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⑤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중)

  • 등록 2001-04-06 오후 1:29:16

    수정 2001-04-06 오후 1:29:16

[edaily]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인 임지원 박사입니다.(인터뷰 상편에서 이어짐) 3차례의 면접과 17명과의 인터뷰 -JP모건 입사당시 얘기 좀 해주시죠. ▲입사지원을 한 건 외환위기 전이었는데 최종 결제는 외환위기 다음에 났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일과 갖게 될 일이 약간 달라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망설이니까 지금 제 보스인 애쉬앨러 박사가 여러 가지 조언과 충고를 해주길래 마음을 굳혔죠. 삼성경제연구소 시절에는 제 자신이 시장과 동떨어져 있는 수많은 이코노미스트 그룹의 하나라는 게 무척 싫었어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박사논문 쓸 때도 금융시장에 근접한 걸 주로 공부했어요. 연구소보다는 시장에 근접한 곳에 있겠다는 마음으로 옮겼습니다. 무척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JP모건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 전까지는 이 쪽에 전혀 경험이 없었을텐데 보스가 어떤 점을 보고 선택했다고 생각합니까. ▲인터뷰를 온종일 했어요. 1, 2차 인터뷰는 서울에서 하고 마지막으로 홍콩으로 날아가서 하루종일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죠. 저와 조금이라도 업무가 겹치는 사람 모두와 30분씩 면접을 봤습니다. 15~17명 정도는 만났던 걸로 기억해요. 너무 힘들어서 ‘점심시간에는 호텔로 가서 잠이라도 자야겠다’ 생각했는데 보스가 점심까지 같이 먹자고 해서 혼났습니다. ”JP모건의 장점은 시장에 가장 근접한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준다는 겁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졸업 후 월가의 투자은행으로 바로 가겠단 생각을 안 했나요? ▲일단 나이가 있으니까 트레이더로 갈 수는 없고, 제게 이코노미스트를 제의한 곳은 없었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들어왔죠. 하지만 지금 생각하기에는 그게 오히려 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국경제가 다른 곳이랑 많이 다르잖아요.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다음 이쪽으로 옮기게 된 것이 지금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에 여러 학파와 계보가 있는데 어떤 입장이신지. ▲논문에서는 루카스 모형을 많이 썼는데 제 성향자체는 케인즈 쪽이라고 봐요. 약간 개량적인 케인즈주의자라고 할까요. 지나친 정부개입은 반대한다는 의미에요. 제가 생각하는 정부의 역할은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Institutional framework 를 정부가 만든다고 가정하면 이 안에서 경제참여자들이 이익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말하는거죠. -적응하는 과정은 어땠습니까. ▲모건에 입사하고 나서는 가장 좋은 점은 시장에 가장 근접한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준다는 겁니다. 모건은 의사결정구조가 무척 단순해요. 글로벌리서치팀에 컨트리 이코노미스트가 30명 정도 있는데 각각의 regional boss가 있습니다. 제 경우 제 바로 위에 싱가폴에 있는 regional boss가 있고 뉴욕에 이 regional boss들을 관장하는 head가 있어요. 저는 서울 모건에 있지만 시장의 트레이더들과 교류하는 시간보다 글로벌 리서치 팀원들과 시간을 보낼 때가 훨씬 많아요. 제 업무를 터치하고 콘트롤하는 것도 바로 이 사람들이고. 다른 하우스의 경우 보스의 힘이 큰 경우가 많고 국내 경제연구소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내의 경우 어떤 이코노미스트가 전망을 해가도 “음 이건 아냐”라고 보스가 한마디하면 바로 사장돼버리죠. 하지만 모건은 컨트리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을 정말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자신의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모건에 처음 와서는 제일 힘들었던 건 이겁니다. 한국의 교육제도하에서라면 누구나 그랬겠지만 저 역시 한번도 제 의견을 자신있게 피력하는 훈련받지 못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항상 두려움이 앞서고 움츠러들고. 처음 6개월동안 그 상태로 조심조심 지내다보니 하루는 어느 동료가 ”우리가 네게 원하는 건 올바른 의견이 아니라 네가 생각하기에 올바른 의견이다. 나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을 뿐더러 그 모든 의견들을 종합할 능력도 있다. 그러니 네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개진하기만 하면 된다” 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에요. 보스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의견개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말하길 6개월이 지나고 갑지기 제 리서치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입사 후 6개월쯤 됐을까 9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야 할 시기가 됐습니다. 9~10월 무렵이었는데 데이터를 보니까 99년도에 절대 마이너스성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아무리 못해도 4%는 가능해 보였거든요. 다들 나쁘다하는 상황에서 그런 의견 내놓기가 뭐해서 국내 아는 친구들에게 이거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다들 아니라고, 잘못됐다고 하더군요(웃음) 그래서 보스에게 ”이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고 물었습니다. 보스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되묻는거에요. 그래서 “물론이다. 이런 이런 이유로 결론이 나온거다” 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그래? 그럼 그렇게 하라. 나머지는 다 내가 책임지겠다” 라고 한마디 해주더군요. 98년 10월 달에 4%성장을 전망하는 리포트를 썼으니 뉴욕본사에서까지 왜 그러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보스가 그들을 설득해서 결국 그 리포트를 냈죠. 99년 3, 4월이 되니까 포지티브 그로스에 대한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고 6월에는 올라가는 모습이 훤히 보일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구요. 