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SRE]“장기CP 신고서 제출 기대 크다”

[이슈]시장 왜곡 줄이고 투명성 확보
  • 등록 2013-05-22 오전 11:10:07

    수정 2013-05-23 오후 2:26:31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최근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있는 장기CP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칼을 꺼내들었다. 5월 6일부터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기업어음(CP)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토록 한 것이다. 장기CP는 CP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오히려 회사채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에 CP의 만기(1년이내) 제한 규정이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이른바 ‘돌연변이 CP’다.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 제출로 장기CP의 발행 절차가 까다로워질 경우 자연스럽게 장기CP 발행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이번 17회 SRE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이 장기CP 발행과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봤다.

기형화된 장기CP…부작용 속출

설문참여자 109명 가운데 62명(56%)이 ‘CP발행 투명성 강화와 장기CP 발행 축소로 회사채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이어 35명(32%)은 ‘증권신고서 이외의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12명(11%)만이 ‘장기CP 발행 억제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응답자가 장기CP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평가한 것.

CP는 수요예측과 증권신고서 제출 등 투자자 보호가 강화된 회사채 보다 발행이 간편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장기CP를 발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발행된 CP 423조 2000억원 중 장기CP는 45조 3000억원으로 전체의 10.7%를 차지했다. 특히 규제 발표 전 4개월 간(2012년 7월~10월) 16조 1000억원에 그쳤던 장기CP는 이후 5개월 간(2012년 11월~2013년 3월) 29조 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업들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부랴부랴 장기CP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CP가 급증하면서 사채와 기업어음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 시장에서는 CP(단기자금조달)가 회사채(장기자금조달)의 대체상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채권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CP 발행이 급증한 데에는 증권사 신탁의 성장에 따른 영향도 크다. 지난 2005년 신탁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증권사 신탁업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증권사 신탁 자산규모는 2007년말 22조 3000억원에서 2012년말 113조 4000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고금리 상품 운용을 위한 수단으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많이 이용했다”며 “또 장기CP를 구조화해 짧은 ABCP로 쪼개 팔면서 장단기 금리 마진을 통해 고객에게 추가 수익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매각된 회사채들조차 ABCP 형태로 재발행되면서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한 SRE자문위원은 “CP 등 채권 비중이 높은 특정금전신탁이 빠르게 성장한 탓에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난 물건도 CP상품으로 변형되서 시장에 나타났다”며 “미매각 채권들은 공모시장에서 그 가격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인데도 옷을 갈아입고 오히려 더 낮은 금리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P 발행은 점차 줄어들 것”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CP에 집중돼 있던 단기자금 조달 방식이 전자단기사채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정책 방향 또한 CP 발행을 제한하고 전자단기사채를 장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감원은 만기 3개월 이내 전자단기사채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고, 만기 1개월 이내 전자단기사채는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CP는 대표이사가 발행 한도와 최저금액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이사회 승인 없이도 발행할 수 있는데다 정보 제공도 제한적이어서 문제가 많았다”며 “반면 전자단기사채는 현행 CP로는 불가능한 초단기물 발행과 자유로운 분할유통 등이 가능하고, 발행·유통정보 공개로 시장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자단기사채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대부분의 크레딧 시장 참여자들 또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로 장기CP는 물론 그동안 금리 메리트를 통해 금전신탁 운용자산으로 인기를 끌었던 ABCP 발행 또한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CP물량은 대부분 신탁 편입으로 소화되고 있다”며 “장기CP와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CP에 대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되면 발행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BCP발행이 축소되면 이는 신탁 수익률 하락과 신탁잔고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ABCP의 담보자산 및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던 AA등급 여전채와 사모사채 또한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증권신고서 제출로 CP 발행이 다소 축소될 수 있겠지만 완전히 사라진다고 장담할 순 없다. SRE 응답자의 30% 가량도 증권신고서 이외에 추가적인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신평사들은 CP발행 축소 전망과 별개로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만기 1년 이상인 장기CP에 단기신용등급인 CP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라는 부분이다. 한 SRE자문위원은 “그럴 가능성은 적겠지만 현 체제에서는 단기CP 등급의 유효기간이 1년이 지날 경우 신용등급이 없는 장기CP도 생겨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규제나 제도의 개선과는 별개로 장기CP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장기CP에 대한 신용등급 부여방식 변경 방안을 시장에 공개했다.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방법은 CP 신용등급 부여시 장기 신용위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이다. 한기평은 “CP에 대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부과되면 증권신고서의 첨부서류로 신용평가서를 제출해야 하고, 사모 발행시에는 신용등급으로 신용평가서가 활용되고 있다”며 “CP 신용평가서와 신용평가보고서에 장기 신용위험 정보가 추가 제공된다면 장기CP에 단기신용등급 부여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7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7th SRE는 2013년 5월15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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