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익치퇴진은 鄭씨일가의 뜻인가

  • 등록 2000-07-28 오후 10:03:09

    수정 2000-07-28 오후 10:03:09

현대중공업이 부당한 계열사 지원과 관련해 이익치 회장의 책임을 공론화했다. 현대중공업은 28일오후3시경 현대증권현대전자, 그리고 두 회사 대표이사인 이익치 회장과 박종섭 사장을 피고로 한 "외화대납금 반환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서울 지방법원에 접수시켰다. 현대투신 주식을 재매입할 수 밖에 없었던데 대해 이들 피고에게 2450억원 및 세금, 과징금 등 미래 발생 예상 비용 등 손해배상을 요구함으로써 강경한 입장을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특히 이 회장과 박 사장을 피고로 포함시킨 것은 "각서까지 있는 사안에 대해 무성의로 일관한 책임이 크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강경자세는 회사나 사외이사들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 이익치 회장의 거세를 목적으로 한 MJ(정몽준 의원)의 의지라는 해석이 그룹내 팽배하다. ◆이익치 퇴진은 鄭씨 일가의 뜻 ?=이번 사안은 현대투신의 주식 1300만주를 2450억원에 매입함으로써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재정적 손실에 대한 보상이라는 한마디로 "돈 문제"다. 그럼에도 그룹내 대다수의 시각은 이를 "돈 문제"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 사안에 대한 해법 역시 현대전자현대증권이 피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MJ가 돈이 없어서 자신에게도 흠이 될 수 있는 이 문제를 공론화시켰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룹구조조정위원회가 "연내에 원만하게 해결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표현한데 대해 현대중공업이 불과 몇시간만에 이를 일축한 것은 이 회장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확고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회장을 피고에 포함시킨 것은 향후 비화할 수 있는 형사 소송에 앞서 인과관계를 확인해준다는 의미여서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 그룹일각에선 "MJ가 鄭씨 일가를 대표해 이 회장을 퇴진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MJ가 이 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5월25일 현대중공업의 지분 변동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사장, 회장을 역임하고 정계로 뛰어든 MJ는 올해초까지만해도 8.06%의 지분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에 이어 2대주주였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도 그대로 상속받을 것이 확실시돼 MJ는 경영에 관여하진 않지만 중공업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굳어져 있었다. 그룹내 "중공업=MJ 몫"이라는 불문율을 깬 사람으로 이익치 회장이 지목됐다. 정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11.56%중 0.51%를 뺀 11.05%가 MJ에게로 넘어가지 않고 MH 계열사인 현대상선으로 넘어간 과정을 이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MJ의 이같은 의심은 6월9일 정씨 일가의 회동에서 표면화된 듯하다. 5월31일 정씨 3부자 동반퇴진 선언 후 반발했던 MK(정몽구 자동차회장)가 MH와 청운동의 정 명예회장 자택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MJ와 정상영 금강개발 회장도 참석했다. 당시는 정 명예회장이 MK에게 "물러나라"고 말했다는 것만 알려졌다. 그러나 MK가 황망히 자리를 떠나고 난 뒤에는 MJ가 형인 MH에게 중공업의 지분 원상 회복을 요구하며 언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이후 건설 등 자금난을 겪는 MH 계열사들이 현대중공업에 지급보증과 CP 매입을 요구하는 등 부담을 안기자, MJ측은 이를 MH측의 중공업 장악 의도라며 대응책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경영을 챙기지 않던 MJ는 이 때부터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해결을 위해 그룹 안팎의 원로들과 삼촌 등 정씨 일가를 대상으로 의견을 모은 결과, 이익치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현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익치 회장 퇴진은 정 명예회장과 MH를 제외한 정씨 일가의 결론이라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익치회장 퇴진은 사태 해결의 시작 뿐=이익치 회장 책임론은 우선 계열사간 부당한 지원을 주도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의혹만으로 그동안 온갖 풍파를 헤쳐나온 이 회장이 순순히 책임을 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룹안팎에선 "이회장의 진퇴는 오너 일가의 손을 떠난 사항"이라고까지 말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MJ가 나선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그룹 관계자는 "MJ는 기업인이 아닌 정치인"이라며 "정치인은 문제를 푸는 방법도 기업인과는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집요하게 입당하라는 추파를 던질 만큼 MJ는 "차세대 지도자후보"라는 거물 정치인이다. 이 거물정치인이 자신에게 돌아올 정치적 부담을 예감하면서도 이 회장 퇴진을 주도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매우 커 보인다. 이럴 경우 MJ의 목표는 1차적으로는 이 회장의 퇴진이다. 이는 그룹내외부, 정부 등 각계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나설 명분도 크다. MJ의 궁긍적 목표는 이 회장 퇴진을 통해 중공업의 지분구조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거나 자신이 최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 명예회장에게서 현대상선으로 간 지분 12%가 그 대상이다. 이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거나 자신이 가짐으로써 계열분리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현대건설 지분(6.93%)과 상선 지분(12.46%)등 MH계가 갖고 있는 19.39%의 대부분을 해소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회장 퇴진-중공업 지배주주 복귀 등 일련의 과정에서 MJ가 직접 나서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에도 MJ는 철저히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중국 등 해외 출장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데는 소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鄭씨 일가를 대표한 MJ의 행보가 형인 MH의 최고 측근, 이익치 회장 퇴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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