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LG, 재벌 지배구조에 모범답안 제시

  • 등록 2000-07-04 오후 8:05:32

    수정 2000-07-04 오후 8:05:32

LG그룹이 4일 밝힌 "21세기형 경영체제로의 개편 방안"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스스로 모범답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의 경영 투명성 제고와 관련, 일대 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를 완성하는데 있어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성공을 장담하기는 아직 이른 느낌이다. 일단 LG는 공정거래법상 "사업 지주회사 체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는 정부가 정한 "사업지주회사"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며 수용을 거부한 채 나름대로 선단식 경영을 소폭 손질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100%이하로 줄이고, 지분은 상장사의 경우 30%이상을, 비상장사는 50%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공정거래법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같은 조건이라면 사실상 사업지주회사는 불가능하다며 거부한 채 여전히 구조조정본부를 통해 선단식 경영을 유지해왔다. ◇지주회사 전환 결정의 배경= LG는 올해초 지배구조와 관련,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LG구조본 관계자는 "법무부의 지배구조 개선 권고안 등 이에 대해 정부와 여론의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출자관계를 어짜피 정리하자면 지주회사로 가자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LG의 경우, 전자와 화학이 다른 계열사보다 상위개념의 지배관계를 명확히 보여왔기 때문에 이를 지주회사화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론이었다는 설명이다. LG는 수백억원이상의 세금을 물어가면서까지 지난해부터 핵심 계열사로 지배주주의 지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구본무 회장을 중심으로 특수관계인이 보유중인 지분은 LG전자가 24.70%(보통주 기준), LG화학은 11.73%(")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주회사에 대해 지배주주가 20~25%의 지분을 가겠다고 한 만큼 LG화학에 대한 10%안팎의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 예상된다. ING베어링증권에 따르면 LG전자는 LG산전(32.5% 보유) LG전선, LG-LCD(50.0%), LG IBM(49.0%), LG미크론(27.1%), 데이콤(정보통신지분과 합해 49.1%), LG텔레콤(// 28.2%), 하나로 통신, LG유통 등을 사업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LG화학은 LG정유, 극동도시가스, LG칼텍스가스, LG에너지, LG석유화학, LG실트론, LG 다우 PC, LG MMA, LG유통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측과 조율 있었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해 재계는 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게 사실. 특히 최근 정부와 LG가 재벌정책과 관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LG가 IMT-2000, 파워콤 민영화 등 정보통신 사업 확대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LG와 정부가 조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조문 해석과 관련해 의견을 구하는 정도외에 정부측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를 강력히 바라고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발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LG가 재벌정책에 대해 총대를 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도 "선단식 경영이 안된다는데 공감했을 뿐이지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며 "다른 그룹에 고민을 안긴 게 사실이지만 우리 역시 엄청난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이 지난 5월중순부터 시작한 주식이동조사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향후 전망과 과제=LG 입장에선 지주회사로 완전 탈바꿈하기까지 여러가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구조본 관계자는 "지배주주는 전자와 화학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은 원칙적으로 모두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LG화학의 지분을 10%이상 추가 매입하려면 수천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다른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는 지난 4월초 LG유통, LG정유의 주식매각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산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큰 고민거리다. 또 이같은 지분 이동은 증여 등 중과세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 구조본 관계자는 "지배주주의 주식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고 잡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럼에도 불구,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LG가 얻게 될 이익도 결코 적지 않다. 전경련 관계자는 "무엇보다 그룹 경영의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이라며 환영을 표시했다. 구조본 대신 지주회사가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함으로써 투명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구조본이라는 임의 조직이 아닌 지주회사라는 법인이 구조조정을 지휘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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