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영업 규제·약가 인하 `악재`…이 남자, 그래도 웃는 까닭
(이데일리 인터뷰)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2015년부터 제품화 성장동력 자리매김 할 것
최고 경영자 오른 비결은 늘 배우려는 마음가짐
  • 등록 2012-07-09 오전 10:40:00

    수정 2012-07-09 오후 2:28:54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이젠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어요”

지난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128940) 본사에서 만난 이관순 사장(52)은 ‘의외로’ 밝은 표정이었다. 최근 2, 3년간 기록한 최악의 실적 부진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에 따른 영업 규제 강화, 약가 일괄인하 정책 등 연이은 악재에 제약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한미약품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에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였지만 돌연 약가인하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한미약품을 이끌고 있는 이관순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관순 사장은 2010년 말부터 이 회사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지만 신약이나 개량신약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위안꺼리다.

지금까지 국내제약사가 내놓은 국산신약은 19개. 한미약품은 아직 한 개의 신약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믿는 구석’이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경쟁 업체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항암신약 5건, 바이오신약 6건, 천연물신약 1건 등 총 12건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약효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접목한 6건의 신약을 개발중이다. 이 제품들이 제품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미 호중구감소증치료제는 미국 스펙트럼사에 기술수출을 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상당수 신약에 대한 공동 연구와 공동 개발 파트너 관계를 정립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제약사 카이넥스와 경구용 항암신약을 기술수출했다. 표적항암제 ‘HM781-36B’는 글로벌 항암신약 창출을 목표로 출범한 정부의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많게는 수백억원의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국내업체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해도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글로벌기업이나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R&D 직접 투자 부담은 줄이고 성과도출 시기는 앞당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관순 사장은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네트워크는 관-산, 산-산, 산-학을 넘나드는 포괄적이고 다양한 관계며 한국이나 아시아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며 “R&D 위축 없이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한 ‘한미웨이’다”고 소개했다. 이 사장이 “2015년부터는 자체개발 신약들이 제품화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중 가장 활발한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840억원으로 매출 대비 13.9% 수준이다. 최근에는 복지부가 선정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분야에서도 이미 한 획을 긋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가지 고혈압약을 섞어 만든 복합제 ‘아모잘탄’은 연 매출 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개량신약의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다. 국내사가 개발한 제품중 연 매출 500억원을 돌파한 제품은 동아제약의 ‘스티렌’ 정도다.

한미약품은 2009년 7월 미국 MSD사와 아시아 6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총 4차례의 추가 계약을 통해 수출국을 50개로 확대했다. 수출 규모는 10년간 20억달러에 달한다. MSD는 이중 4개국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다국적제약사가 국내업체가 개발한 의약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처음이다. 내년 이후에도 고지혈증약과 고혈압약을 섞어 만든 복합제 등 다양한 개량신약을 선보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장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평범한 연구원으로 입사해 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이관순 사장은 소문난 ‘일 중독자’로 통한다. 연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연구원일 때는 자신이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해외 연구자료를 읽으면서 하루를 맞았다. 요즘에는 새벽 시간에 직원들이 올린 모든 결재를 처리하고 업계의 현안을 둘러본 후에야 회사로 향한다. 출근 시간은 7시를 넘긴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사장은 “새벽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정신이 맑을 때인 만큼 가장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고 출근한다”고 했다.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이 사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다만 꾸준히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신념이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최고경영자가 되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영업 분야도 총괄하다보니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차라리 연구원일 때가 마음이 편하다”면서도 “한미약품이 첫 직장인 만큼 애정도 남다르다. 한미약품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관순 사장은 1960년 충남 서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연구소장, R&D본부 사장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이데일리 한대욱기자]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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