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날을 만들자)<1부>②저금리는 숙명이다

환란(換亂)이후 저금리 기조 정착
저금리로 노후는 물론 자녀 학자금 준비도 쉽지않아
  • 등록 2006-11-07 오전 11:30:00

    수정 2006-11-10 오전 9:42:36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저축상품을 설명할 때는 으레 '복리의 마술'이 등장한다. 이자 계산법인 복리(複利)는 말 그대로 '이자'가 다시 원금에 합산돼 다시 저축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할 경우 저축기간과 이자지급 횟수에 비례해 원리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복리마술'을 한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72 법칙'이다. 복리로 저축할 경우 원리금이 2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 법칙을 응용하면 간단하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수익률이 20%라고 가정하면, 원리금이 두배가 되는 기간은 72를 20으로 나눈 값인 3.6년이 된다.

그런데 이젠 누구도 '72 법칙'을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다. 이 법칙을 생각하면 괜히 더 우울해진다. 90년대에는 저축상품에 연 10%대의 복리가 적용되는 예금이 가입할 경우 5~7년 후에는 원금의 두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로 들어선 지금은 어떤가. 금리는 연 4%대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5~8년 걸리던 것이 이젠 14~18년이나 지나야만 원금의 2배를 모을 수 있다.

◇ 저금리는 시대의 숙명..계속 간다

저금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2001년부터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은행 예금금리는 연 12~20%에 달했다. 그러나 IMF 위기 직후 국내 금융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했다.

환란(換亂) 당시인 98년에는 세계은행의 고금리 정책 지시로 금리가 연 13%대까지 뛰었지만, 99년 7%대로 떨여지더니 2001년부터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2005년에는 3%대 후반까지 급락했다.



국내 경제는 IMF 위기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저성장 시대를 맞았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물품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물가도 떨어졌다. 결국 '피셔 방적식'의 명목이자율, 다시 말해 GDP성장률(=실질이자율)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합인 금리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시중에는 유동성이 흘러 넘쳤다. IMF 위기로 곤욕을 치렀던 은행들은 여신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정부는 소비 유도를 위해 시중에 돈을 풀었다. 기업들은 이익을 많이 내면서도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IMF 위기 이후 시중에 돈이 넘쳐난데 반해 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어 저금리 기조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면서 "국제적으로도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국내 경제가 현 상황을 이어간다면 앞으로도 저금리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저금리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계산해봐라

저금리 시대에 들어선지 5년이 지났다. 하지만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기보다는 저축에만 집착하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
투자에 대한 두려움 내지 편견, 또는 투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많은 국민들이 저금리의 환경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일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저축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이를 실질적으로 계산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1년동안 1000만원을 저축상품에 넣어두면 얼마나 많은 이자를 쥘 수 있을까. 1년제 정기예금 이자를 5.00%로 가정해보자.

예금이자는 1000만원원의 5.00%인 50만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우선 이자소득세 및 주민세(세율 15.4%)로 7만7000원을 빼야 한다. 예금자가 손에 쥐는 돈은 42만3000원이다. 그러나 이마저 다 손에 쥐는 것은 아니다.   

1년 동안 오른 소비자물가를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7%)를 감안하면 42만3000원 가운데 27만원을 제외해야 한다. 결국 1000만원 저축에 대한 실질 소득은 15만3000원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목돈을 저축했을 경우에는 이렇게 쥐꼬리만한 수익이라도 건질 수 있다. 그러나 매월 적금을 붓는다면 '마이너스 금리 시대'라는 말을 절감해야 한다.

1년 5.00% 이자를 주는 적금의 실질 이자율은 5.00%의 절반인 2.5%에 불과하다. 첫달에 불입하는 적금은 12개월 이자를 받는 반면, 마지막달에 넣는 적금은 1개월 이자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금 만기시 받는 이자 수익으로는 물가 상승률도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

과거 10~20%에 달했던 고금리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빈약한 수확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저축으로는 노후 대비는 물론 자녀 학자금도 준비할 수 없다"면서 "저축은 원금손실 리스크가 없지만, 저금리 시대에 장기적으로 보면 저축 그 자체가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에 몰빵·금융자산 대부분은 예금.."투자로의 이전 시급"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촉발했다. 저금리로 인해 서민들은 쌈짓돈을 불리는 데 큰 애로를 겪게 된 반면, 부자들은 목돈으로 부동산 투자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흘러넘치자 금리는 떨어진 반면 부동산 값은 폭등하는 이상 현상을 부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서민들의 배는 더 고프고, 아프게 됐다. 결국 서민들도 빚을 내 부동산에 몰리는 현상이 폭주했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70~8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부동산에 몰린 기형투자로 인해 개인의 금융자산 비중은 전체 자산의 20~30%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여전히 저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말 기준으로 예금은 금융자산의 약 48%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자산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과 비교할 때, 예금은 47%에서 늘고 있지만,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자산은 되레 줄었다. 

미국은 부동산이 40%, 채권자산 30%, 주식자산 30%으로 이상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일본도 부동산 비중이 80~90%에서 50%로 줄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형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우 사장은 "미국 정부는 70년대에 연금법을 개정하고, 저축보다는 투자로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면서 "우리 정부도 '투자의날' 제정을 첫걸음으로 시작해 세제혜택 지원, 연금개혁 단행, 투자교육 강화 등 투자 환경을 적극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협찬 :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 후원 :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 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줄 길게 선 김호중 공연장
  • 칸의 여신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