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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3년 만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4조6000억원(14.6%) 삭감하고, 연구자들에게 통보를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연구 중단과 같은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당초 원안인 5조2000억원 대비 6000억원 예산이 늘었지만, 주로 신진연구자 지원, 국제협력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정작 감염병 연구처럼 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면서 연구현장에서는 위기감이 감돈다.
감염병 연구 중단 위기
국가와 사회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생명연에서 감염병 연구는 사실상 중단 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생명연을 비롯해 서울대, 한국화학연구원, 가톨릭대 등 국내 주요 산학연이 참여하는 ‘신·변종 감염병 대응 플랫폼 핵심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예산을 계획상 136억원보다 80% 적은 27억원으로 낮췄다고 통보했다.
정 박사는 “과기정통부 사업 중에서도 바이오·의료 연구지원사업 등 일부 감염병과 연관된 사업이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질병관리청 등 다른 부처 사업도 있지만 모두 예산이 삭감되거나 현안 대응에 집중돼 있다”며 “지난해 플랫폼 사업단에서 우수논문만 93편 게재하는 등 목표를 대부분 초과 달성하고, 사업이 전임상 시험(동물실험) 단계를 앞두고 있었지만 예산이 삭감돼 연구가 이대로 끝나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 박사는 특히 한국형 mRNA 백신 개발 사업이 아쉽다고 했다. 임상시험을 위한 시제품 100도즈(100회 접종분)를 만들기 위해서는 2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전임상(동물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목표했던 예산만 20억원이었는데 80% 삭감돼 4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사업단에서 추산한 인건비만 7억5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정 박사는 “인플루엔자, 독감, 코로나 대응 등이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왔던 mRNA 백신을 국산화할 기회가 사라져 아쉽다”며 “국가 재정이 어려워 단계별로 예산이 삭감되거나 모든 분야에서 일괄 삭감이 이뤄지면 이해를 하겠지만 명확한 삭감 이유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꾸준한 감염병 지원과 대비 필요
다른 감염병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 박사는 “박사과정생 1명당 연간 5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2억원의 과제를 수주해야 한다”며 “완제품을 쓰던 부분들도 예산이 없어 직접 만들어서 써야 하는데 문제는 만들 수는 있어도 시간을 별도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정 박사는 “이번에 만든 감염병 대응 플랫폼처럼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신·변종 감염병은 어렵더라도 계절성 독감 등 매년 재출현하는 감염병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아직도 코로나19에 대한 확실한 치료제가 없을 정도로 감염병 연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리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위협에 대비할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연구비 삭감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 안전에 필요한 미래 감염병 연구는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며 “고양이 조류 인플루엔자, 중국발 폐렴 등 각종 감염병이 우리를 위협하는 만큼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구를 계속할 방법을 찾겠다”고 부연했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전북대 학·석사 △교토대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겸임 교수(2008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