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가 죽도록 싫어?”…“내 동생 ‘죽인’ 스토킹범, 제발 엄벌을”

‘인천 스토킹 살인’ 피해자 유족의 울분
엄벌 촉구 탄원서 올리며 대책 마련 호소
“스마트워치는 꼭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 있나”
  • 등록 2023-09-09 오후 7:43:28

    수정 2023-09-09 오후 7:43:28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지난 7월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에 시달리던 이은총 씨가 싸늘한 주검이 됐다. 이른바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인 이 씨의 유족은 “그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엄벌 촉구 탄원서를 올려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스토킹 살인’ 피해자 이은총씨, 이씨와 가해자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앞서 유족들은 한 언론매체를 통해 다른 스토킹 사건처럼 묻히지 않게 해달라며 피해자 이은총 씨의 이름을 공개한 바 있다.

이날 유족 A씨는 “7월 17일 오전 6시 경 제 동생 이은총은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라며 “가해자는 은총이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였다. 우연히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가 되었고, 은총이의 소개로 같은 직장까지 다니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은총이는 비밀연애를 전제로 가해자를 만났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개연애를 계속 원했다고 했다. 이미 한 차례 결혼생활에 실패한 경험이 있던 은총이는 연애 만을 원했는데 가해자는 결혼을 하고 싶다며 졸라댔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은총씨는 가해자(전 남친)의 집착과 다툼으로 인해 결별을 고했고, 스토킹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A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며 괴롭혔고 차로 뒤따라오기도 했다. 또 팔에 시커먼 멍이 들때까지 폭행하기도 했다.

결국 은총 씨는 5월 18일 가해자에 대한 스토킹 신고를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가해자는 은총씨와 연애 당시의 사진을 카톡 프로필, 인스타 등에 올리며 같은 직장에 다니는 은총씨를 곤란하게 했다고 한다. 또 차를 타고 위협적으로 은총 씨를 쫓아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든 직장동료들이 가해자와의 사이를 알게되자 이 상황에 지친 은총씨는 사진을 내리고 부서를 옮기면 고소를 취하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의 각서를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나 스토킹 피해는 끝나지 않았다. 집 앞에 나타나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가해자는 접근금지명령을 받고 4시간만에 나왔다.

그렇게 수차례 스토킹 위협을 받던 은총 씨는 스마트워치를 매번 차고 있었다. 하지만 한달이 채 되지 않은 6월 29일, 경찰이 집을 찾아와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 반납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스마트워치를 자진반납한지 사흘 뒤 은총씨는 가해자가 휘두른 칼로 사망했다.

A씨는 동생이 살해당하던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알게 된 건 경찰이 찾아온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앞에서 은총이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였다”라며 “그렇게 7월 17일 오전 6시 경, 회사를 출근하려고 나갔던 성실한 우리 은총이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해자에게 칼에 찔려 죽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살려달라는 은총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온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다가 칼에 찔렸고 손녀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은총이가 칼에 찔렸다. 살해를 마음먹기 전 가해자는 자기가 입고 있던 양복도 곱게 접어두고 칼을 휘둘렀다”라고 설명했다.

가해자는 은총씨가 칼에 맞아 쓰러지자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금 9월 첫 재판을 앞두고 보복살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스토킹 신고로 인해 화가나서 죽였다는 동기가 파악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한 달이 지나도록 자극할까봐 연락조차 하지않았던 동생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가해자는 제 동생을 죽인건가”라며 호소했다.

그러면서 “은총이가 죽은 7월에서야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되었다. 그럼 이제는 안전해지는 걸까?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하고 연락이나 SNS를 안한다고 끝날 문제인가, 스마트워치는 재고가 부족하고 심지어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 경찰이 출동한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A씨는 “하루하루 예뻤던 우리 은총이가 피말라가던 그 모습을 보면 신고하려고 했던 은총이를 말리고 싶다”라며 사건 당시 가해자를 말리다 손에 큰 부상을 입은 어머니의 손 사진을 공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발 부디 은총이의 딸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이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많은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 촉구 탄원서 링크를 첨부했다.

한편 9일 인천 논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5시54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복도에서 가해자는 이 씨를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그는 지난 6월 이 씨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고, 지난 7월 법원의 2·3호 잠정조치(접근금지·통신제한) 명령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는 범행 직후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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