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영화계, 이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 등록 2013-01-15 오전 9:35:35

    수정 2013-01-15 오전 9:35:35

영화계가 멘붕(멘탈 붕괴, 정신적 쇼크)상태란다. 이번 대선에서 거의 모든 영화인 들이 지지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패해서다. 한국 젊은 영화감독의 집합체인 감독조합(대표 권칠인 감독)은 지난달 19일 대선날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프집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감독들은 문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로 하려 했으나 판세가 일찌감치 박근혜 후보 쪽으로 기울자 분위기가 침울했다는 소식이다. 이어 다음날 열린 영화제작자 협회(회장 차승재) 송년회도 대다수의 제작자들이 불참해 분위기가 썰렁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계는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며 숨을 죽이고 있다고 한다.

영화계는 우리 문화예술계 가운데서도 가장 진보성향이 강한 집단이다. 친노 핵심인사인 문성근, 명계남은 차치하고라도 이창동, 정지영 ,이준익 감독 등 영화계의 90% 이상이 진보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선거기간 문화예술계 인사 1만명이 참여하는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이 있었는데 그중 25%가 영화인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를 지지 안하면 왕따 당하는 분위기였다.

영화계가 진보성향이 강한 이유는 뭘까. 복합적일 것 같다. 영화예술이 갖고있는 진보성, 김대중 정부 시절 문성근, 김지미로 상징되는 신구영화인의 대립 그리고 당시 스크린쿼터와 관련된 배타적인 문화운동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 현 이명박 정부 초기 문화부와 독립영화 관련 단체 간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보수정부와 10년간 진보정권에서 힘을 키워온 진보세력 간의 이념대결이었다. 당시 적대적인 상황에서 어떤 영화정책을 내놓아도 기득권을 쥐고 있던 진보성향의 문화권력의 기대치에는 미흡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같은 ‘이념에 복무’ 하는 영화계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번 대선서 영화인들이 문 후보에 올인한 배경이기도 하다.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문화부 역시 장관을 포함해 산하기관장의 인사가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의 영화계라면 걱정이 앞선다. 절망감에 빠진 일부 영화인들이 과거처럼 새 정부의 인사 및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반기를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진보성향의 언론이 가세라도 하면 영화판은 또다시 이념투쟁을 가장한 밥그릇 싸움터가 될 것이 뻔하다. 새 정부는 이 점을 충분히 헤아려 현 정부와 같은 오해를 받거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우리 영화계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두 편이나 냈고 1억명이 한국영화를 봤다. 이같은 성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00년 만에 한국영화 최고의 전성기가 온 거다. 우리 영화 종사자들이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할 이유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극장을 찾게 해야 하고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이제 진영논리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영화사적으로 발명왕 에디슨이 처음 발명한 활동사진 키네토스코프(구멍으로 들여다보는 활동사진 영사기)를 영화의 시작으로 보지 않고 그뒤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의 영화 ‘기차의 도착’을 영화를 효시로 보는 이유는 뭘까. 영화를 극장에서 관객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관객이 있어 영화가 영화인 것이다. 우리 영화 종사자도 극장을 찾는 관객만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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