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이는 K반도체, 혹한기 속 올해도 실적쇼크 불가피

SK하이닉스, 작년 4Q 영업손실 확실시
삼성전자 DS, 올 상반기 적자전환 가능성
멀어지는 업황반등 시기…삼성전자 감산?
반도체 대기업 세제지원 15% 확대될까
  • 등록 2023-01-08 오후 4:00:11

    수정 2023-01-08 오후 7:31:50

[이데일리 이준기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의 이익이 역사적 하락세를 보이며 주저앉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6일(현지시간) 다룬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기사 제목에서 묻어나듯, 우리 반도체 업계는 올해에도 반도체 혹한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요 감소→재고 증가→가격 하락’의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며 시장에선 한국경제의 2할을 책임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과 SK하이닉스 모두 각각 올 상반기와 작년 4분기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유지될지, 정부·국회의 반도체 세제지원 강화가 현실화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컴퓨터 회로 기판 위에 놓인 반도체칩. (사진=로이터통신)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 없다’ 기조 유지할까

지난 6일 ‘최소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은 낼 것’이라는 삼성전자 작년 4분기 실적을 예측한 시장 컨센서스는 무참히 무너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4조3000억원 중 반도체 부문(DS)의 몫은 1조원 대 수준. 삼성전자는 버팀목인 반도체 부진에 대해 “메모리 사업에서 글로벌 고금리 상황 지속과 경기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했다”며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대폭 감소했다”고 했다. 물론 메모리 1위 삼성전자만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는 건 아니다. 메모리 2위인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적자 전환이 유력하고 미국 마이크론 역시 작년 9~11월 2억9000만달러(약 2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문제는 업황 반등 예측 시기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실적발표 때만 해도 올해 초면 구매수요 둔화가 어느 정도 회복하며 업사이클(호황)을 맞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으나 지금은 올 하반기나 돼야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D램 가격이 작년 4분기 대비 15~20%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CES 2023 참석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 중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올해 1분기가 지나봐야 할 것 같지만, 지난해 1분기보다 기대가 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올 1분기 역시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따라서 시장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감산설이 다시 지펴지는 모습이다. 이번 실적 쇼크 역시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오른 배경에 결국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할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 감산이 현실화할 경우 공급 가격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의 공급정책 수정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만큼 삼성전자가 ‘감산은 없다’는 정책을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올해 설비투자 50% 축소·수익성 낮은 품목에 대한 감산을, 마이크론 역시 20%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임원 감축을 각각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삼성은 여전히 ‘인위적’ 감산엔 선을 긋고 있다. 중장기 설비투자 기조를 유지, 올 하반기 업사이클을 고리 삼아 점유율을 늘리고 더 큰 수익을 보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보단, 생산라인 효율화 등을 통한 자연 감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기업 대응만으론 한계…정부·국회 나서야”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투자 축소 및 감산 등으로 대응하며 ‘반도체 업사이클’만 기다리기엔 현 상황이 전례가 없는 최악의 복합 위기 국면이라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국회는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종전 6%에서 8%로 올리는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22일 통과시켰다.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 질서’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일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재검토를 지시하자, 부랴부랴 15%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회가 다시 무력화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우리의 반도체 지원은 세제지원을 넘어 보조금 지급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경쟁국과는 딴판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대기업 지원은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 외국과 달리 반도체산업 지원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국회가) 반도체 기업의 발목마저 잡고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수출의 거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 제조시설이 해외로 나가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나 팹리스 등 전·후방 산업이 국내에 자리 잡을 유인이 부족해지는 셈”이라며 “우리가 과거 반도체 생태계가 갑자기 무너진 미국·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마저 부진할 경우 무역수지도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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