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밈(Meme) 주식으로 꼽히며 급등했던 ‘게임스톱’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던 머스트자산운용이 이번엔 반성문을 썼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장기성장기업이라고 판단한 종목에 투자했지만, 변동성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연간 수익률 -50%에 달하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머스트자산운용은 포트폴리오의 3분의 2 이상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인 스믹(SMIC) 출신의 김두용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철저한 리서치에 기반해 성장기업을 매수하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손실을 낸 구체적인 이유로 4가지를 꼽았다. 우선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등 매크로 경제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악화했다는 점과 금리상승으로 인해 장기성장기업의 주가 하방 변동성이 심해졌다는 점을 들었다. 또 단단할 것이라 생각했던 기업들조차 매크로에 의해 펀더멘털 영향을 받았고, 일부 리서치상 잘못된 해석을 한 점도 있다고 인정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칠 때에는 ‘주가꿈비율’(PDR)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성장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평가는 후했다. 그러나 미국이 작년부터 급격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성장주 수난시대가 시작됐다. 이 가운데 머스트자산운용은 작년에도 해외 성장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지난 6월 보낸 투자레터에서 김 대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이상의 시선에서 볼 때 투자 포트폴리오의 단단함과 내재된 잠재 기대 수익률은 부족하지 않다”며 “매크로가 좋아져야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있고, 오로지 독립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그 소수의 기업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선별성에 몰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13F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머스트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에는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씨(SE)가 28.15%로 가장 많았고 럭셔리 쇼핑몰 운영사인 파페치(FTCH)가 25.94%,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인 카바나(CVNA)가 24.54%로 뒤를 이었다. 이 세 종목으로만 79%를 채운 것이다.
이에 따라 순자산총액도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5일 기준 2361억원으로 작년 초 6123억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작년 초 6000억원대 초반으로 머스트자산운용과 비슷했던 씨비알이인베스트먼트와 페블스톤자산운용은 8000억원대로 늘었고 그로쓰힐자산운용 역시 6500억원대로 불린 것과 대조적이다. 1년 전 몸집이 비슷했던 수성자산운용과 피데스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줄었지만 그래도 5000억원대에 머물렀다.
머스트자산운용은 8월까지도 해외 성장주 위주의 투자를 이어가다 3분기 말에서야 포트폴리오 조정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레터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약 70%, 미국 약 27%, 일본과 유럽 약 3%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단일 종목 비중이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대부분 2~5% 비중으로 분산투자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소한의 회복이라고 생각되는 2배 수익을 빠르게 달성하는데 회사의 명운을 건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하방 변동성을 제한하는 안정적인 운용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