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충돌한 미·중…바이든 “동맹 옹호” 시진핑 “소그룹 지양"

바이든 첫 유엔총회 연설서 동맹 강조
"외교 새시대…우리 가치와 힘으로 이끌것"
시진핑 "민주주의, 한 나라 특허 아냐"
AP 통신 ”양국 정상, 차분한 언어 선택“
  • 등록 2021-09-22 오후 2:08:23

    수정 2021-09-22 오후 9:01:43

[베이징·뉴욕=이데일리 신정은 김정남 특파원] “우리는 (정책의) 초점을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동맹과 우방을 옹호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시도에 반대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의 전매 특허가 아니라 각국 국민의 권리다.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한 나라의 필연적인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상대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미중 정상은 직접 상대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문구에서 견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바이든 “안보 초점, 인도·태평양”…시진핑 “다양한 길 수용해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끈질긴 전쟁의 시대를 마무리하면서 끈질긴 외교의 새 시대를 연다”며 “오늘날과 미래에 가장 중대한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과 우선순위로 초점을 돌리면서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신냉전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은 격하게 경쟁하고 우리의 가치와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30여 분 간의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단어를 8차례나 입에 올릴 정도로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반드시 단결을 강화하고 상호 존중하며 협력·상생하는 국제관계의 이념을 실천해야 한다”며 “평화롭게 발전하는 세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명이 담겨야 하고, 현대화로 가는 다양한 길을 반드시 함께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국처럼 민주주의가 아니더라도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도 중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또 최근 미군의 철수로 종지부를 찍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염두에 둔 듯 “최근 국제정세의 전개 과정은 외부의 군사적 간섭과 이른바 민주 개조(改造)라는 것이 엄청난 해를 끼쳤다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우리는 평화,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라는 전 인류 공통의 가치를 대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국 안보 협의체)에 이어 오커스(AUKUS·미국, 호주, 영국의 안보 파트너십)를 설립하며 중국 견제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대(對) 중국 압박 기조를 바꿀 것을 촉구한 셈이다.

시 주석은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타국을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으며 힘으로 군림하지 않을 것(칭왕칭패·秤王秤覇)”이라며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견 속에도 코로나·기후 단결 촉구

미중 정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서로 이견을 확인했지만 코로나19와 기후 변화 등에 있어서는 단결하자는 뜻을 함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팬데믹 등을 언급하며 “세계가 역사적인 변곡점, 결정적인 10년에 직면해 있다”면서 “글로벌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종전을 두고서는 “끈질긴 전쟁의 시기를 끝내고 끈질긴 외교의 새 시대를 연 것”이라며 “군사력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핵 합의를 완전히 준수할 경우 미국는 그럴 준비가 돼 있고,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며 대북 메시지도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코로나19 백신 제공과 관련해 코백스(COVAX·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개도국 백신 지원 프로젝트)에 1억 달러(1178억 원)를 기부한다는 구상의 기초 위에 연내에 개발도상국에 무상으로 백신 1억 도스를 추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국은 전 세계와 함께 (코로나19) 과학적 기원 규명을 지지하고 참여할 것이며 정치적인 농간은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두 정상이 각자의 다른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상대국의 이름을 명시하거나 직접적인 설전까진 가지 않아 협력을 위한 외교의 시작을 알렸다고 전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총회를 앞두고 20세기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에 이은 미중 신냉전을 경고하며 양국 관계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미중 정상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차분한 언어”를 선택했다면서 이들의 발언은 구테흐스 총장의 경고 후 실질적인 조치는 아니더라도 갈등을 진정시키려는 수사적 노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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