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기업증자 활성화 방안 논의할 때인가

  • 등록 2001-03-02 오후 1:29:35

    수정 2001-03-02 오후 1:29:35

재정경제부는 2일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업을 위해선 고무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증시 수급구조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증시가 살아난다는 전제로 한 정책이지만, 수급에 짓눌린 현재의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그 실효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이날 재경부가 밝힌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직접금융이 금융권의 차입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키로 하고 이를 위해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그리고 CB와 BW 등 주식연계 채권의 발행제도도 대폭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장기 안정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개선 및 기업연금 도입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부채-증권 스왑(교환) 등을 통한 시장의 효율성 강화 ▲시장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방안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재경부는 이를 위해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한 민관 전담 테스크 포스팀까지 구성하고 하반기중 법령개정 등을 통해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이날 재경부가 밝힌 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은 기업의 자금조달측면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처한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으로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시장 수급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상장 및 등록 등 IPO와 유상증자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증시를 통한 직접금융의 조달이 차입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키로 하겠다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용이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생각과는 달리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함께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 현재 주식시장은 지난 98년과 99년에 쏟아낸 유무상 증자 물량으로 인해 수급체계가 꼬여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새해들어 자금시장 안정책을 연일 쏟아내도 주식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수급불균형이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 기업의 증자를 활성화해 공급물량을 더 한층 투입하겠다는 것은 시장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죽이는 정책이라고 시장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할 경우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은 사실상 원천봉쇄된다. 때문에 앞뒤가 바뀐 정책이라고 시장에는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수급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87년과 88년에도 증시가 폭발하자 정부는 기업공개 드라이브 정책을 펼쳤고, 이때 엄청난 공급물량이 증시에 투입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수급의 업보을 이겨내지 못하고 99년 4월 1일 1007.74포인트를 정점으로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정부는 시장안정을 위해 12.12조치(발권력 동원)와 증안기금 설립 등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대세를 돌려 놓지 못했었다. 그리고 앞서도 거론했지만 IMF관리체제 이후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늘리기 방법을 유도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친 것도 과도한 물량공급이 주요인이란 지적이다. 이처럼 과거의 경험사례를 잊어버린 채 또다시 공급위주의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또다른 후유증을 잉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또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에 상응한 주가관리가 가능하도록 자사주제도를 확대하기로 한 방안도 생각해 볼 문제다. 자사주제도의 활성화 방안도 제도를 열어 놓고, 기업이 필요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 억지로 유도한다고 해서 주가가 받쳐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사주를 운용할 기업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기업이다. 기업들이 잉여재원을 재투자 등 성장성 개선을 위해 사용해야지, 자사주 매입 등 주가관리에 사용토록하는 것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자사주 매입은 정책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다. 다만 기업이 자사주 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근거기준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면 될 일이다. 이밖에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부채-증권스왑(교환)을 활성화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몇몇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출자전환도 주식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출자전환을 위해선 감자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출자전환해 주식수만 늘린다고 기업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정부의 의도대로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금융기관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윈윈 시스템을 정착하겠다는 것도 기업 구조조정의 옥석가리기 원칙이 먼저 정립돼야만 그 실효성을 거둘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경부가 이날 밝힌 내용은 곧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중에 법령을 개정통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책당국이 시장을 살리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려는 근본 취지는 이해가지만, 정책도 때가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수급에 짓눌려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증시를 통해 기업의 증자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시장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구체적인 방안마련 과정에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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