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LG전자(066570)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수익구조와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벗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특히 휴대폰 부문에서 원가절감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강력하게 시행했고, 그 결과 휴대폰 부문이 2분기 40억원의 영업손실에서 122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쉬운 점도 있었다. LG전자는 휴대폰 내수시장에서 SK텔레텍을 인수한 팬택계열에 3위로 밀렸다. LG전자 CFO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수시장에서 3위로 밀려난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자존심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KT PCS재판매 논란의 와중에 벌어진 LG전자와 LG텔레콤의 힘겨루기(?)도 LG전자의 내수시장에 대한 심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LG텔레콤을 주축으로 한 공격은 국회의 문제제기와 통신위원회 종합조사로 확대됐다.
그런데 칼날을 세웠던 LG텔레콤이 웬일인지 7~8월쯤부터 조용해졌다. 이유를 알아본 결과, KT가 LG전자를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LG텔레콤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LG 등에 따르면 당시 KT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작한 재판매 사업인데, 이렇게 흠집을 내면 LG전자의 통신장비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다. KT는 LG전자의 주요 고객이다.
이 경고는 그룹 구본무 회장에까지 보고됐고, 구 회장이 LG텔레콤에 `자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재판매 견제로 얻을 LG텔레콤의 이익보다 그룹 주력사인 LG전자의 손실을 막아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이 LG전자와 LG텔레콤 관계는 계열사이면서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분구조를 놓고 보면 국내 통신서비스업체와 휴대폰업체의 관계는 대략 3가지로 나뉜다. 과거 SK텔레콤과 SK텔레텍, KTF와 KTFT는 수직계열 관계다. 삼성전자, 팬택 등은 통신서비스와 관계없는 독립 휴대폰업체다. LG전자는 LG텔레콤과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계열사다.
SK텔레콤 처럼 규제이슈로 인해 텔레텍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사연도 있지만, 수직계열 관계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그러나 LG전자와 LG텔레콤은 다르다. LG텔레콤이 상당한 수요처이긴 하지만, LG전자 입장에서는 LG텔레콤만을 위해 휴대폰을 만들 수는 없다. LG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3위 사업자여서 SK텔레콤과 KTF(또는 KT)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휴대폰만이 아니라 다른 통신장비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통신서비스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수부문 3위로 밀려난 LG전자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는 LG텔레콤과의 이해충돌 문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내수 경쟁자인 팬택계열은 SK그룹이 소버린과의 경영분쟁을 벌일때 백기사 역할을 한데다 SK텔레텍까지 인수해 SK텔레콤과의 관계를 크게 개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