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물가·경기·금리 그리고 환율..한은의 딜레마

  • 등록 2001-07-02 오후 2:31:59

    수정 2001-07-02 오후 2:31:59

[edaily]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과 관련,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의 양갈래에서 고민중인 한국은행이 또 한켠에서 금리와 환율을 함께 고민하는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두개의 싫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어쩔 수 없이 골라야하는 전형적인 ‘딜레마’에 빠져있다. 오는 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자꾸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달러/원 환율은 중요한 정책포인트다. 엔화약세로 인해 강한 상승압력을 받고있는 환율. 금리와 환율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조화롭게 운용해야할 한은으로선 중요한 시기다. 외환정책이 정부몫임은 분명하지만 한은이 이를 고려하지않고 통화정책을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한은이 돈을 풀기 바란다 2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보면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 내수를 살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하반기중 지출될 재정자금은 모두 100조2000억원으로 1∼5월간 실적치 65조원보다 54% 가량 늘어난다. 중소기업 신용보증 지원, 정보화촉진기금 집행, 취업훈련, 주거환경 개선 지원, 재래시장 재개발 지원 자금 등 공공성 자금도 상반기보다 두 배 확대되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조달되는 30억달러의 자금은 저리로 기업의 설비투자에 지원된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한국은행에 대해 "경기와 물가 및 금융시장 상황과 해외여건을 관찰하면서 통화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콜금리를 내려서 경기부양에 나서라는 주문으로 볼 수 있다.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당정회의에서 "경제성장률이 4%만 넘어선다면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보다 통화신용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리를 내린후 환율이 오르면? 한은이 5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리더라도 고민은 남는다. 올해 한은의 물가목표는 3%에 아래위 1%포인트를 더하거나 뺀 수준. 그러나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 물가를 4.4%로 예상했다. 한은의 존립근거중 하나인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 가뜩이나 물가안정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없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항에서또 한가지 고려해야할 변수가 바로 환율이다. 최근 환율은 엔화약세로 인해 상승압력을 받고있다. 원론만 보자면 환율이 오르는 건 물가에 부담. 원자재 소비재등의 수입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 물가를 자극한다. 경기진작을 위해 물가불안을 감수하고 금리인하를 하는 마당에 환율상승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는다는 사실은 한은으로서 큰 부담이다. 반면 경기회복만 생각하면 환율이 달러/엔 환율과 보조를 맞춰 어느 정도 오르는게 좋다. 엔이 약세를 보이는데 원만 제자리를 지키거나 강세로 간다면 일본과 경쟁관계인 수출기업들로선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환율상승에 따라 수출부진이 심화한다면 재정지출에 따른 내수진작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는 일. 한은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사실 물가와 경기에 대한 한은의 고민은 이미 공개돼있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지난 22일 한 조찬강연에서 "올 상반기처럼 물가와 경기가 상충되는 조합을 나타낼 때 통화정책 선택이 대단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물가가 목표상한을 웃도는 상황에서 완화정책을 구사할 경우 물가오름세 기대심리가 더욱 높아져 물가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또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목표에만 집착할 경우 경기하강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민이 금리와 환율에서도 반복되고있는 것. 금리인하는 원칙적으론 환율상승,즉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환율상승에 따른 결과도 함께 검토할 수 밖에 없는 것. 정부는 2일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투기적인 요인으로 환율이 급변동하지 않도록 적절한 수급조절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급변동에는 확실히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방향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다. ◇환율 급변동 막을 능력은 있으나.. 달러/엔 환율은 이날 일본의 기업경기 실사지수인 단칸(短觀)지수가 나쁘게 나옴에 따라 125엔대 진입을 시도하고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단칸지수 발표직후 "일본 경제가 약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현재 외환당국은 이같은 엔화 약세에도 불구, 환율상승을 막을 수 있는 실탄을 보유하고있다. 환율이 급등할 기미를 보이면 보유중인 외환보유액을 풀 수 있다. 실제론 한국통신의 DR발행대금 22억달러가 더 위협적이다. 반대로 환율이 너무 빨리 떨어질 때 달러매수에 나설 여력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조절능력을 과신, 엔의 급격한 약세 또는 강세에 순응하지않을 때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당국이 달러수급 조절에 나설 힘은 충분하지만 엔과 연계를 무시한 채 안정만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5일 금통위의 금리정책 결정과정에서 향후 외환정책도 함께 검토해야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선택은 쉽지않다는게 시장참가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그리고 그런 전망 때문에라도 외환거래에 무척 신중하다. 환율의 다음 방향을 모르겠고 어렴풋이 알 것같다가도 당국의 대응 방향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 더욱 곤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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