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일본경제의 선봉역 "전자산업"...다시 뜨는가

  • 등록 2000-11-03 오후 1:09:21

    수정 2000-11-03 오후 1:09:21

일본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기술의 전자산업이 경제를 주도해왔던 ‘전자대국’이다. 최소한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그렇했다. 그러나 세계 정보혁명의 진원지인 미국과 달리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 기술쪽으로 부드러운 전환을 보이지 못하면서 일본 전자산업이 한 물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받아왔다. 99년 3월 NEC의 신임 최고경영자 자리에 니시가키 고지가 올랐을 때 이 회사의 장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른 많은 반도체 컴퓨터업체들 처럼 NEC는 ‘늙은 거인’이었다. 저조한 수익성장 뒤틀린 경영시스템 지나친 사업다각화등이 NEC에게는 모두 벌점이었다. 그러나 NEC는 보기좋게 복귀했다. 9월말까지의 반기결산에서 NEC는 매출액 230조엔(9% 증가) 경상이익 6억9천만엔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이맘때는 7300만엔의 경상적자를 말하며 고개를 떨구던 경영진들이었다. NEC는 자랑스럽게 올해 경상이익 목표액을 당초 예상에서 20% 상향조정한다고 덧붙였다. 히타치 도시바 후지쓰등이 모두 좋아졌다. 이들은 반도체에서 컴퓨터 통신장비 인포메이션시스템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전자업체들이다. 휴대폰이나 다른 통신장비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이들 회사는 모두 높은 경상이익 상승률을 보였다. 후지쓰를 제외하곤 내년 3월말까지의 회계연도 실적목표치를 각각 상향 조정했다. 주가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앙등한 국제원유가격 유로화의 가치하락 전세계적인 경기위축우려등에 가려 이들 기업의 실적호전이 투자가들의 눈길을 빼앗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기업에 대해 30% 안팎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도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 호재는 많다. 디지털카메라 PC 휴대폰등의 수요가 높은 제품에는 예외없이 NEC 도시바 산요등의 부품이 들어간다. 일본정부는 신기술에 대한 공공투자를 크게 늘려 지난해에는 민간투자의 20%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NEC와 후지쓰는 특히 텔레컴장비와 인프라구축을 위한 정부의 공공투자로 인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득점 포인트는 실용주의적인 신세대 경영자들이 낡은 비즈니스 관행과 주주경시등의 정서를 일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대 경영자들은 다운사이징(규모축소) 코스트커팅(경비절감) 스핀오프(사업부문 매각등)와 같은 단어에 매우 익숙해 있다. 그중에서도 구조조정에 매우 열심인 NEC의 니시가키가 시장의 가장 높은 평가를 얻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자딘플레밍은 NEC의 이익 마진폭이 작년의 2.2%에서 올해는 4.7%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지쓰의 경우도 2.9%에서 5.5%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 기업들이 ‘매출은 무지막지하게 올리고도 순익은 쥐꼬리만큼 남기는’ 경영의 비효율성이란 측면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신세대 경영자들이 모두 진정한 개혁자들인지 아직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일본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든 이래 많은 경영자들이 일단 칼을 뽑아들긴 했다. 그러나 혁신과 생산성향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여준다거나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고치는데는 실패했다. 과연 신세대 경영자들이 거대자본을 기반으로 했던 경영형태에서 벗어나 발빠른 변신이 가능한 정보통신(IT)기업으로 체질개선을 이룰 수있을지, 그것만이 이들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부족한 믿음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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