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성공학]현대판 연금술사,일진다이아몬드

흑연을 100% 자연산과 같은 다이아몬드로 가공
드비어스,KKR 등과 세계3대 공업용 다이아몬드 업체
독자 기술확보가 단기간 급성장 원천
차별화된 제품과 신기술 개발로 3대 메이저로 도약
신기술 접목 업체들 선점, 탄탄한 고객군 확보
  • 등록 2018-06-27 오전 9:21:05

    수정 2018-06-27 오전 9:29:01

[음성=이데일리 류성 산업전문기자] 서울에서 차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충북 음성군 대소면. 지방에서 흔히 볼수 있는 논밭이 즐비한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이다. 공기좋고 물맑은 이 시골 마을에 뜻밖에도 세계 3대 인조 다이아몬드 메이커인 일진다이아몬드가 자리잡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가 음성 공장에서 초대형 프레스로 만들어내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자연산 다이아몬드와 100% 성분이 똑같다. 다만 수백만년에 걸쳐 흑연이 다이아몬드로 서서히 변하는 과정을 거치는 자연산 다이아몬드와 달리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1500도 고온에 5만 기압으로 두어 시간만에 흑연을 다이아몬드로 변모시키는 게 다를 뿐이다.가히 ‘현대판 연금술’이 실제로 성공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드비어스,KKR과 함께 세계 인조 다이아몬드 시장의 3대 강자로 손꼽힌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를 웃돈다. 거래처만 세계적으로 700여 업체가 넘는다.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특성(경도 10)으로 다른 단단한 물질을 갈아내거나 자르는데 주로 사용된다.

“가혹한 생산조건을 미세하게 컨트롤해야 하는등 상당한 기술적 변수가 있어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설사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기존 메이저업체들의 신규진입자를 차단하기 위한 압력이 거세 이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기가 지극히 까다롭다.”

일진다이아몬드 음성 공장에서 만난 이 회사 정병국 대표는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지만 기존 업체들의 방어막을 뚫기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서 불과 3개 업체가 수십년에 걸쳐 시장 독과점을 지속하고 있는 근본적 배경이기도 하다.

정병국 일진다이아몬드 대표는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제품 차별화와 신기술 개발에 회사의 명운을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일진다이아몬드 제공
일진다이아몬드도 시장 진출 초기 KKR의 전 대주주였던 거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견제로 제품도 출시하지 못하고 회사가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 드비어스와 함께 견고한 독과점 체제를 이어가던 GE가 일진다이아몬드를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법정소송을 벌이면서 시장진입을 원천차단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가까스로 GE와의 소송전에서 승소하면서 일진다이아몬드는 오히려 사업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십년에 걸쳐 수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다 실패한 공업용 다이아몬드 시장에 유독 일진다이아몬드만이 후발주자로서 어떤 전략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수 있었을까.

일진다이아(081000)몬드의 성공 배경에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허 회장은 80년대 중반 제조업을 하는 지인들로부터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주요 산업에 꼭 필요한 소재여서 사업 전망이 밝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성을 확신하고 시장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었다.

문제는 기술개발이었다. 그러던 차에 1985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공업용 다이아몬드 기술개발을 위해 산학협동 연구 과제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허 회장은 곧바로 KIST를 찾았고 결국 1년여 공동 연구 끝에 기술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당시 KIST에서 이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은광용 교수는 당연히 대기업이 선정될지 알았는데 중견기업인 일진이 최종 산학연구 파트너로 확정되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진다이아몬드가 생산하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확대한 모습
요컨대 공업용 다이아몬드 시장의 잠재력을 먼저 간파한 허 회장의 경영자적 혜안에 때마침 관련 제조기술을 개발하겠다고 KIST가 나서는 행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진다이아몬드에게 성공을 안겨준 것이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금언이 저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철저하게 경쟁사들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개발로 드비어스, GE가 따라올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정 대표는 이 분야에서 수십년 앞서 시작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기존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일진다이아몬드가 선택한 투트랙 전략을 ‘제품 차별화와 신기술 개발’ 로 요약했다.

이 회사가 독자적인 기술 개발로 세계 최초로 선보인 획기적인 제품으로는 태양광 패널을 절삭하는데 쓰이는 다이아몬드 와이어, 유정을 뚫을 때 사용하는 유정 드릴비트용 다이아몬드 커터 등이 손꼽힌다. 여기에 경쟁사들이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는데 착안해 일진다이아몬드는 충격에 잘 견디는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면서 신규시장을 공략한게 주효했다. 예컨대 암반을 뚫을 장비가 필요한 업체의 경우 내구성이 강한 기존 메이저 제품보다 충격에 강한 일진다이아몬드의 제품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춰 고객사들을 선점하는 영업전략도 일진다이아몬드가 단기간에 기존 메이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비결 중 하나이다. 기존 메이저들이 건설,자동차,선박등 전통 산업 중심으로 고객사를 유지하는데 반해 일진은 스마트폰 제조사 등 IT, 수소자동차, 태양광 업계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는 산업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고객을 발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서 선두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되면 이것이 베스트 프랙티스로 자리잡으면서 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들도 잇달아 고객사로 끌어들이기가 경쟁사들보다 훨씬 수월하다. 일진이 끊임없이 변하는 기술의 트렌드를 항상 주의깊게 분석하고 준비하는 이유다.”

정 대표는 미래 기술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거듭하다보니 수소자동차에 들어가는 수소연료탱크를 직접 생산하는 일진복합소재를 일진다이아몬드 계열사로 지난 2012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수소연료탱크는 고강도 플라스틱 탱크에 탄소섬유를 감아 강철보다 인장강도가 더 높으면서 무게를 크게 줄인 혁신적 제품이다. 세계적으로 도요타, 헥사곤과 함께 3개 업체만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공업용 다이아몬드 세계시장은 1조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발상을 조금만 바꿔보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 회사의 제2도약을 이끌어 내겠다.”

회사내에서 항상 ‘역발상’을 강조하는 그는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자연산 다이아몬드 시장을 대체해 나가는 시대를 여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 아니라고 확신했다. 다이아몬드 미세입자가 들어간 마스크팩과 외관을 다이아몬드로 꾸민 화려한 컴팩트 등은 그가 조만간 시장에 내놓을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정병국 대표는

△57년 서울생 △83년 인하대 재료공학과 졸업 △84년 한국쓰리엠 △ 96년 한국쓰리엠 전자부문사업본부 본부장 △99년 ~ 2005년 에이블스틱코리아 사장 △2006년 한국쓰리엠 산업용제품사업본부 본부장 △2011년 ~ 2016년 한국쓰리엠 대표이사 사장 △2016년 3M중국사업부문 사장 △2018년 일진다이아몬드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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