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지각변동)②한빛소프트 `반면교사`

1세대 게임사 한빛소프트, 후발업체에 피인수
신작게임 출시 연기·콘텐트 부족→유저 외면
  • 등록 2008-05-28 오전 11:18:29

    수정 2008-05-28 오전 11:18:29

[이데일리 류의성 임일곤기자] 한빛소프트(047080)는 지난 1월 비보이 댄스게임 `그루브파티`의 시범서비스에 돌입했다. 국내 최고의 댄스게임 오디션을 따라잡기 위한 한빛소프트의 야심작.

그러나 한빛은 지난 19일 오디션을 개발한 T3엔터테인먼트에 피인수당했다. T3엔터는 한빛소프트 인수에 대해 자사의 게임 콘텐트와 한빛의 퍼블리싱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게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1999년, T3엔터는 2000년에 각각 설립됐다. 작년 한빛소프트 매출은 629억원, T3엔터는 317억원을 거뒀다. 한빛소프트가 매출 절반 수준인 T3엔터에 피인수된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지난 10년의 성공이 향후 10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새로운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덩치가 작은 기업에게 얼마든지 넘어가는 `수모`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난 허덕..신규 게임 기대 못미쳐

한빛소프트는 작년 3월 "2007년 매출 목표는 883억~1005억원, 영업이익은 89억~107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근거에 대해 신규 게임 헬게이트:런던과 댄스게임 그루브파티, FPS게임 테이크다운 등 많은 게임이 연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시장점유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빛소프트의 작년 전체 매출은 623억원, 영업손실은 74억원.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매출 대부분은 헬게이트:런던과 그라나도에스파다의 해외 수출을 통해 매출로 인식된 금액이다.

지난 1분기에는 영업손실 1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8억4000만원 영업손실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매출은 173억원으로 전년동기 140억원에서 21.4%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27억원으로 전년동기 20억원 순손실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렇게 한빛소프트가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한빛소프트와 플래그십스튜디오와 3년여를 투입해 개발한 헬게이트: 런던의 서비스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게임콘텐트 부족과 회사 측의 운영 미숙으로 유저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 유통으로 일어선 한빛소프트가 계약 종료 이후 핵심 매출 게임 확보에 힘을 기울였지만 실패한 것이 큰 이유다. 수익을 내는 캐쉬 카우 게임은 팡야가 거의 유일하다. 이마저 내년 2월을 시점으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헬게이트:런던을 성공시키는데 전력했을 것이고 생각만큼 성과가 없어 다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화 대응 전략 부재"

학계 전문가들은 한빛소프트의 몰락에 대해 새로운 변화에 대비한 전략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타크래프트로 돈을 모았지만 그 돈으로 그라나도에스파다나 헬게이트런던 같은 대형 대박게임의 퍼블리싱을 노렸다"며 "치명적인 것은 유저들을 생각하지 않고 헬게이트:런던을 정액제로 밀어부친 것이다. 회사 경영을 위한 전략이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식 호서대 게임공학과 교수도 "시장의 변화에 따라 조직을 새롭게 변화시켜야한다. 한빛소프트는 게임산업을 리드하는 맏형 노릇을 해왔다. 이런 회사가 피인수된 것은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변혁이 상당히 궤도에 올라있고 이를 따르지 못하는 기업들은 흡수합병되는 신호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변화에 적응못하면 몰락"

시장 전문가들도 인터넷이나 게임산업이나 1세대 기업들의 몰락은 새로운 서비스 트렌드를 읽지 못하여 생긴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체 기술과 고객 충성도가 없는 사업모델은 시장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게임 유저들의 선택권과 다양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변화하지 않는 1세대 기업의 몰락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임진욱 NH증권 연구위원은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시장이 형성된지 이미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현재 시장 지배구조를 깨트리기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거나 이용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새로운 기술로 대응하고 퀄리티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성공해왔다"며 "시장이 성숙된 만큼 고비용을 요구하는 서비스가 많아졌다. 게다가 게임회사의 경우 플랫폼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게임업체 한 CEO는 "한빛소프트의 경우 PC유통게임사에서 온라인게임 개발퍼블리셔로 업종 전환에 실패한 사례로 본다. 대박 게임 1~2개로 연명하는 게임회사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edaily 리포트)게임회사 직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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