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을 지니지 못한 국내 증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하루였다. 거래소시장은 별다른 호재나 악재가 없는 가운데 터져나온 미국 나스닥시장의 전날 폭락세에 힘없이 주저 앉았다. 지난 나흘간 굳건하게 지켜온 540과 530선도 차례로 무너지고 말했다.
26일 거래소시장에서는 나스닥시장과 미국 반도체업종 약세가 재연되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를 비롯한 시장 전체가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동시에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결국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내내 반등 시도도 없이 전날보다 18.66포인트 떨어진 523.67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오전부터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 제조업체와 SK텔레콤 등 기타 지수관련 대형주를 동시에 내다팔았다. 총 1650억원 순매도했는데, 이는 지난 11일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이며, 지난달 22일에 기록한 1957억원 순매도 이후 한 달여만에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107만4000주(1570억7000만원), SK텔레콤 7만4000주(193억2000만원) 순매도했고, 그밖에 하나은행, 데이콤, 주택은행 등을 주로 팔았다. 반면 현대전자 5만4000주(4억6000만원), 삼성증권 21만4000주(42억8000만원) 순매수하는 등 LG전자, 국민은행, 한전 등을 주로 사들였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외국인에 대응한 순매수를 보였다. 기관은 오후 들어서부터 프로그램매수 규모를 늘리며 총 430억원 순매수했다. 증권만 159억원 순매도한 반면 투신과 보험, 기금이 각각 577억원, 6억원, 21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또 개인은 1177억원 순매수했다. 프로그램매수는 478억원, 매도는 166억원으로 총 312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대형 블루칩의 경우 한국전력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팔았던 삼성전자는 닷새만에 다시 14만원대로 떨어졌다. 모간스탠리와 CSFB 등의 창구를 이용한 외국인 매도물량이 많았고, 한때 13% 이상 폭락하며 한국통신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현대전자와 SK텔레콤도 각각 4.79%, 6.52%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재료 보유 개별 중소형주와 절대 저가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연말 배당관련 기대감이 확산된 SKC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협진양행, 혜인, 삼표제작소, 국제상상, 갑을방적 등도 가격 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비철금속, 음료, 비금속 광물, 섬유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약세를 보였다.상승한 종목수는 상한가 28종목을 포함해 총 208종목이고, 하락한 종목은 하한가 8종목을 비롯한 610종목이었다. 하락 종목수가 월등히 많았다. 한편 이날 거래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총 거래량이 2억1283만주, 거래대금이 1조516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