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본드마켓)③`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자산운용통합법, 투신·뮤추얼·신탁·변액보험 경계 허물어
  • 등록 2002-12-23 오전 10:51:23

    수정 2002-12-23 오전 10:51:23

[edaily 정명수기자] 지난 10월 재정경제부는 자산운용통합법의 얼개를 발표했다. 통합법이 요구하는 것은 상호 경쟁과 투명성이다. 자산운용, 그 게임의 법칙이 바뀌는 것이다. 투신, 뮤추얼펀드, 은행신탁, 보험 특수계정(변액보험) 등 각종 `펀드`들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펀드의 대형화, 둘째 수수료 경쟁이다. 펀드의 대형화는 운용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높여주겠지만, 동시에 강력한 `선관의 의무`를 요구할 것이다. 수수료 경쟁은 `단 1bp라도 높은 수익률`과 `운용기관의 신뢰성` 사이에서 치열한 긴장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왜 자산운용통합법인가 통합법은 금융산업에 대한 `기능별 규제`를 실험하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투신사는 증권투자신탁업법, 증권투자회사(뮤추얼펀드)는 증권투자회사법, 은행신탁은 신탁업법, 변액보험은 보험업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었다. 그러나 투신사, 뮤추얼펀드, 은행신탁, 변액보험 등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집합하고 집합된 자금을 유가증권 등 자산에 투자해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집합투자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기능적`으로 모두 같다. 통합법은 “같은 금융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수준을 적용한다”는 기능별 규제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정부는 통합법을 제정함으로써 자산운용업을 보다 선진적으로 개편하고, 증시 중심의 자금순환 체계를 만들며, 저성장·저금리 체제에서 연금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통합법의 핵심은 자산운용업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자 보호, 즉 운용의 투명성 제고에 있다. ◇”이제 보호막은 없다”..경쟁력 강화 자산운용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통합법은 투자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유가증권 외에 부동산, 실물상품, 장외파생상품까지도 투자할 수 있다. 또 뮤추얼펀드 설립에 있어서 주식회사 등기를 금감위 등록으로 갈음하는 등 금융상품간 차별적 요소를 조정했다. 투신사와 자산운용사의 구분을 없애고 자산운용업자로 통합, 양자의 진입 기준도 동일하게 했다. 금융상품간에 차별을 두지 않음으로써 경쟁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규정이 은행신탁과 변액보험에 대한 규제다. 통합법은 은행의 자산운용업자 겸영, 즉 은행신탁을 허용하되 은행고유와의 방화벽(fire wall)을 철저하게 쌓고, 수탁자를 분리토록 했다. 변액보험에 대해서도 운용과 수탁을 분리, 이해상충을 차단했다. 다른 자산운용업자들이 펀드에서 대출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은행신탁이나 변액보험도 `대출`로 자산을 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자산운용업의 경쟁 심화는 판매채널 확대에서도 읽을 수 있다. 보험회사 또는 선물회사 등도 펀드상품을 판매하도록 함으로써 간접투자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특수구조의 당양한 신상품도 허용된다. 장외파생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원금보장과 함께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펀드의 신상품 경쟁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다. 이밖에 자산운용업자에게 투자자문 및 투자일임의 겸영을 허용함으로써 자문과 일임 역시 통합법에서 제어하도록 했다. ◇고객 신뢰를 확보하라..투명성 제고 자산운용업 규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다. 투자자(고객)는 운용자에게 자본을 제공하고, 투자전문가인 운용자의 재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투자자는 투자활동에 있어 극히 수동적이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곧바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일으킨다. 통합법은 이에 따라 수탁기관, 외부회계감사, 수시공시, 펀드 대형화, 펀드운용시 집중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수탁기관은 자산운용시 자산을 보관, 은행신탁, 변액보험 등에서 이해상충 문제를 차단한다. 수탁기관에 투자설명서를 확인할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수탁회사는 펀드의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권리도 가지게 된다. 둘째, 펀드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했다. 