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위해선 '20년째 공회전' 전력시장 개편 논의해야”

에너지전환포럼 토론회
옥기열 전력거래소 처장 “저탄소 중앙계약시장 도입”
이유수 에경연 본부장 “전력 소매시장 경쟁 도입해야”
  • 등록 2022-03-13 오후 2:00:57

    수정 2022-03-13 오후 2:00:57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20년째 ‘공회전’하는 전력시장 개편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015760)와 그 자회사가 전기 생산부터 송·배전, 도·소매(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력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현 체제로는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발전을 활성화하기 어렵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저탄소 중앙계약시장 도입 필요”

옥기열 전력거래소 시장혁신처장은 11일 에너지전환포럼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시대, 전력시장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 “전력거래소도 현행 ‘하루전 현물시장’ 개편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추진하고 있지만 저탄소 발전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도입하는 형태로 전력시장도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시장혁신처장이 11일 열린 에너지전환포럼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시대, 전력시장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하고 있다.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재생에너지가 활성화한 유럽이나 일본은 장·단기 계약시장과 하루 전 시장, 당일 에너지시장 등으로 세분화해 기존 주력이던 화력발전은 물론 저탄소 발전을 아우를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화력발전 방식에 적합한 ‘하루 전 현물시장’밖에 없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의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옥 처장은 “현재의 하루전 현물시장 체제에선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가격 변동 리스크에 극도로 노출돼 있어 투자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전력 도매가격은 연료비와 연계된 계통한계가격(SMP)과 투자비와 이어지는 용량가격(CP)으로 정해지는데, 재생에너지발전은 연료비가 필요 없음에도 SMP가 오르면 수익이 커지는 반면 SMP 하락 땐 큰 손실을 보는 등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를 보완코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부여해 기존 화력발전사로부터 부가 수익을 얻도록 하는 RPS 제도를 운영 중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보완 수준에 그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럽, 미국, 국내의 전력시장구조 비교. (표=옥기열 한국전력거래소 시장혁신처장)
옥 처장은 현실적 대안으로 현 현물시장과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 가격결정구조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재생에너지나 수소발전, 원자력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사업자에 대해선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새로이 만들어 활성화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현재 영국의 저탄소 CfD 시장과 전 세계 100여개국이 참여하는 재생e 경매시장을 벤치마킹하는 형태로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유수 “전력 소매시장에 경쟁 체제 도입해야”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은 전력 소매시장에서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탄소중립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본부장은 “한 가지 에너지원을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미래 전력시스템은 분산 에너지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 사업자도 중앙집중적 전력공급이 아닌 신규 배전이나 소매 서비스에서 수입을 늘리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한전의 전력판매 수입은 매년 감소 추세다. 2018년 57조2000억원에서 2019년 56조6000억원, 2020년 55조9000억원이었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 따른 전력판매 감소 요인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도 태양광·풍력 등 분산형 발전원 증가로 한전의 수입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한전이 앞으로 계속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전력시장을 개방하고 경쟁 여건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력 소매시장 경쟁 체제 도입 개요. (표=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
신규 사업자를 유입해 전력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다시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전이라는 현 지배적 사업자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현 전기사업법상 2004년 2월부터 신규 소매사업자의 진입이 가능했으나 구체적 규정이 없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단계적 시장 개방 로드맵을 설정하고 법 개정 등을 통해 세계적 추세인 발전·판매 겸업 등을 허용한다면 초기 시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시장 개방 초기엔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한제를 시행해 이를 억제하고 점진적으로 가격 자유화를 이행한다면 향후 차별화한 요금제와 다양한 요금메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든 원전이든 개편 필요…새 정부에 기대”

이어진 토론에선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 등 발전사업자인 GS EPS 황태규 상무,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김성수 한국공학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정해성 (주)장인의공간 대표,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 등이 전력시장 개편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수 교수는 “소매시장을 개방하기 위해선 우선 전기요금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래 송전망 요금은 지역별로 차등화하게 돼 있는데 소비자 요금은 전국적으로 똑같으며 이걸 차등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전혀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다. 이유수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한전에서 송·배전 및 판매를 최소한 회계분리하고 법적 분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산 교수는 ‘선 소매시장 개방 추진 후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는 “전력 소매시장 개방 논의가 이뤄진 지 20년이 넘었으나 늘 준비가 덜 돼 있다,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유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물론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필요하겠지만 전기요금 현실화 등 일단 시장을 개방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전영환 교수는 “(전력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은 재생에너지와 무관하게 이미 필요했던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사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빠르게 신설을 추진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생에너지로 하든 (현 정부가 강조한) 원자력발전으로 하든 온실가스 감축과 이를 위한 (전력)시장 개편 필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며 “새 정부가 에너지 시장을 효과적으로 잘 꾸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 11일 개최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시대, 전력시장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 참가자 모습. (사진=에너지전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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