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군사훈련 연쇄 중단·유예…한미동맹 약화 우려

  • 등록 2018-06-24 오후 2:26:15

    수정 2018-06-24 오후 2:28:3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가 한미연합훈련의 비용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다. 훈련을 중단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게임(war game)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 말입니다. 이같은 언급에 따라 당장 8월 진행될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프리덤가디언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정부가 유사시 전시행정체제로 전환하는 절차를 훈련하는 ‘을지연습’ 역시 취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미 B-1B 전략폭격기 등 양국 항공기가 편대를 이뤄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물론 과거에도 UFG 연습이 조정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있습니다.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 개최와 미국의 걸프전 참전으로 UFG의 전신인 UFL 연습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또 1991~1993년에도 남북회담 진행에 따라 UFL 연습 중 군사훈련은 축소되고 정부 훈련은 분리해 별도로 실시한바 있습니다.

프리덤가디언→을지·태극연습→KMEP 연쇄 중단

하지만 문제는 UFG 연습의 잠정 중단으로 한반도에서의 군사훈련이 연쇄적으로 유예·중단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UFG 유예에 따라 우리 군 단독의 ‘태극연습’도 연기됐습니다. 태극연습은 전·평시 작전수행과 지휘능력을 증진하기 위해 매년 합참이 주도하는 정례적인 지휘소 연습(CPX)입니다. UFG나 키리졸브(KR) 훈련이 합참과 한미연합사가 주관하는 한미연합군의 CPX라면, 태극연습은 한국군 단독의 CPX입니다. 합참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한 이후 작전 수행 능력 배양을 위해 1995년 첫 태극연습을 실시했습니다. 1999년 이후에는 작전사령부(군단급)까지 연습에 참가해 전구급 합동 지휘소 연습으로 발전했습니다. 매년 5~6월에 실시되던 태극연습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기에 더해 7~9월 예정돼 있던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인 KMEP(Korea Marine Exercise Program)도 무기한 연기된 상황입니다. KMEP 훈련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의 대대급 이하 부대가 포항과 백령도 등에 전개해 우리 해병대와 함께 실시하는 소부대 연합훈련입니다. 한미 해병대의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해 2012년부터 매년 12~19회 가량 진행됩니다.

매년 연말 실시하고 있는 한미 양국 군 항공기 수백대가 참가하는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 역시 취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년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도 실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훈련 중단 여파…연합방위태세 약화, 한미동맹 이완 가능성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기간 뿐 아니라 비핵화가 진행되는 내내 한미 군사훈련들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의 방위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군은 오랫동안 한국군의 작전계획 수립과 전술 전기 연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특히 지휘정찰 장비 등 미군 자산에 대한 우리군의 의존도 상당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군의 주요 지휘관과 참모들의 교체 주기가 1~2년이어서 연례적 훈련이 없으면 유사시 실제 작전 수행은 어려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KMEP 일환으로 백령도에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특히 ‘돈 낭비’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인식은 결국 한미군사동맹의 이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들과의 군사훈련 보다 한반도에서의 훈련이 더욱 중요한게 사실입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로 모든 종류의 훈련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대규모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게 미군의 실전 전투력 유지에 그만큼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연합훈련을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의 일이 크게 줄어들게 뻔합니다. 한미 군사동맹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꼭집어 얘기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 역시 그리 비싸지 않다는게 중론입니다. 미 CBS 방송이 미 공군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B-1B(랜서) 전략폭격기, B-2A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B-52H 장거리 폭격기의 시간당 운용비용에 따르면 이들 3대 전략자산을 한 대 씩 한꺼번에 한반도에 전개할 경우 약 347만 달러(약 38억7000만원) 가량이 소요됩니다. 그러면서 이 방송은 “미 국방부가 신청한 2019년 예산 약 6811억 달러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이뤄진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따라 이득을 본 나라는 북한과 중국 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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