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의 소리가 들리나요?

‘피쉬 스토리’ ‘썸머 워즈’
  • 등록 2009-08-14 오전 11:45:00

    수정 2009-08-14 오전 11:45:00


 
[경향닷컴 제공] 지구는 어떻게 멸망할까요.

지구도 언젠가 멸망하겠죠. 그 ‘언젠가’가 내일 일지, 1년 후 일지, 10억년 후 일지는 몰라도 말이죠. 지구 멸망에 대한 두려움은 예민한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 왔습니다. 멸망은 기정사실인데 어떻게 멸망하느냐가 관건 아니겠습니까.

지구 멸망의 위기를 그린 일본영화 2편이 잇달아 개봉했습니다. <피쉬 스토리>는 거대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기 5시간 전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시민은 혹시나 목숨을 살릴 수 있을까 싶어 후지산의 고지대로 대피했습니다. 대피를 포기한 3명의 사람이 한가한 레코드 가게에 모여 옛 록음악을 들으며 얘기를 나눕니다.

애니메이션 <썸머 워즈>(위 사진)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한국 팬들에게도 사랑받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입니다. 영화 속 오즈(OZ)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안에 계정을 갖고 있는 사이버 세계입니다. 시민들은 OZ 안에서 쇼핑을 하고 세금을 내고 게임도 합니다. 수학천재 소년 겐지는 짝사랑하는 여자 선배 나츠키의 시골집에 따라갔다가 졸지에 나츠키의 남자친구 행세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겐지는 잠결에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온 암호를 풀어 전송하는데, 그것은 OZ의 보안망을 풀어낼 열쇠였습니다. OZ의 보안망이 뚫리자, 현실세계는 극도의 혼란에 빠집니다.

지구 멸망의 원인은 크게 자연 재해 아니면 인재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영화 <아마게돈>이나 <피쉬 스토리>의 혜성 충돌은 자연 재해입니다. 상반기 개봉작 <노잉>도 자연 재해에 의한 지구 멸망을 다뤘습니다. 자연의 손길에 의한 파멸 앞에서 인간은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 영화의 어조는 대체로 가라앉아 있고 남은 자들의 화해를 강조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기립니다.

1950~60년대에 많이 나왔던 할리우드의 SF 영화는 핵전쟁에 의한 종말을 자주 그렸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가 대표적입니다. 인재에 의한 종말을 그린 영화는 종종 풍자적·비판적입니다.

그렇다면 영화가 비판하는 지점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짚어내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핵전쟁 비판’은 이제 시효가 다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핵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 동시대인들은 핵보다는 환경 재난, 경제 위기, 테러 등을 더 두려워할 테니까요.

<썸머 워즈>는 이 점에서 영리합니다. 동시대인이 두려워하는 사이버 세계의 재난과 핵에 의한 파멸을 교묘하게 겹쳐 놓았습니다. 현대 문명에 의한 재난을 전통적인 대가족이 중심이 돼 해결한다는 발상도 흥미로웠습니다.

자연 재해든, 인재든 잘 만들어진 종말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전자는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고는 겸손하게 만들 테고, 후자는 인간의 반성을 촉구합니다. 겸손과 반성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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