그래서 98년 모건의 여러 이머징 이코노미 리서치 중 서울 지점이 넘버원이 됐어요. II(Institutional Investors)라는 곳에서 제 리포트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사도 나올 정도였구요. 작년에도 서울 모건이 1등이었는데 그때는 센트럴뱅크(중앙은행)에 대해 쓴 보고서가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은행에 관해서 보고서를 내는 곳이 거의 없었고 자료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저희가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은행(BoK)에 대한 워치(watch)를 내보낸 것이 훌륭하게 생각됐다고 봐요. 글로벌 리서치팀의 일원, 세계금융시장을 호흡한다 -펀드매니저의 경우 수익율로 자신의 연봉을 협상하는데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어떻게 측정합니까? ▲폴을 하는 것 같아요. 폴하는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권위있는 기관이 되는거구요. 아시아머니는 증권사 대상, II는 주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 같아요. -홍콩에서 서울로 옮기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서울지점이 오픈했어요. 한국팀이 다 옮겨왔습니다. 처음에 리서치팀은 홍콩에 남아있었는데 효율적으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으니까 저희도 온 거죠. -매일매일의 일과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아침 7시반 정도에는 전날밤에 작성됐던 모든 보고서가 이메일로 도착해요. 그것을 검토한 후 9시에 싱가폴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미팅을 하죠. 리서치팀은 물론 트레이더까지 포함해서 진행됩니다. 그 다음에는 에디팅을 하고 오후 1시까지 오전 데이터를 총괄해서 런던으로 보냅니다. 그러면 런던에서는 런던시간 12시에 맞춰서 정리한 보고서를 다시 뉴욕으로 보내고. 말하자면 24시간 풀가동 시스템이죠. 돌아가면서 에디팅이 계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타국의 데이터가 어떻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위클리로 “GLOBAL DATA WATCH”라고 해서 4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씁니다. 여기서 1페이지 정도는 신문의 feature(특집) 코너처럼 경제전반에 관한 에세이를 쓰죠. GLOBAL DATA WATCH 앞부분 3페이지에는 한 주간 세계경제에서 일어났던 주요 이슈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거든요. 목요일 저녁까지는 뉴욕과 회의를 해서 이 곳에 한국이 들어갈만한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토론합니다. -다른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를 하시는 편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우선 시간이 없으니까요. 가끔 연구소에 계신 분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긴 하지만. 저희 일만 해도 충분한 것이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만약 제 의견이 누군가의 의견과 크게 다르다면 고객이 반드시 “누구는 이렇게 얘기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얘기하냐” 고 물어봅니다. 그런 피드백이 항상 일어나니까 특별히 교류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재료를 얻고 자극을 받으면서 생각하는 과정들이 좋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학교로 가겠다거나 직접 딜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트레이더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이코노미스트로서 제 연구를 하면서 시장과 접근할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시장에서 계속적으로 재료를 얻고 자극을 받으면서 생각하는 과정들이 좋습니다. 물론 안 그러신 분도 많지만 학교에 있으면 너무 흘러간 얘기만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어요. -다른 이코노미스트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습니까. ▲저는 모건의 동료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싱가폴의 보스인 애쉬앨러 박사와 뉴욕의 헤드로 있는 페르난데스 박사를 좋아해요. 애쉬앨러 박사는 분석력과 조직화된 사고능력이 뛰어난 사람인 반면 페르난데스 박사는 직관력이 대단히 우수한 사람이에요. 이렇듯 반대성향을 가진 보스들을 만난 것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 브루스 캐스만이라는 이코노미스트가 있는데 리서치 퀄리티도 뛰어나고 한마디로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죠. 캐스만은 FED에도 있었고 경력도 화려한데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우호적으로 서포트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극단적이지 않고 미세한 조정을 해나가는 스타일 -본인과 다른 이코노미스트와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극단적이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미세한 조정을 해나가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고요. 이 업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편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것을 안 좋아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제 방식이 인상적이지 않은 접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 성격과 잘 맞고 모건의 하우스 스타일 자체도 저와 비슷합니다. 만약 증권사였다면 증권스타일에 맞는 분석을 해야하겠지만 채권은 증권쪽과는 좀 달라요. 또 제 역할 자체가 직접적으로 트레이더를 서포트하는게 아니라 다른 리서치를 서포트하는 것이거든요. 증권, 채권, 크레딧 등 세부분야의 리서치 말이죠. 여러 리서치가 있기 때문에 저희가 극단적으로 나가면 개별 리서치는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되죠. 그래서 조정역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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