현재 투신업법시행령에는 100억원 이상 공모 펀드에 한해 외부감사가 의무화돼 있으나 이를 모든 간접투자제도로 확대했다. 이는 펀드의 대형화와도 연결된다. 외부감사인은 신탁재산 회계처리, 기준가격 계산의 적정성 등을 감사한다. 셋째, 수시공시가 강화된다. 펀드 자산과 관련, 부실자산이 발생하거나 운용전문인력의 교체, 환매 연기 등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운용회사나 판매사는 지체없이 공시해야한다. 신탁재산운용보고서의 제공 주기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된다. 넷째, 펀드 대형화를 유도한다. 자산규모에 비해 펀드 수가 너무 많다.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관리비용도 부담이다. 통합법은 펀드 통폐합의 법적인 근거를 마련, 펀드 대형화를 촉진시킨다. 다섯째, 집중결제시스템을 활용해 펀드별로 운용과 결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는 펀드운용의 투명성과 함께 대형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신탁재산의 예탁, 결제과정을 펀드별로 관리하는 신탁재산결제시스템을 도입, 신탁재산의 운용지시 등의 업무를 집중처리하고 펀드별로 관리토록 함으로써 불법적인 펀드간 이체나 자전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국채선물 매매 주문을 낼 때도 펀드별로 계좌를 열고, 펀드이름으로 주문 결제가 이뤄져야하는 것이다. 펀드수가 많을수록 집중결제시 운용측면에서 불리해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펀드의 대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대형화..운용패턴의 변화 펀드 대형화는 운용 효율성과 함께 운용 패턴에 변화를 줄 것이다. 실제로 올해 투신권에서 유행한 1개월 혹은 3개월 짜리 단기펀드는 점차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초 설정된 단기 펀드가 만기 도래한 후 추가형 단기펀드로 통합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운용실적을 비교해보면 3개월 짜리 펀드를 4번 롤오버한 것이나, 1년 짜리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나 오히려 후자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으로 3개월 짜리 펀드를 찾는 고객이 많다고 하지만 만기가 길고, 펀드 크기가 클수록 운용 효율성이 높다. 자산운용업자들은 외부감사 의무화에 따르는 관리비용, 집중결제에 의한 수수료 등을 절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펀드 대형화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대형 펀드를 얼마나 많이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자산운용업자의 시장 파워도 달라질 것이다. 펀드만기가 짧더라도 펀드 사이즈가 커지면 그 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대형 펀드, 특히 채권형 펀드는 단타매매로는 높은 수익을 얻기가 어렵다. 더구나 펀드별로 매매 주문을 내게 되고, 결제도 펀드별로 하게 되면 매매를 많이 하는 것이 모두 모니터링되고, 이는 고객들에게 그대로 보고될 것이다. 매매를 많이 해서 수익이 높아진다면 모를까 실익이 크지 않은 딜링을 자주한다면 고객들이 좋아할 리 없다. 소액 펀드를 수십개씩 운용할 때와 대형 펀드 몇 개를 운용할 때, 운용자들은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해야한다. 공시가 강화되고 은행신탁, 변액보험 등이 투신상품과 차별성이 없어지면서 운용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공시 강화는 펀드 운용시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컴플라이언스의 강화로 연결된다. 부실자산의 발생이나 마켓 리스크에 의한 기준가격 급변은 거의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공시된다. 과거처럼 펀드 내의 부실자산을 다른 펀드와 섞어서 처리하거나 특정 펀드를 클린화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과도하게 리스크를 지지 않는 쪽으로 펀드운용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외부의 펀드 회계감사와 내부의 컴플라이언스, 이중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트집 잡히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스템에 의한 투자결정`을 확산시킬 전망이다. 펀드매니저 독단으로, `책임질 일`을 꺼려할 것이므로 조직이 투자에 책임지는 풍토가 생겨날 것이다. 이로써 펀드 운용의 안정성은 높아지겠지만 다이나믹한 시장 대응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안정성`과 `유연성`을 조화시키기위해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펀드 대형화는 시장 지배력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다수 수익자(고객)들에게 다른 기관과 차별화되는, 부가적인 수익을 보장해야하는 부담을 준다. 펀드매니징에서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장외파생상품 투자와 같은 투자대상의 다양화와 원금보존형 등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 능력뿐이다. 