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 파는 공간을 넘어서다

  • 등록 2018-12-02 오후 3:51:54

    수정 2018-12-02 오후 3:51:54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 마포의 주택가 사이에 아담하게 위치한 독립서점 ‘책방 사춘기’.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유쾌한 웃음이 이어진다. 백은정(만 34세) 씨는 딸 권찬희(만 11세) 양과 함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토요일마다 ‘책방 사춘기’를 찾는다. 수업 시작 전 ‘나를 기쁘게 한 것들’을 글로 써보는 시간, 엄마와 딸은 망설임 없이 ‘책방 사춘기를 찾아가는 골목’이라고 적었다.

일반 서점들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반해 일반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로 이루어진 책방인 독립서점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독립서점 앱 운영업체인 퍼니플랜의 ‘독립서점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전국 독립서점은 362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257곳에 비해 약 29% 증가한 수치로 일반서점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급격한 증가 폭을 보였다.

◇일상의 모두가 작가 ‘책방 사춘기’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서점,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그리고 아빠와 딸이 함께 모여 노트에 무언가를 빼곡히 써 내려간다. ‘비에 젖어 선명해진 단풍의 색’, ‘잃어버린 우산을 찾음’, ‘알뜰 시장에 팔 물건을 고름’과 같이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며 ‘나를 기쁘게 한 것들’을 적는다.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다보니 기뻤던 일들을 적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들을 써보고 가족과 함께 일상의 기쁨을 공유하며 오늘만큼은 아빠, 엄마, 아이 모두 일상의 작가가 된다. 가족들이 모여 시를 쓰고 가족 캘리그래피 시화전을 열며 문학을 즐기는 곳. 바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 사춘기’에서 진행하는 ‘일상의 작가’ 이야기다.

‘책방 사춘기’는 매주 토요일마다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하이파이브 글쓰기’ 참여 가족들의 문학을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내 생각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 시(詩)갈피 만들기 등 문학을 한 뼘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지역 주민과 참여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그램 시작 전, 한 주 동안 ‘나를 기쁘게 한 것들’을 적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춘기 딸과 일상 속 이야기를 발견하고 글로 써보며 가족 간 소통의 기회를 얻고자 프로그램에 신청했다는 한 가족. 참여 가족의 이러한 신청 사유를 듣고 남지은 작가는 ‘나를 기쁘게 한 것들’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참여가족 모두 당혹스러워했지만, 이제는 종이가 모자랄 정도로 한 주간 가족을 기쁘게 했던 일상을 빼곡히 기록한다.

일상의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환의 프로그램이다. ‘문학’ 하면 떠오르는 이론적 교육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과 감정을 글로 담아내며 ‘창작의 즐거움’을 경험해보는 총 16개의 프로그램이 전국에서 열린다. 지역 도서관이나 문학관, 독립 서점, 북카페 등 가족 구성원 모두가 쉽게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진행해 가족들의 참여율이 높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주도 모슬포 아이들의 문화 놀이터 ‘이듬해 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모슬포항에 있는 독립서점 ‘이듬해 봄’은 단순한 동네 책방보다 동네 아이들의 문화 놀이터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곳이다. ‘이듬해 봄’의 대표 김진희 씨는 제주도에 살며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평소 제주 아이들의 문화 환경이 부족한 점이 안타까웠다. 방과 후 도시 아이들보다 문화 체험 기회가 부족한 모슬포 아이들과 함께 ‘모슬모슬 몽생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너무 평범해서 지나쳐버렸던 동네 구석구석을 필름카메라에 담아 전시회를 열거나, 마을의 특산물과 문화를 소재로 한 연극을 동네 어르신 앞에서 선보인다.

‘모슬모슬 몽생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제주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2017 제주 클낭 프로젝트’의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상금으로 지원받은 창업비를 기반으로 김 대표는 ‘이듬해 봄’에서 모슬포 아이들과 함께 책과 문화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 ‘타샤의 책방’

‘타샤 튜터’처럼 한평생 책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독립서점이 경기도 과천에 있다. 이곳, ‘타샤의 책방’은 그림책을 다루는 책방으로 과천부터 인근 지역 엄마들에게도 입소문이 자자한 독립서점이다. 어린이 도서 편집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주인장 덕에, 다양한 주제의 큐레이션 책뿐만 아니라 어린이, 엄마, 직장인 대상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를 비롯하여 학부모, 성인 대상의 ‘이야기가 있는 커피 파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지역 내 문화예술커뮤니티 공간으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샤의 책방’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6시까지 운영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독립서점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공간적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하며 지역 공동체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쌓아온 서점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 문학·출판 관계자들의 다채로운 경험,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 거점의 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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