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고, 그것이 알고 싶다

보통 유가증권·귀금속·계약서 등 보관
"스위스와 다르다" 설명 불구 대형사건 때마다 구설수
  • 등록 2007-09-27 오전 11:46:41

    수정 2007-09-27 오전 11:46:41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신정아씨의 개인금고에 재벌회장 부인의 비자금이 보관돼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여금고에 대한 관심이 새삼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PB고객의 편의를 높여주기 위해 제공하고 있는 개인 대여금고. 그 안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 대여금고엔 무엇이 들었을까

대여금고에 보관 가능한 물품은 각 금융기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원론적으로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금고의 크기 제약상 부피가 크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물품은 보관할 수 없다.
 
보통 ▲예금통장·CD증서·표지어음·은행거래 제증서 ▲국채·지방채·공사채유가증권 ▲귀금속·그림·골동품 등 각종 수집품 ▲계약서·권리서류 기타 중요증서 등을 보관한다.

대여금고는 일반적으로 PB(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정 사용료를 받고 제공해준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신 실적이 크지 않아도 여신 거래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은행 기여도에 따라 대여금고를 제공하고 있다.
 
건설업체 등 일반 기업체의 경우 수신 평잔이 높지 않더라도 여신 거래를 통한 교차판매 잠재력이 높아 중요 계약서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여금고 이용 요금은 보통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걸고 매년 일정한 사용료를 내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보통 최초 이용시 10만~6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매년 10만~20만원의 사용료를 낸다. 금고 사이즈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며, 설날 등 명절과 해외여행이 많은 여름·겨울 휴가철에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료를 면제해준다. 거래 실적이 많을 경우에도 일부 면제가 가능하다.

◇ 대여금고, 왜 태어났나

대여금고의 본래 취지는 고객에게 은행의 고유 기능 중 하나인 `보관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 한 시중은행 대여금고


한 시중은행 PB 관계자는 "금고가 잘 발달돼 있는 은행의 특성을 활용해 일정 수수료를 받고 고객들에게 현금이나 귀중품 등의 보호예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열쇠는 금고 하나 당 두개씩 제공되며 하나는 고객 본인이 나머지 하나는 인감 날인 후 봉인해 은행이 보관한다. 보통 한 지점 당 수백개에서 많게는 1000개의 금고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대여금고는 `검은 돈`의 완벽한 은신처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계좌번호 하나만 있으면 금고 개설이 가능한 스위스 은행의 금고와는 달리 국내 대여금고는 고객 정보와 구체적인 은행 거래 실적이 있어야만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가능한 점도 스위스 은행과의 차이점이다.

◇ 스위스 비밀 금고와 국내 대여금고의 차이

 

그렇다면 첩보 영화에 늘 빠짐없이 등장하는 스위스 은행은 어떤 곳일까. 스위스는 은행비밀에 대한 침해를 범죄로 규정하기까지 하는 등 비밀계좌에 예치된 자금에 대한 철저한 비밀 보장으로 유명하다.
 
연방은행법과 민법, 채권채무관계법을 통해 `개인 영역의 모든 관련사항`을 보호하고 있으며, 연방최고법원은 개인영역에 금융사항과 개인재산 등이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물론 북한 김정일과 국제 마피아, 이란의 팔레비 등 각국 독재자들의 부정축재자금의 은신처로 각광(?)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약 1200억달러 정도의 `검은 돈`이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 대여금고의 경우 실명확인증표 징구 및 인감 날인, 본인 직접 내점 등 본인 확인 절차를 모두 지켜야만 금고를 개설할 수 있다. 은행 거래 실적을 근거로 일정 등급 이상의 고객만 사용이 가능한 점도 스위스 은행의 비밀 금고와 다르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 대여금고, 정말 검지 않을까
 
그러나 검은 돈과 관련이 적다는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설명과는 달리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여금고와 관련된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때는 물론 이번 신정아씨 사건의 경우도 대여금고와 관련된 논란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신정아씨 대여금고의 경우 재벌회장 부인의 비자금 조성으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대여금고에 물품을 넣으러 갈 때는 은행 직원이 동행하지 않는다. 고객이 혼자 들어가기 때문에 금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은행은 알 수가 없다.
 
한 시중은행 PB 관계자는 "은행은 금고만 제공해줄 뿐 금고 안에 보관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어떤 권리도 없다"며 "실제로 어떤 물품들이 보관돼 있는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불법자금에 대한 논란에는 언제나 대여금고가 연관된다.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비롯한 불법 정치자금과 2003년 군 납품 비리가 불거졌을 때에도 은행의 개인 대여금고에서 현찰 다발이 무더기로 발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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