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⑤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상)

  • 등록 2001-04-06 오후 1:28:56

    수정 2001-04-06 오후 1:28:56

[edaily] 경제학자들 중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기이한 재주’나 ‘천재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그린스펀 의장도 청년시절 재즈악단의 색소폰과 클라리넷 연주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인 JP모건의 임지원 박사도 이코노미스트로서의 명성만큼 독특한 경력과 번쩍이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임 박사는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전망과 분석에서 두각을 나타낸 몇 안되는 이코노미스트다. 임 박사는 98년 가을 한국의 99년도 성장률 전망 보고서에서 경기회복을 정확히 예측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임 박사의 보고서를 읽어보면 여성 특유의 차분함과 치밀함이 느껴진다. 숫자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흐름을 찾아내고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 기관투자가들을 찾아가 경제전망 설명을 할 때도 기본적인 논리에 충실하지만 시장의 변화와 투자자들의 생각을 반영하려는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임 박사가 JP모건이라는 세계적인 투자기관의 이코노미스트로 입사해 훈련받고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보면 미국 월가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임 박사는 JP모건에 입사하기위해 무려 17명의 관계자와 인터뷰를 했다. 서울에서 2차례 인터뷰를 하고 홍콩으로 날아가 하루종일 아시아지역 리서치 담당자들과 온갖 이야기를 했다. 임 박사가 JP모건의 글로벌 리서치 조직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듣고 있으면 그는 JP모건의 일부가 아니라 세계금융시장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월가의 내로라하는 리서치 팀의 일원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숨소리를 매일매일 전세계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임 박사는 “국내 경기상황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는 2분기이후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국 등 외부경제 환경이 아직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경기둔화가 지속될 확률은 여전히 남아있다. 임 박사가 주시하는 것은 국내의 미묘한 경기신호와 함께 미국, 일본, 유럽, 기타 아시아 각국의 온갖 지표들이다. 임 박사의 전망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시야가 세계로 열려있고 국제금융시장속에 그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이다. 임 박사의 생각이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들어봤다.(약력은 인터뷰 하편 기사의 하단 참조) ▲박사학위는 경제학으로 받으셨는데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셨군요. 고등학교에서는 무엇을 전공하셨는지.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얘기가 안 나오길 바랬는데(웃음). 어렸을 적부터 형제(1남3녀)가 다 음악을 했어요. 물론 지금은 언니만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요. 저희 집에 딸이 셋이다 보니 어머니께서 ‘결혼하고 나서 여자직업으로 가장 좋은 게 뭘까’란 생각을 많이 하셨나봐요. 그러다가 집에 있으면서도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고 저희들에게 시키신거죠. ▲그래도 상당히 특이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음악에서 경제학으로의 변신이라… -그린스펀 의장도 음악했는걸요 뭐(웃음).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학교에다 알렸어요. 그래서 고 3때는 실기시험만 형식적으로 보고 입시준비를 했습니다. -갑자기 음악을 그만둔 다음 입시공부를 시작하니 부담되지 않던가요. ▲요즘은 대학입시 시험도 인문/자연/예체능 이렇게 나뉘어 보지만 그때는 교과목은 다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인문계쪽으로 가는 친구들이 드물지만 있긴 있어서 저 혼자 한 것도 아닙니다. 피아니스트에서 영문학도로 다시 경제학자로 -박사학위를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 힐에서 받으셨군요. ▲노스캐롤라이나 단과대 중 채플 힐이 제일 먼저 생긴 곳이에요. 경제학을 가르치구요. -석사도 채플 힐에서 하신 건가요? ▲학부에서는 영문학을 했습니다만 부전공과목으로 경영학을 했습니다. 경제학 과목도 많이 수강했구요. 유학은 로타리 장학금을 받고 노스캐롤라이나대로 갔는데 아무래도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경제학적 백그라운드 지식이 없다보니 그 쪽에서 유학 전에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네가 여기 와서 한 학기 정도 듣고 성적이 괜찮게 나오면 바로 석사로 옮겨주겠다” 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학기 듣고 곧바로 석사로 편입했고 석사 1년을 마친 후 다시 박사과정으로 진학했습니다. 그래서 석사 논문은 없어요. -학부 때 영문학공부는 열심히 하셨나요? ▲영문학 공부는 2학년때까지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경제, 경영학 공부를 더 많이 했어요. 그냥 제 스스로 한 거죠. 경제학은 명쾌하다 -왜 느닷없이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영문학이 성격에 맞지 않았습니다. 제가 성격상 명료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해요. 하지만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고민을 해야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경제학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됐어요. 대학 1학년 때 경제학원론을 들었는데 저도 놀랄 정도로 잘 맞았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유학가서도 공부는 무척 재미있게 했습니다. -혼자 공부하시면서 어렵지 않았나요? ▲결혼 안하고 가니까 편했죠. 자기시간도 많고. 남자들이야 다르겠지만 여자로서는 혼자있을 때 공부해야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공부가 재밌었다고 한 것은 학교와 기숙사만 오갔다는 뜻인가요. ▲대학원생 신분으로 유학을 갔기에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둘러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통상적으로 다른 유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생활을 했다는 게 맞겠죠. 학교-기숙사-교회를 열심히 오갔습니다.(웃음) -시간이 날때는 무슨 일을 하세요. ▲다른 하우스의 리포트를 읽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나 신앙서적도 많이 읽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다거나 프레셔를 많이 느낄 때는 그런 종류의 책을 읽어야 편안해지더라구요. -고등학교 때까지 음악을 전공하셨는데…특별히 좋아하는 음악가는. ▲바하와 모짜르트를 참 좋아했어요. -수학은 원래 좋아했습니까 ▲정말 좋아했어요. 역사도 좋아하고. 영화나 책도 드라마틱한 것은 별로 안 좋아해요. TV 프로그램도 역사관련물을 주로 봅니다. -유학하시면서 경제학이란 학문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나요. ▲명료하고 해답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영문학을 공부할 때 그런 것이 없어서 많이 힘들어했거든요. 나는 항상 문제제기를 하고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 사람인데 대답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박사과정 중 초기 2년까지는 경제학이란 학문이 굉장히 명쾌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부하면서 뇌리에 팍팍 각인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박사논문 쓰면서는 그런 생각을 안했어요.(웃음) 학문의 바다에서 시장속으로 -논문 쓸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대가들이 만들어놓은 모델을 가지고 설명을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굉장히 명료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서 ‘설명이 안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이제껏 배워왔던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 라는 생각이 들게 돼요. 그래서 많이 괴로웠고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벌써 2번이나 그만뒀는데 여기서 또 그만둘 수는 없다’ 라는 마음으로 끝냈죠.(웃음) -유학에서 귀국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귀국한 것은 95년 12월이에요. 유학가기 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어쨌든 공부는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죠. 대학졸업은 87년 2월에 했구요. 중간에 1년 반 정도 유학준비만 했어요. 그래서 88년 12월에 유학을 떠나게 됐습니다. -처음 직장인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에 있을 때 입사한 건가요? ▲95년 여름에 제의를 받고 마지막 학기를 마친 다음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하긴 했지만 성격은 많이 달랐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경제연구소들은 경제 예측보다는 정책권고 업무를 많이 할 수밖에 없잖아요. 아무래도 외국계에서는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는 편이죠. -결혼은 언제 하셨나요. ▲ JP모건 홍콩지점에 있을 때 했어요. 남편은 학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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