이는 자산운용통합법이 노리는 경쟁력 강화와 맞물린다. ◇싸움은 지금부터..수수료·아이디어·마케팅 간접투자시장은 당초 생각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않고 있다. 투신사의 경우 수탁규모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펀드의 질은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이다. MMF나 단기펀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 통합법은 사실상 투신사의 수익증권과 증권투자회사의 뮤추얼펀드 구분을 없애버렸다.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투신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문 및 투자일임업자들도 투신사로의 변신을 꾀할 것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자산운용업자들은 일단 MMF처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상품에 주력할 것이다. 단기펀드로 수탁규모를 어느 정도 키운 후 중장기 운용자금을 키워나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조만간 은행신탁이나 변액보험도 신생 자산운용업자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단 신생 자산운용업자들은 수수료 인하로 고객의 눈길을 끌려고 할 것이다. 올해 유행한 단기펀드의 경우도 운용보수를 파격적으로 낮춘 투신사로 대거 자금이 몰렸다. 운용자 입장에서도 보수를 낮추면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도 고객들이 원하는 수익률, CD+알파 또는 3개월 정기예금+알파를 넉넉하게 맞춰줄 수 있다. 일단 단기펀드로 수탁규모를 늘리고 고객들이 원하는 수익을 내준 후 중장기 자금을 받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단기펀드일수록 대형사에 자금을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이사는 “단기펀드는 유동성 관리가 생명”이라며 “소규모 신생 투신사가 예상치 못한 마켓 리스크에 직면해 펀드 환매가 일시에 몰렸을 때 이를 처리할 능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생 투신사들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초기에 수탁규모를 늘리려고 할 것이고, 이는 운용보수 인하 경쟁을 촉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 대형사들은 신생 투신사의 도전과 은행신탁, 변액보험 쪽에서 오는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운용전략을 수립해야한다. 장외파생상품 투자나 신상품 개발 능력은 대형사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신뢰성에 참신함을 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플러스 알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동산, 장외파생, 실물자산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된다. 자산운용업자들이 `플러스 알파`를 갈망할수록 금리스왑, 크레딧스왑, 금리옵션 등 각종 파생상품의 발전 속도도 가속될 것이다. 신상품 개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이를 펀드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펀드매니저, 마케터, 펀드 디자이너가 3각 편대를 이루며 고객이 요구하는 펀드상품을 그때그때 내놓을 수 있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간접투자시장의 경쟁은 바야흐로 마케팅 전쟁으로 비화될 것이다. 이는 은행신탁이나 변액보험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운용과 수탁을 분리하는 만큼 운용비용 부담도 커졌다. 대출 등 다른 간접투자상품에는 없었던 투자기능도 제한받는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만큼 자신들의 강점을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와 달리 같은 은행, 같은 보험사라고 해서 은행지점이나 보험 대리점이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펀드상품만 팔아준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투신사도 마찬가지다. 펀드상품의 판매 경로가 다양해진만큼 더 좋은 서비스와 더 높은 수익률로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해야한다. 계열 은행, 계열 보험사의 자금을 별다른 노력없이 받아서 단순하게 운용해주는 투신사는 자생력을 키울 수 없다. 간접투자상품시장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모자관계, 계열관계는 무시될 수 밖에 없다. 고객들에게 운용철학, 운용패턴, 운용실적의 좋고 나쁨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없다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런 뜻에서 자산운용통합법은 그 자체로 `자산운용구조조정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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