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길전'' 영화·연극의 기억을 조롱하다

''왕의 남자'' 뮤지컬 새 버전 나훈아 창법… 노골적 性풍자…
이윤택 감독 가세 기대…질펀한 마당놀이 강화
  • 등록 2007-09-11 오전 10:38:00

    수정 2007-09-11 오전 10:38:00

[한국일보 제공] ‘원작자만 빼고 다 바꿨다. 뮤지컬 <이>의 잔상으로 보지 말고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봐 달라.’

영화 <왕의 남자>가 뮤지컬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서울예술단은 조선 연산조 시대 광대 공길과 장생의 사랑을 그린 연극 <이>를 원작으로 동명의 뮤지컬을 제작했지만 평단과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다.

이 작품이 올해는 <공길전>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의 참패에도 불구, ‘문화 게릴라’로 불리는 이윤택 예술감독의 참여로, 기대작으로 주목 받고 있는 뮤지컬 <공길전>을 미리 살펴 봤다.


■ 생략과 압축


뮤지컬 <이>와 비교한다면 <공길전>에는 큰 변화가 있다. 연산과 녹수는 공길과 장생의 안타까운 사랑을 설명하기 위한 배경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비중이 줄었다.

연산의 폭정에 관한 설명은 서곡과 함께 소개되는 스크린 영상으로 대신한다. 그렇지만 원작인 연극 <이>와의 큰 차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니 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같은 대사나 ‘봉 봉사’와 ‘강 봉사’가 우연히 마주치는 에피소드처럼 원작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


■ 질펀한 성적 표현

소학지희(笑學之喜ㆍ즉흥적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하거나 말재주로 연출한 조선시대의 풍자 연극)가 강화된 <공길전>에는 과감한 성적표현이 유난히 많다. 광대들은 말로, 또는 몸짓으로 남녀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남미정 연출은 “우리 조상은 대대로 성이라는 소재를 갖고 노는 데 능했던 사람들”이라면서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물놀이 악사들이 앞장서고 사자춤까지 등장하는 소학지희는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지만 노골적인 성에 관한 풍자에 당황하는 관객도 적잖이 있을 법하다. 이 작품이 15세 이상 관람가인 것도 이 때문이다.


■ 나훈아 창법이 뭐기에

이 작품은 배우들이 소위 ‘나훈아 창법’으로 노래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트로트 창법을 말하는 것이지만 대중가요 식의 과도한 꺾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뒷부분에 강세를 두는 서양식 창법을 우리말에 적용하면 대부분 조사에 힘이 들어가게 되지만 트로트 창법으로는 문장의 주어나 동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 만큼 의미 전달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다만 실제 ‘나훈아 식’의 과도한 꺾기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 부채와 지팡이 VS 가면

뮤지컬 <이>에서 광대들은 타악 퍼포먼스를 위해 소품으로 부채와 지팡이를 동원했다. 뮤지컬 <공길전>에서도 광대들에게는 소품이 주어진다. 가면이다. 가면은 비틀린 광대의 삶을 표현한다.

광대들은 분장도 최대한 왜곡되게 하고 뒤틀린 몸짓으로 연기한다. 이는 광대의 삶이 곧 핍박 받은 민중의 삶이라는 의미다. 공길과 장생의 사랑과 더불어 ‘배우란 무엇인가’가 이 작품의 또 다른 테마임이 여기서 드러난다.


■ 재주 넘는 장생과 노래 잘하는 장생

한 역을 두 배우가 돌아가며 맡는 더블 캐스팅의 경우 배우에 따라 독특한 색깔을 내기 마련이다.

<공길전>에서 공길은 신예 김재범이 홀로 맡지만 장생은 심정완과 홍경수가 돌아가며 연기한다.

아크로바틱에 능한 심정완은 재주가 뛰어난 조선 최고의 광대인 장생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노래와 연기가 강한 홍경수는 공길과의 애절한 사랑을 극대화한다.

뮤지컬 <공길전>은 15일부터 30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서 선보인 뒤 10월 고궁뮤지컬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12월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무대를 옮긴다. 김태웅 작, 남미정 연출. 김재범 홍경수 심정완 등 출연. (02)523-0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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