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산운용사에서는 총 13조원의 대규모 자금이탈이 이루어진 가운데 이중 대부분인 11조6000억원이 MMF에서 빠졌다. 지난 2003년 3월 카드위기가 터지며 20조원이 감소한 이래 최대 규모다.
단기금리가 크게 오른데다 분기말 법인세 납부를 위한 자금수요, 익일환매제 실시 예정에 따른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 나갔다.
채권형 펀드에서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무려 19조6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연초 75조원에 육박하던 수탁고가 55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7월 3조100억원 감소했던 채권형 펀드 수탁고는 전달에 1조원만 줄어 감소세가 둔화되는가 했으나 지난달에는 4조5000억원으로 이탈규모가 대폭 늘었다. 한은의 콜금리 인상 경고 이후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서둘러 환매에 나섰다.
MMF에서 이탈한 자금중 상당규모는 비록 수익률은 MMF보다 낮지만 인출이 자유로운 은행권 MMDA 등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옮겨갔다.
또 정기예금도 전달 2조3000억원에 이어 지난달에도 1조6000억원이 순증했다. 특히 은행들이 4.5%에 달하는 고금리 특판에 나선 영향으로 1년 이상 정기예금의 경우 4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6개월미만의 정기예금은 2조2000억원이 감소했다.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은 극과 극을 달렸다. 8.31부동산 종합대책 영향으로 가계의 대출증가액이 급감한 반면 기업의 회사채 순발행은 연중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1000억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최소규모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1조7000억원이 순증해 전달 2조6000억원에서 크게 둔화됐다. 추석 자금이 풀리면서 마이너스대출 등 다른 대출도 그다지 늘지 않았다.
전달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던 금융기관 자금의 단기화 비중은 소폭 하락했다. 전체 금융기관자금중 6개월미만 자금의 비중은 전달 52.6%에서 52.4%로 내려 앉았다.
한은 관계자는 "6~8월 빠르게 높아지던 단기화비중이 지난달 떨어졌지만 이는 은행들의 특판예금으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이 크다"며 "다만 부동산가격 하락등의 영향으로 단기화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원론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면 시중자금은 장기보다는 단기로 운용되는 성향이 있다"며 "단기화로의 진행이 끝났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