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아직도 달러 보고 계십니까

  • 등록 2002-03-18 오후 1:12:56

    수정 2002-03-18 오후 1:12:56

[edaily] 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식당만 하더라도 음식 맛이 뛰어나든지 종업원들의 손님을 접대하는 서비스가 아주 좋든지 남들이 갖추지 못한 뭔가가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 금융시장의 움직임들을 지켜 보면서 느끼는 점은 “원/달러 시장은 장사가 될 수가 없겠다.”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든 상품에 손을 대는 박식한(?) 후배와 통화하며 “달러는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돌아온 대답은 “요즘도 달러 쳐다보는 사람 있나요?”였습니다. 얼굴이 화끈해지더군요. ◇누군가가 만지는 시장 개미 떼가 신나게 움직이고 있었다. 큼직한 빵 조각 하나가 산길에 떨어져 있었고, 그 부스러기를 입에 물고 가는 녀석들과 통째로 자기들 집으로 이동하고자 까맣게 달라붙은 녀석들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렵사리 한 10센티미터 정도 집 가까이 다가갔을까? 지켜보던 꼬마가 그 빵 조각을 손으로 집어 원래 위치에다 갖다 놓았다. 갑자기 황당해진 개미들… 그래도 빵 냄새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 풍겨오는지라 땀 한 번 닦고 다시 힘을 내어 빵 조각에 달라 붙었다. 짓궂은 꼬마는 이번엔 개미떼가 20센티미터나 끌고 간 지점에서 다시 빵을 집어 들었다. 개미들은 “이게 무슨 조화인가?”하는 의구심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먹이를 물고 오는 것이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시 그 빵이 놓여있는 곳까지 되돌아가 달라붙는 것 밖에 없었기에 피곤한 몸을 끌고 가서 다시 빵에 달라 붙었다. 아주 신이 난 꼬마, 그 개미들을 내려다 보며 자신의 위대함에 스스로 도취되다가 이번엔 아예 개미집 입구에서 그 빵을 집어 올렸다. 아무리 뇌 용량이 적은 “대가리 나쁜(?)” 개미들이지만 그쯤 되니 입에서 욕이 나온다. “내가 안 벌고 안 먹으면 되지, 이 짓거리는 이젠 더 못하겠다.”… 착한 꼬마라면 개미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그 정도에서 일어나 제 갈 길을 나설 것이고 아주 심성이 고약한 꼬마라면 더 이상 자신의 놀잇감이 되어주지 않는 개미들에게 화를 내며 개미집 입구를 발로 뭉개버리고 일어설 것이다. ◇무엇을 논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시장 지난 14일,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에다 개별주식 옵션의 만기일까지 한꺼번에 도래한 이른바 트리플 위칭데이에 국내 증시는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국인들의 줄기찬 매도공세 속에서도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막판 지수급등을 이끌어 내었고 그 날도 옵션시장에서는 단 한시간만에 10배의 수익률이 터져 나왔다. 지수 1000에서 순식간에 400대까지, 그 400대에서 800대까지의 회복도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시장이니 어찌 흥분하지 않겠으며 나라 안팎에서 손님(?)이 몰리지 않겠는가? 선물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있는 채권시장만 해도 그렇다. 금리를 가지고 치고 박는 곳이다 보니 주식시장만큼 다이내믹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막말로 기껏해야 95에서 105 사이를 벗어나기 어려운 시장 아닌가?) 장 중 변동성이 트레이더들에게 충분히 먹을 룸을 만들어 주고(그 만큼 잃을 가능성이 있음은 다들 감수하는 부분 아닌가?) 자신이 생각한 손절매 레벨에서 얼마든지 Loss-cut을 할 수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제공된다는 것이 시장으로서는 얼마든지 내세울 만한 강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참여자의 저변이 넓은 시장에서 절대강자는 없다. 전문성과 시장정보에 대한 차별화 된 접근루트를 갖고있는 세력이라면 남들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개연성과 가능성을 갖추고 있을 뿐, 그들이라고 해서 시장을 자신들의 뜻대로 만들어 가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상식이 통하고 차트도 잘 맞는다. 대다수가 얘기하는 쪽으로 결국 시장이 흘러가는 경향이 더 강하다. 그러나 원/달러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보면 한숨이 나오게 된다. 환율이 올라줘야 할 때 시원스레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줘야 할 때도 갈 만큼 못 가는 현물시장… 다른 선물시장처럼 이따금씩 현물시장을 선도하기는 커녕 숨통 막히는 현물시장을 그대로 추종하는 수준에서 그나마 거래동기를 유발할 만한 유동성도 레버리지(Leverage)도 갖추지 못한 선물시장… 필자는 주변에서 자신의 사업과 관련하여 아니면 개인적으로 외환에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뉴스와 정보를 쫓아가고 정리하며 달러 거래에 임하던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요즘은 시장을 떠나 있음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요즘도 달러 쳐다보고 계십니까?”하는 딱해 보인다는 투의 질문도 수없이 들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메가리(?) 없이 찔끔거리는 환율을 보고 있노라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얘기를 끌어가다 보면 흥분할 것 같아 이 정도에서 접는다. 곧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가 있다니 그 결과와 그에 따른 뉴욕시장의 반응이나 살펴보고 향후 거래전략을 짜는 게 맞겠다. 지금 시장은 “명분”을 찾고 있다. 향후 미국 금리가 오르든 더 내리든 그리고 그린스펀 FRB 의장이 그에 대해 딱 부러지는 방향을 제시하든 못하든 간에 달러/엔 환율이나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의 방향성이 잡히면 그 핑계를 FOMC 미팅결과로 얼추 때려잡으면 될 터이니… 우리 증시는 정말 조정도 없이 바로 종합지수 900을 넘어서고 1000포인트를 향해 돌진할까? 정말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제 금리는 오를 일만 남았을까? 환율은 결국 1325원 못 올라서고 달러/엔도 130엔 못 찍고 다시 내려설 것인가? 궁금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하루 이틀만 더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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