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실물경제 바닥 도둑처럼 임하리라"-채준규 밸런스 분석실장

  • 등록 2001-09-05 오후 12:21:41

    수정 2001-09-05 오후 12:21:41

[edaily] 지난 달에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이번에는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지난 달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좋게 나와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다. 통상 7월의 경제통계치는 계절효과가 커 추세분석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또한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IT설비투자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데이터는 여전히 악화일로에 있었기 때문에 경기회복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관점이었다. ◇소비버블 붕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간 미국의 GDP성장률이 그나마 (+)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소비지출이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2.5%의 탄탄한 증가율을 보였던 소비지출이 7월 들어 0.2% 증가율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8월중 114.3을 기록, 전월대비 및 예상치대비 소폭 하락했다. 소비는 미국의 IT버블이 붕괴된 이후에도 미국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가능케 했던 유일한 희망이었다. 모건스탠리 딘워터(MSDW) 경제분석가들을 비롯한 비관론자들의 해석대로라면, 그간 설비투자감소를 잡기 위해 단행한 금리인하가 결과적으로 소비버블을 만들어 냈고, 이제 금리인하의 마무리국면에서 소비버블의 거품이 빠지면서, 미국경제는 본격적인 경기침체국면으로 빠져 들 수도 있다. 소비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중요한 변수이므로 소비지출둔화는 그만큼 미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경제가 한 단계 더 내려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제통계치(7월 산업활동동향)를 살펴 보면 경제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생산부문에서는 반도체부문의 부진이 타 산업부문으로 확산되면서 그 동안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반도체외의 산업생산도 7월 들어 (-)2.5%의 감소세로 급반전했다. 수출부진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그 동안 견조했던 소비마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 도소매 판매가 4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대비 1.1% 감소한 것이다. 설비투자는 전년동월대비 10.3%의 감소를 보여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그 동안 추진되어 오던 구조조정 또한 장기화되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여기에 하이닉스, 인천정유 문제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실물경제회복에도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경제가 회복은커녕 재차 악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공황론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의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일부에서는 1929년 대공황 당시와의 유사성을 제시하며 경제공황을 크게 우려하기도 한다. 1920년대에도 1990년대처럼 기술혁명으로 인해 자동차, 라디오등 새로운 제품들이 대유행했고, 생산성향상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극에 달했었다는 현상적인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 외에도 1차대전의 종식과 냉전의 종식등 국제환경이 비슷하고, 주식시장의 버블이 형성되었다는 점도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 수준이었고, 지난해 나스닥의 평균 PER은 60배를 상회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대공황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현재의 경기둔화 진행과정과 차이점이 많다. 당시 경기악화를 가속화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금본위제도하에서의 초긴축 금융정책이었다. 지금은 금본위제가 아닐 뿐더러, 경기회복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금융완화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이번의 경기둔화는 재고 및 설비투자싸이클상의 경기하강국면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왔던 대공황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미국 소비의 급랭으로 인한 급격한 경기의 침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첫째 6개월 소비자기대지수가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등 미국 소비자는 미래의 소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입장이며, 둘째 세금환급에 따른 구매력 보강효과가 소비심리약화를 일부 상쇄할 것이며, 셋째 미 연준리(Fed)의 금리인하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8월 시카고 구매관리자 지수의 경우 전월대비 큰 폭 상승했고,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4월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분기 GDP성장률이 하향조정되었던 주원인이 예상보다 빠른 재고감소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해석하기에 따라 경기의 바닥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이 향후의 경제전망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현 시점에서 경기회복시기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경기 싸이클상 바닥권에는 거의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지금부터는 경기의 회복시기와 회복강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기둔화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IT투자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경험적으로 투자감소추세는 1년~1년 6개월 정도 지속되는데, 이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IT투자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IT신규수주 지표의 개선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올 4분기에도 두가지 점에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는 IT수요의 성수기가 4분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일부 통신장비나 전자부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격회복추세가 일시적이나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IT투자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해 4분기였기 때문에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을 보면 올해 3분기보다는 4분기 수치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4분기에는 IT부문에서의 긍정적인 뉴스가 여기 저기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동성, 주가의 하방경직성(downside floor) 제공 소위 "Greenspan Put"이라 불리는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주변의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구조는 주가의 하락압력을 많이 완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 연준리의 7번 금리인하 이후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그 동안 방관자적 입장을 유지하던 유럽중안은행(ECB)이 2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금리인하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완화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기대감으로 장단기 금리스프레드가 재차 축소 반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하이닉스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웬만해서 반등하지 않을 태세다. 외평채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고, 총통화(M2)기준으로 통화량은 여전히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의 추가 금리인하도 기대된다. 저금리의 풍부한 유동성은 특정경제권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전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큰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번 10년이 연금적립자가 연금수혜자보다 많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기술발전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인해 저물가 시대의 가능성이 가능성이 높고, 향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뮤추얼펀드의 자금흐름을 살펴 보면 8월 들어 전반적으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부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일부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 즉, 대규모 환매와 이에 따른 투매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주가를 볼 때 펀더멘탈만을 보아서는 안된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유동성과 투자심리다. 실물경제의 하강 초기국면에서는 유동성도 낮고, 경기악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투자심리도 좋을 리 없다. 반면 경기의 바닥권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풍부하게 풀린 유동성이 있고, 악재에 둔감해지는 투자심리가 있다. 실물경제의 흐름만을 고려변수로 본다면 이 시기의 주가의 하방경직성과 약세장 랠리가 설명되지 않는다. 미시적인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치(Valuation)지표만을 본다면 주가는 바닥에서는 항상 비싸 보이고 꼭지에서는 항상 싸 보이게 마련이다. 현재와 같이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일 때 주가수익비율(PER)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실물경제의 바닥은 도둑처럼 우리곁에 임하고, 주가의 바닥은 그 보다 6개월 정도 앞서 우리 곁에 임할 것이다. ◇3분기 기업실적 바닥 가능성 소비버블 붕괴론에다 공황론까지 대두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9월부터 본격화되는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경고가 또 한번 세계 증시에 찬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분기가 기업실적 사이클상의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 세계증시의 약세에다 구조조정의 부진과 하이닉스관련 불확실성의 증대로 국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의 컨센서스와는 달리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물경제가 취약해서 주가의 상승에 한계가 있고,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주가의 하락 또한 제한 적일 때, 즉 일정 지수대의 박스권권 등락이 거듭될 때는 모멘텀 매매를 해서는 안된다. 실물경제와 주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이 있어 주식을 사면 벌써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하고, 반대로 악재에 손절매를 하고 나면 아무런 이유없이 주가는 오르고 마는 시기이다. 파도를 타면서 그 바닥을 살피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이런 때는 오히려 역발상의 자세를 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가고, 목표수익률을 낮춰 가져가되, 다른 투자자들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채준규 밸런스 투자자문 분석실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