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국가대표 자동차 부품업계 여장부,김선현 오토그룹회장

  • 등록 2017-01-23 오전 9:32:04

    수정 2017-01-23 오전 9:32:04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선현 오토그룹 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20년 가까이 미용실 갈 시간이 없어서 퍼머를 못하고 지냈어요.” 단아한 단발머리 스타일, 대학교수 같은 차분한 말씨의 김선현 오토그룹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기업은 오너의 뼛골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된 일이지만 직원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면 더 힘을 내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8년 자동차부품을 포장하는 경주의 중소기업을 인수해 3년만인 2001년부터 자동차 변속기부품 제조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연간 5200만개 생산규모(완성차기준 550만대)와 모든 변속기(수동, 자동, 무단) 핵심 부품 풀 라인 일괄생산이 가능한 국내 최고의 변속기 부품 전문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7일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노조위원장에서 자동차부품업체 CEO로 변신

김 대표가 4000억원 규모로 회사를 일구기까지 궤적은 1980년대 이후 국내 산업계의 격변사와 닮아있다. 성신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당시 과학교사 자리가 흔치 않아 ‘여자가 동등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 미국계 은행에 취업했다. 하지만 이 미국 은행이 국내에서 철수하자 호주계인 웨스트팩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7~88년은 한창 우리나라에 노동조합이 많이 생기던 시기였다. 그 곳에서 노조를 설립한 뒤 국내 첫 여성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1990년대 초엔 200일이 넘는 파업을 이끌며 호주 본사 앞에서 1주일간 단식까지 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노조일을 해냈다. 이후 1994년 노조위원장으로 은행을 퇴직했다. 생각을 정리한 끝에 이듬해 퇴직금을 종자돈으로 중국과 일본으로 섬유기계를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차렸다.

1998년 IMF 외환위기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들의 상황이 어려워졌고 특히 자동차 협력사들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질 때였다. 현대자동차에서 부도난 협력사들을 한시적으로 관리하면서 직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임금을 지급하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을 했다. 당시 김 대표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이런 협력사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자동차 부품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선현 오토그룹 대표 인터뷰
◇실력으로 입증한 리더십..외환위기부터 금융위기까지 ‘정면승부’


빚만 가지고 최악의 경제 여건에서 시작했다. “사업 초기 그나마 흑자를 내던 ‘클럼프’ 부품라인에서 일부 간부와 직원들이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가버렸어요. 납품업체에 3개월 안에 같은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남아있는 직원들과 연구에 매달렸죠. 낡은 아반떼를 타고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한 끝에 개발에 성공했고, 그때부터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갈 수 있었죠.” 무역회사를 정리한 자금으로 가족들의 지분을 정리하고,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김 대표는 그 때부터 독자적으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소규모로 시작해 외환위기는 상대적으로 빨리 벗어났고, 현대차와 신뢰관계를 쌓으며 신사업에 뛰어들어 빠르게 성장해 갔다. 하지만 더 큰 위기는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때 찾아왔다. 예산과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가 터져버린 것. 심지어 베트남 공장 착공식 날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접하게 됐다. “당장 공장이 돌아가도 어려운 상황에 매출이 30%이상 떨어졌고, 공장을 완전히 멈추는 일까지 벌어졌어요. 이 때가 오토의 가장 큰 위기였죠. 이후 모든 임직원들이 합심해서 위기를 벗어났고, 2010년 네오오토(예산)가 법인으로 분할을 하고 처음으로 현대기아차의 기어핵심부품(4대 기어)을 수주받아 생산하는 데까지 성장했죠.”

김 대표는 여성CEO로서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정면 승부로 돌파해 왔다고 자부한다. “여성이 직원들과 소통하는데는 유리하지만, 현장에서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다거나 네트워크를 이용한 대외관계나 정보를 취득하는 측면에서는 불리한 편이죠, 이런 점을 인정하고 각종 행사나 세미나 등 공식적인 창구를 잘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초기부터 룸싸롱 접대비 등은 회사에서 지불할 수 없다고 선을 분명히 하면서 직원들도 그대로 실천하고 있구요.”

오토그룹 제공:단위 억원.
연구개발·수출 위주 조직으로 재정비

김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오토를 대한민국 최고의 변속기 부품 전문기업으로 연매출 4000억원(수출비중 70%)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직원수만해도 750여명에 달한다. 모회사격인 오토인더스트리(경주), 네오오토(예산), 모토(울산), 오토비나(베트남 법인) 등으로 구성된 오토그룹은 자동차용 변속기(기어)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에서도 손꼽힌다. 초정밀 기어류 부품만 1년에 3700만개 납품할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3년 기아자동차로부터 초정밀 기어 중에서도 중요도가 높은 ‘4대(大) 기어’를 처음 수주했다. 4대 기어는 변속기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자체 생산을 고집하던 현대자동차가 4대 기어 생산을 외부에 맡긴 건 처음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2년간 추진한 사원주주형 협력사와 관계를 안정화해 나가면서 본사는 연구기술개발과 수출에 전념할 수 있는 기민한 조직으로 전환, 내실을 다져나가는 방향으로 재정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또 “전기차 시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과정 속에서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이 변속기를 외주화하려는 경향이 있어 오토의 중·단기 전망은 밝은 편이지만, 대기업의 종속 비율을 줄여나가면서 신성력 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기술 우위에 있는 기업이라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하면서 “자율주행이나 제어, 센서, 컨넥티비티 등 자동차 확장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현 대표는..1959년생으로 성신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호주은행인 웨스트팩은행에서 1994년까지 노조위원장으로 일했다. 개인무역회사를 설립해 섬유 관련 일에 종사하다가 IMF외환위기 이후 자동차 부품제조업과 인연을 맺었다. 2001년부터 오토인더스트리를 본격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해 4000억원대 국내 최고 자동차용 변속기 부품업체로 회사를 키워냈다.

김선현 회장이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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