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차 언급된 `외환시장`…물꼬 튼 통화스와프, 환율 안정 기대

한미 정상, 공동성명서 "외환시장 동향 긴밀히 협의" 언급
윤석열 대통령 "외환시장 충격 올 때 서로 돕는 문제 협의"
`상설`과 `임시` 중간 수준에서 통화스와프 체결 기대
"한미 금리역전 등 불안상황서 외환시장에 긍정적 효과"
  • 등록 2022-05-21 오후 6:08:11

    수정 2022-05-21 오후 6:08:1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이 두 차례 이상 언급됐다. 양국 정상은 외환시장 안정 필요성을 인정하며 긴밀히 협의한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외환시장 충격이 올 때 서로 돕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에 따라 정상회담 이후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구체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위기 등 외화자금시장에 불이 나 달러가 급할 때 맺었던 ‘위기 진화용 통화스와프’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설 통화스와프’로 바로 갈 가능성은 적지만 그에 가까운 통화스와프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미 정상 “외환시장 안정 위해 긴밀히 협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국과의 경제 안보를 통해 한국 경제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시장의 경우 외환시장에 충격이 온다든지 할 때 양국에서 도울 수 있는 문제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 선언문에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총 10페이지짜리 선언문은 크게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한반도를 넘어서 등 세 꼭지로 이뤄져 있는데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부문의 하단에서 외환시장 안정 관련 협의가 담겨 있다. 선언문은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foreign exchange market)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 정상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키로 한 만큼 작년 말 종료됐던 한미 통화스와프가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위기 때도 미국과 체결했지만 한미 정상회담 이후 통화스와프 논의가 구체화한다면 기존 위기 때 맺었던 통화스와프와는 성격이 달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캐나다, 영국, 유로존, 일본, 스위스 등 5개국과 맺고 있는 ‘상설 통화스와프’에 우리나라가 낄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지만 위기에 일시적으로 체결했던 스와프보다는 기간이 더 긴 ‘중장기 스와프’가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준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상설 스와프가 되면 너무 좋지만, 우리나라가 예전보다 훨씬 발전했어도 당장 그렇게까지 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통화스와프) 상설국과 위기 시 (체결했던 스와프) 두 가지 양 극단의 중간 단계 어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지낸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초빙교수는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3~5년 단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계속해서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차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경제 위기 대응 차원이 아닌 외환시장 안정과 금융시장의 선진화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을 근거로 내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마켓포인트


한미 금리 역전·자본유출 우려 통화스와프가 막아줄까

이번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이 수차례 언급된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 기대감에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6.7%, 79.3원이나 급등했다. 지난 12일엔 종가 기준으로 1288.6원까지 올라 8.4%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올 들어서만 무려 99.8원 상승했던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달러 강세다. 미국 물가가 두 달 연속 8%대에 달하면서 연준이 정책금리를 수 차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올리는 등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에 달러인덱스가 2002년 이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달러인덱스는 103선으로 연초 이후 7.5% 올랐다. 지난 12일엔 104.85로 105선 가까이 오르면서 8.4% 급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역 봉쇄에 나서면서 달러·위안이 6.8위안대로 급등하는 등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유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기업 수지가 악화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도 원화 약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우리나라 경제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미국의 빠른 긴축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서 14조8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선 여전히 순투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월별 순투자액이 3월과 4월엔 4억~5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쪼그라 들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의한 환율 불안이 문제가 되는 시점인 데다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달러 수급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스와프 체결 이슈는 우리 시장에 꽤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방식으로 경제·금융협력을 한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8%밖에 안되고 제조업은 세계 5위지만 금융은 30위로 약해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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