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0개월째 동결..`성장보다 물가 더 위험`

  • 등록 2008-06-12 오전 11:12:04

    수정 2008-06-12 오전 11:12:04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5%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지난해 8월 금리인상을 마지막으로 10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 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인하 어느쪽도 택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가 끝난후 기자간담회에 앞서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최근 국내 경기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유가격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미국 경기부진 등으로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물가는 유가 급등의 영향 등으로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으며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은 다소 낮아졌다"고 밝히고 또 "금융시장에서 시중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금융기관 여신이 증가세를 지속했으나 장기시장금리는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앞서 한은 집행부가 작성, 배포한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는 성장하락보다는 물가상승 위험이 더 크다고 언급해 향후 정책방향 변화여부가 주목된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둔화 국면에 직면했다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고삐가 풀려버리자 인하론은 쑥 들어가고 되려 인상론이 솔솔 나오는 등 한달새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최근까지 물가상승과 성장둔화 리스크를 동시에 지적해 왔던 한은은 이날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최근과 같은 고유가·고환율 여건 하에서는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성장의 하방리스크보다 크다"고 평가해 물가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물가 급등으로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기대 인플레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를 기록해 약 7년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선행적 성격을 갖고 있는 생산자물가는 지난달 11.6% 올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자리수 상승률을 보였다.

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환율도 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물가는 6%대까지도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 유동성도 무서운 속도로 팽창중이다. 올 4월중 광의의 통화(M2)는 지난달 같은 달에 비해 14.9% 늘어나 지난 99년 6월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5월중 광의의 통화(M2) 증가율 역시 4월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15% 내외를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광의의 유동성(L)도 전년대비 14.6% 증가해 전월 12.9%에 비해 속도를 냈다.

이처럼 각종 인플레 지표들이 매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시중 유동성마저 풀리면서 기대 인플레이션도 나날이 확산, 서비스업 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성장에 대해 한은 집행부는 "소비, 투자 등 내수부문의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으나 수출이 꾸준한 신장세를 보임에 따라 성장둔화 압력이 아직까지는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수출과 달리 내수는 눈에 띄게 부진한 모습이다.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소비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4월 광공업 생산은 10.5% 늘어나 두자리수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조업일수를 감안할 경우 전월 11.1% 보다 낮은 9.5%에 그쳤다. 제조업 재고출하순환은 3개월 연속 경기 둔화 영역으로 이동했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고 동행지수도 동반 하락,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최근 5월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경기하강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도 시원치 않다. 5월 취업자수는 18만1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신규 취업자수 증가폭이 3개월 연속 20만명을 밑돌았다.

고유가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심리 역시 꽁꽁 얼어붙었다.

5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92.2를 기록,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진데다 7년 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재 경기에 대한 판단인 소비자 평가지수 역시 72.2로 지난 2005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5.0%에서 4.8%로 하향조정하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 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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