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형사고는 잇따르고, 아까운 희생자가 나오는 것일까. 사고의 주범은 누구일까. 적폐청산깃발을 올린 문재인 정부에 대형사고는 무슨 의미일까.
대형 참사 뒤엔 인재(人災)가 있고, 인재 뒤엔 악습(惡習)이 있다. 이런 악습의 고리를 끊으면 안전한 나라로 가는데, 왜 그러지 못할까.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불만이 들끓을 때면 정부는 책임자를 문책하고 엄벌하는 것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갔다. 일벌백계하는 게 아니라 희생양 만들기로 물타기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억울한 사람만 있고,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 배경이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못한 탓이라며 ‘내탓의 커밍아웃’이 잇따라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이번 밀양 세종병원 참사도 그전의 대형사고와 닮은꼴이다. 부실한 ‘셀프점검’도 비슷하다. 40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참사에 원인에 대해 경찰은 병원 측이 평소 소방안전·환자 관리 등에 소홀히 한 것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화재 당시 1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상부로 이동한 경로로 요양병원 연결통로, 엘리베이터 통로, 중앙계단, 배관공동구 등 4곳을 지목했다. 이 가운데 요양병원 연결통로는 불법 증축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부분의 대형 참사는 허술한 제도나 법의 사각지대에서 정부의 무능과 민간의 밑바닥 수준 안전 불감증이 맞물리면서 반복되곤 했다. 정치권은 ‘네탓 공방’으로 참사를 정치쟁점화 하는 데만 혈안인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회는 연이은 사고이후인 지난 달 30일 그동안 정쟁이 떠밀려 뒤전에 있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비롯한 3건의 소방안전 관련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소방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로 소방대원의 화재진압이 종전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곳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을 때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식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사고가 나면 “나는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비온 뒤땅이 굳어진다. 내일이 아니고 남의 일, 남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때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없다.
퇴계 이황의 자취가 남아있는 경북 안동 청량산엔 ‘정미극고(精微極高) 명도중용(明道中庸)’(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밝은 길을 가야하고, 치우쳐선 안 된다.) 이라고 쓰여진 시비가 있다. 안타까운 참사가 잇따르는 요즘 새겨볼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