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대한민국의 태극전사들이 독일에 입성했다. 우리는 오후 5시부터 그들이 묵는 호텔에서 붉은 악마와 현지 교민들, 독일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태극전사들이 묵을 호텔은 예전에 성이었던 곳으로 호텔 슐로스 벤스베르크 (Hotel Schloss Bensberg)라는 곳이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 세계 각국 취재진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는 사람들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호텔의 전면이 보이는 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태극전사들이 오기 전에 두 손을 높이들고 준비한 음악을 사람들과 함께 부르며 열기를 끌어올렸다. 독일 하늘에 ‘대한민국’이 울리는 첫날이었다.
선수들이 오기 전에는 안전선을 지키며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였던 사람들이 막상 선수들이 탄 버스가 도착하자 한국사람이건 독일사람이건 상관없이 우리 태극전사의 모습을 보려고 안전선을 무시한 채 버스를 에워싸고 선수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고자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어느 한 독일 사람은 커다란 태극기를 들고 우리의 민요인 ‘아리랑’을 크게 불렀고, 어떤 사람은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의 사진을 붙인 브로마이드를 들고 ‘대한민국’을 같이 외쳤다. 한국의 축구가 이제는 변방의 나라가 아닌 세계중심의 나라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태극기 든 독일인 태극기를 펼쳐 든 한 독일인이 교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왼쪽)독일 소녀도… 부모를 따라 태극전사 환영식에 나온 독일 소녀가 태극기를 들고 있다. |
그중 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독일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월드컵 문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 그가 말하는 월드컵은 ‘축제’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축구문화는 진정한 축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과 ‘대한민국’을 외치기 위해 2시간 거리의 ‘프랑크푸르트’에서 왔다고 한다.
호텔에서 외부인을 출입을 통제해 더이상 선수들의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어떠한 권한을 가진 사람도 그 호텔엔 들어설 수가 없다. 오직 ‘대한민국’의 선수들만을 위한 장소로 제공이 된다. 잠깐 화장실을 이용해도 항상 호텔 경호원이 따라다녔다. 우리가 잠깐 호텔을 구경해도 되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대답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경호원들을 보니 우리 선수들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이 들어간 후의 여운을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대신했다. 욕심 같아서는 ‘태극전사’들을 앞에 두고 우리의 ‘아리랑’과 ‘뛰어라 뛰어’를 어깨와 어깨를 맞잡고 힘차게 불러보고 싶었지만 그들의 컨디션이 중요한 시기라 우리의 욕심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수문장 입성 버스에서 내리고 있는 이운재 선수(왼쪽)공격수 납시오박지성(앞) 선수에 이어 조재진 선수가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
원래는 호텔이 아닌 시청 앞에서 환영식을 갖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을 생각하는 ‘아드보카트’감독의 요청으로 바로 호텔로 가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호텔에서 환영식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시청 앞이었다면 4년 전 서울의 시청 앞만큼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수많은 인파가 모였을 텐데….
우리는 오는 1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한번 ‘뛰어라 뛰어’를 같이 할 것을 약속하고, 사람들과 마지막 ‘대한민국’을 외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만난 한 청년이 기억난다. 혈혈단신으로 독일에 입성한 ‘한 명의 붉은 악마’ 그는 자전거 하나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경기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고 한다.
그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가 바라는 대로 자전거의 바퀴가 휘어질 정도로 16강을 넘어 우승의 자리까지 많은 곳을 태극전사와 함께 달리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태극전사’와 함께 우리의 ‘뛰어라 뛰어’가 사람들에게 많이 불리길 바란다.
태극전사들 호텔 도착 독일 교민과 붉은악마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태극전사들이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