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TX)①"나는 사람을 샀다"

강덕수 회장 "글로벌화 통해 성장..징기스칸이 돼라"
"회사를 산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샀다"..인재중심 경영
"위기가 곧 기회, 속도경영으로 성장동력 확보"
  • 등록 2009-03-03 오전 10:59:01

    수정 2009-03-03 오전 11:34:54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2007년 여름 어느날. 월요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시선은 창 밖으로 향해 있었다. 계열사 사장들의 각종 보고가 쏟아졌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평소답지 않았다.
 
사장단 회의때마다 꼼꼼히 메모하던 모습도 이 날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사장단 보고가 끝났다. 하지만 강 회장의 굳게 다문 입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들은 강 회장의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당황했다. '무슨 일일까'. 임원들의 시선이 온통 강 회장을 향했다.

회의실에 가득한 적막이 긴장감으로 바뀔 때 쯤, 마침내 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아커야즈를 인수키로 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STX그룹이 아무리 국내 재계를 놀라게 할 만큼 급성장 했다지만 세계적인 크루즈선 건조업체인 아커야즈를 인수하겠다니···.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윗이 골리앗이 되겠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개월 후 STX는 정말로 골리앗이 됐다.

◇"징기스칸이 돼라"

"국내 젊은 인재들이 좁은 국내 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좁은 시장보다는 해외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해외 영토를 넓혀 그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 기업이 해야할 일이다"

강덕수 회장의 지론은 '글로벌화를 통한 성장'이다. 다윗 STX가 골리앗 아커야즈를 인수한 것도 이같은 지론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징기스칸'이 돼라고 주문한다. 징기스칸처럼 각 부족과 나라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대제국을 건설하라는 지침이다.

▲ 강덕수 STX그룹 회장.
그래서 그는 'M&A의 귀재', '샐러리맨의 신화' 등으로 불리는 것을 꺼려한다. M&A는 STX를 국내 재계 12위(2007년말 자산기준, 공정위 발표)로 키워낸 중요한 '도구'의 하나였을 뿐 덩치를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STX가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그룹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만큼 성장해있다. 여타 기업들이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여 다시 되파는데에 집중하고 있을 때 STX는 인수한 기업의 내재가치를 극대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현재 STX(011810)그룹 수직계열화의 최첨병인 STX팬오션(028670)(구 범양상선)을 비롯, STX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STX조선(구 대동조선), STX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STX에너지(구 산단열병합발전) 등도 모두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이다.

결국 STX조선(067250)은 지난해 세계 순위 4위(수주잔량기준)에 등극했고 STX팬오션도 올해 업계 1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STX중공업, STX엔파코, STX건설, STX에너지 등도 각자 맡은 분야에서 알토란 같은 성과들을 내고 있다.

STX그룹이 최근 완성한 '진해-유럽-다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도 모두 강 회장의 '글로벌화' 구상과 맞닿아있는 대목이다. 각 지역별 생산거점을 특화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거대한 'STX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징기스칸식 '글로벌 구상'인 셈이다.

◇"나는 사람을 샀다"

"나는 회사를 산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을 샀다"

강 회장의 사람 사랑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신입사원 한 명당 1000만원씩을 들여 크루즈선 해외시찰을 보내준다. 고급숙식 제공은 물론이다. 국내 굴지의 어느 기업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는 이같은 행사를 정례화 했다.

이처럼 사람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말단 샐러리맨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의 이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회사가 네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동기부여를 해 줘 향후 회사를 성장시키는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 STX그룹은 지난 2월 5일 경북 문경의 'STX 문경 연수원 및 리조트'에서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 가운데)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공채15기 신입사원 그룹연수 과제발표회 시상식을 열었다.

STX 고위 관계자는 "한 번은 회장님이 신입사원과의 저녁 술자리에서 테이블마다 잔을 들고 돌면서 한 마디씩 인사를 나눴다"며 "이 자리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올해 너의 목표치는 얼마냐'고 묻자 다들 얼마라고 대답을 했는데 합쳐보니 그룹의 목표치보다도 높더라"고 말했다.

비록 신입사원들이 '장담'한 목표치가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그들에게 그룹의 비전을 심어줌과 동시에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심어주려는 그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STX에는 인수한 기업 혹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인재를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다. 강 회장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그룹의 핵심 멤버들 대부분이 외부출신이다. 이종철 부회장, 이인성 부회장, 장원갑 부회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아울러 STX에는 '조직확대'라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각 기업들이 조직을 대폭 축소·통합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조직을 축소·통합하기 보다는 기존의 조직을 둘로 나눠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채용하는 방식이다.

강 회장은 "내가 사람을 하나 더 채용하면 거기에 딸린 식구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다. 인재를 채용할 때에는 이런 점을 감안해 여유있게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STX의 글로벌 전략 이면에는 이같은 '인재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이 기회. 속도경영으로 성장동력 확보"

지난해 12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업계가 놀랄만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매출 30조원·수주 35조원·경상이익 1조원'.

세계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STX그룹의 공격적인 목표를 두고 재계는 "목표치는 목표치일 뿐, STX가 상당히 무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STX는 여유롭다. 그동안 업계에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폄하했던 일들을 그들은 단기간 내에 속도감 있는 경영으로 현실화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STX팬오션, STX조선 등이 이뤄낸 괄목할 만한 성과가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 STX유럽 핀란드 Turku 조선소 모습.
STX의 자신감은 강 회장의 '속도경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속도경영은 강 회장의 리더십을 구성하는 한 축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커야즈 인수시 그는 핵심 담당 임원 2~3명만 데리고 2~3개월간 밤샘 스터디를 거쳐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방대한 조직을 통해 오랜기간 스터디를 거친다면 오히려 인수하려는 기업의 가치에 집중하기 어려울 뿐더러 인수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소수의 '별동대'를 구성, 한 번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힘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그의 경영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강 회장의 이같은 경영방식에 대해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들은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 또한 STX를 키워나가는 원동력이다.

강 회장은 최근 "거대한 파도의 물결이 잦아드는 지금이 '결정적 시기'다. 변화에 대한 신속한 적응과 판단, 신규 해외시장 개척, 철저한 자금관리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안으로는 원가절감 등의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없애되, 필요시에는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라는 지침이다.

아울러 최근 임원회의에서 그는 '글로벌', '인재제일', '속도'를 더욱 강조하고 잇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함께해야만 현재의 어려움을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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