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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더불어 저금리 및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쌓인 수요압력에다 팬데믹과 전쟁으로 인한 공급병목 현상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1970년대와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물가안정이라는 기본 역할에만 집중하긴 어렵단 점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혁신이나 기후변화 대응 등 앞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또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나, 팬데믹의 충격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더 심화될 수 있는 가운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저성장의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그렇게 된다면 이전의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지만 선진국을 비롯해 한국·태국·중국 등 인구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부 신흥국에 저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의 글로벌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확장적 정책이 다시 이루어진다면 환율과 자본 흐름 및 인플레이션 기대에 미치는 함의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저물가·저성장 국면에 대비한 신흥국만의 효과적인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중앙은행이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 300년이 넘게 중앙은행이 걸어온 역사는 바로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이라면서 “이번 컨퍼런스가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도전들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코로나 위기 이후의 대전환기에 중앙은행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