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제안은 무산됐다. 정숙함과 승차감을 제1 목표로 둔 렉서스와 스포츠세단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2004년, 서류 결재가 아닌 테스트카로 직접 서킷을 달리는 이색 프리젠테이션을 보고서야 최고 경영진들도 머리를 끄덕였다. 렉서스의 고성능 스포츠세단 IS F는 이렇게 탄생했다.
정숙함의 대명사인 렉서스가 변신을 선언했다. 렉서스의 최대 장점인 정숙함을 벗어던졌다.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정숙함에 운전의 재미라는 새로운 옷을 덧입었다.
렉서스의 변신을 주도한 두 주인공은 IS F와 LS 460 스포츠 모델. 특히 IS F는 렉서스가 한국에서 처음 공개한 스포츠세단이다.
지난 15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열린 `2010 렉서스 네버 익스피리언스트(Never Experienced)`에서 렉서스의 변신을 알리는 두 차량을 만났다.
◇"렉서스가 심심하다고? IS F를 타보면 다를걸?"
헤어핀·슬라럼·직선코스 등으로 이뤄진 태백 레이싱 파크는 IS F의 성능을 시험하기에 제격이었다.
렉서스 IS F는 렉서스의 소형 세단인 IS시리즈를 토대로 새로운 트랜스미션과 심장을 달았다. 기존 IS250 스탠더드의 두배에 달하는 배기량 5000cc급 V8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423마력, 51.5kg·m의 성능을 기록한다. 연비도 리터 당 8.4km로 튀어나갈 듯한 성능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속도에 따라 3단계로 변화는 엔진음은 트랙을 달리는 내내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저속에서는 묵직한 배기 사운드가, 고속에서는 흡기 사운드, 최고속에서는 순수한 엔진음을 통해 귀로도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자동변속기 중 가장 빠른 0.1초의 변속속도로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도달하는 시간)이 웬만한 럭셔리 스포츠 세단에 버금가는 4.8초에 불과하다.
첫 코스인 U턴에 가까울 정도로 휘어진 헤어핀을 시속 80km로 돌았다. 서스펜션과 차체제어성능이 튼튼해 차가 쏠리거나 밀리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이후 지그재그로 장애물을 피해 달리는 슬라럼 코너에서도 거의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장애물을 통과해도 VDIM(차체제어 통합 안전장치)이 차를 부드럽게 잡아줬다. 운전의 재미는 살리면서도 최후의 순간에는 차체를 확실하게 잡아줘 익숙하지 않은 슬라럼도 문제없었다.
직선코스를 지나 브레이크를 시험했다. IS F에는 브레이크의 명품으로 꼽히는 브렘보(Brembo)社와 공동으로 개발한 고성능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가격은 8800만원으로 BMW M3, 아우디 RS5 등 경쟁 모델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차체제어장치..벤츠S클래스와 비교해도 자신있다
렉서스는 플래그십 모델에서도 자심감을 보였다. 이번 시승의 백미는 렉서스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각 자존심인 LS460과 S클래스를 나란히 세우고 차체안전장치를 비교시험하는 것.
세제와 물을 섞어 뿌린 S자 코스의 미끄러운 고무 매트 위에서 가속페달을 완전히 끝까지 밟아 차체의 꺽임 정도를 비교했다. 차량과 타이어 상태가 다소 달라 어느 쪽이 더 우수하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려웠지만, 두 차량의 제어방식의 차이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고무매트 위에서 S클래스를 타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회전반경이 크게 좀 더 남성적으로 차체를 잡는 느낌이었다면, 렉서스 LS460은 작은 강도로 여러번 차체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회전반경으로만 보면 렉서스 LS460이 노선 이탈이 더 적어 벤츠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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