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경협 현장을 가다)②아시아-한국, 상생의 노둣돌

인니·베트남 "EDCF 효과 크다..한국은 동반자"
국내업체 "시장진출 계기 마련‥후속 경협 기대"
  • 등록 2005-09-29 오전 11:18:02

    수정 2005-09-29 오전 11:18:02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80년대말 이후 본격화한 우리나라의 동남아시아 개발원조는 개도국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진행된 병원개선 사업과 백신공장 건설, 환경개선 및 도로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개발도상국과의 이같은 경제협력은 어느 일방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상생(相生)의 노둣돌을 놓는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병원 개선사업..메디슨 맡아

동서로 길게 뻗은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매년 열대 풍토병과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다. 대부분의 개도국이 그렇듯 낙후된 보건시설은 국민 80% 가량이 빈곤층인 이곳 사람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한다. 공공 의료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고, 지척에 보건소가 있더라도 노후된 의료장비로는 정확한 진단조차 힘들다. 그러하던 90년대 중반 낙후된 보건시설에 `메스`를 대기로 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한국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EDCF의 인도네시아 병원개선사업은 98년과 2001년 2차에 걸쳐 진행됐다. EDCF를 통해 지원된 차관은 3000만달러씩, 총 6000만달러. 사업 전반은 국내 의료진단기기업체인 메디슨이 맡았다.

지난 98년 시작해 2001년 마무리된 1차사업은 칼리마탄섬의 18개 공립병원을 180도 바꿔 놓았다. 메디슨의 자기공명영상(MRI)장비와 초음파진단기 등 80여가지 핵심 장비가 낙후된 장비를 대신했다. 1차 병원개선사업이 지역사회와 현지 정부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2001년 동부 자바섬에서 2차 병원개선사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마무리된 2차 사업을 통해 동부 자바의 26개 병원은 첨단 의료장비를 구비하게 됐다.

◇의료의 질 `업그레이드`

동부 자바의 그레식 공립병원에 7년째 근무하고 있는 벡티 한드리요쟈티 부원장(아래 사진)은 3년전의 병원 실상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EDCF 사업이 있기 전까지 이곳의 의료장비 수준은 너무나 초라했어요. 중환자나 정밀진단이 필요한 환자는 차로 2시간을 달려 수라바야 공항 근처의 큰 병원으로 가야 했을 정도니까요. 실력있는 의사들도 이곳 근무를 기피해 전근 신청을 내기 일쑤였죠."

 그는 "그러나 이제는 다른 지역의 환자까지 우리 병원을 찾는다"면서 "첨단장비가 갖춰지자 실력있는 의사들도 우리 병원으로 전근을 원하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병원개선 사업후 보건당국이 평가하는 그레식 병원의 등급도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라섰다. 이곳을 찾는 지역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게 벡티 부원장의 설명이다.

사실 한국산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의사들 상당수가 일본 의료장비에 익숙해 있었고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벡티 부원장은 자기 자신이 이제는 "한국정부의 EDCF사업과 메디슨 제품을 알리는 전도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레식 지역 의사협회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벡티 부원장은 "다른 지역 의사들이 동부 자바에서 진행된 병원 개선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동부 자바섬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대부분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진 병원 개선사업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동부 자바외에도 EDCF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이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병원개선 사업은 메디슨의 기술력을 동남아시아에 알리는 계기이기도 했다.

메디슨 전략영업부의 채종구 과장(오른쪽 사진)은 "EDCF 사업 이전에는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흑백의 저가 초음파 진단기가 수출의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EDCF 사업이후 인지도를 높이면서 메디슨은 3D컬러 진단장비 등 고가의 기기를 인도네시아 유수의 종합병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DCF 사업전 50만달러에 그쳤던 메디슨의 대(對)인도네시아 수출실적은 지난해 120만달러로 늘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메디슨은 일본의 도시바와 히타치를 누르고 GE에 이어 의료진단기기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채 과장은 "EDCF를 통한 경제협력은 수혜국의 경제발전과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백신공장..삼성물산·녹십자백신 주도 

EDCF의 개도국 보건·환경개선 사업은 베트남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2월 완공예정인 베트남 하노이(아래 사진)와 달랏의 백신공장이 그것이다.


 베트남 보건부 산하의 국립보건원(NIH)이 발주한 백신공장 건설사업은 베트남 정부의 국가면역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베트남 정부는 EDCF로부터 빌린 2840만달러의 유상차관으로 삼성물산과 백신전문업체인 녹십자백신에 사업을 맡겼다.

녹십자백신은 하노이와 달랏 두 곳의 생산시설을 완공한 후 이를 베트남 정부에 인도하는 한편,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생산인력 교육, 유전자 기술도 함께 전하게 된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될 백신의 종류는 B형 간염백신과 일본뇌염백신, 경구용콜레라백신, 광견광백신, 장티푸스백신 등 5대 백신.

특히 B형 간염백신의 연간 생산규모는 2000만 도스(1도스는 소아용 기준으로 1회 접종분)에 달한다. B형 간염백신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녹십자 백신과 CJ, LG생명과학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노하우와 지원이 필요하다"

베트남 백신플랜트 경협사업이 베트남 내각의 사업계획서 승인(97년)을 거쳐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 까지는 6년이 넘게 걸렸다.

당장 도로와 발전소 건설이 급했던 베트남 정부로선 보건개선사업은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염병이 돌 때마다 악화되는 기초백신의 수급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볼 수 만은 없었다.

베트남 정부 기획투자부의 자문관 호꾸앙 푹은 "이번 경협사업은 베트남의 보건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도국들은 해외원조에 의존했던 한국이 고속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비결에 관심이 많다"면서 "한국의 노하우와 EDCF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베트남으로선 앞으로 더 많은 사업을 한국정부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업을 진행했던 삼성물산의 김하영 하노이 지사장(오른쪽 사진)은 "이번 베트남 백신공장 사업을 통해 제약 플랜트 및 관련 기술 수출에 필요한 경험 쌓고 기반을 확보했다"면서 "앞으로 후속사업의 진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약업체가 보유한 기술력과 우리정부의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결합된 사업이었다"고 말하고, "우리기업의 개도국 진출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양국간의 호혜적인 협력관계 증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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