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부산지법 형사6부 재판장인 김태업 부장판사는 다른 사건의 결심공판에 출석한 피고인 A씨의 잦은 반성문 제출과 정유정 사건을 함께 언급했다.

(사진=부산경찰청)

김 부장판사는 “정유정도 계속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지만 그게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본인이 생각하는 걸 표현하는 것까지 좋다. 반성문은 본인의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뭐가 잘못됐는지, 본인의 심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겠다는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다”며 “재판부에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유정은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둔 지난 7월 7일부터 최근까지 석 달 간 13번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정유정은 첫 반성문에서 판사가 제대로 읽어볼까에 대해 의심하기도 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본인의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안내하며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정유정은 지난 5월 범행 수일 전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성 A씨를 북구의 한 산책로로 유인해 살해하려다가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등의 이유로 예비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정은 또 같은 중고 거래 앱 채팅을 통해 B(10대)군을 유인하려고 했지만, 부자연스러운 채팅 내용에 의심을 품은 B군이 약속 장소로 나오지 않아 예비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첫 공판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계획적 범행을 인정한 정유정은 오는 16일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