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한국은행이 경제교육 교재를 발간하며 올해 최대 역점사업중 하나인 `대국민 경제교육` 첫발을 뗀 4일 박승 총재는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교재 발간 기념식이 열린 한은 신관 15층 소회의실. 대국민 경제교육에 대한 평소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박 총재는 직접 `경제교육 강의안 작성 실례`라는 자료까지 만들고 각 학교나 지자체 등을 뛰어다닐 교수단에게 어떤 식의 강의가 이뤄져야 하는지 일장 연설을 했다.
박 총재는 "두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강의내용이 알차야 한다는 것이고, 알차기 위해서는 `무엇을 원하는가`을 알아야 한다"며 "또 다른 하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래야 집중도가 높아지고 경제교육 효과가 생긴다"고 당부했다.
박 총재는 과거 교수 재직시절의 경험을 전수하듯 꼼꼼하게 챙긴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하며 강의실무를 강의했다.
일반인이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시사경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뜬금없이 한국 경제의 역사를 단군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60년대 1인당 명목국민소득이 80달러인데 이는 단군이래 4300년 이상 걸려 만든 것입니다. 4338년전 단군의 1인당 국민소득을 1달러로 가정하면 연평균 0.001% 성장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박 총재는 60년대부터 2000년까지 연 7.7%의 고도성장을 하던 한국경제가 90년대들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역설했다. 위기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을 정도.
저임금의 중국이 부상하면서 농공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며 무너지고, 개방화 물결로 인해 자금통제가 불가능해지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산하고 만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IT혁명으로 인해 주판의 자리를 컴퓨터가 대신하고 기술이 생사를 결정하게 된 상황 등등..
박 총재는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도산에 빠지고 농촌이 위기를 맞으면서 은행에 부실채권이 쌓여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E마트가 들어와 수천개 재래점포와 정육점, 세탁소 등이 퇴출되면서 경제가 성장해도 민생은 어려워지는 `고용없는 성장`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그러나 한국 경제 특유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위기가 아닌 때가 있었는가"라고 반문하고 "위기가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경제발전 시간을 단축해 온 것"이라고 역설했다.
60년대 외채위기와 기업부채는 부실기업 정리로 이어졌고, 70년대 석유파동으로 외환위기와 기업부도 사태를 겪었고 80년대는 부실기업 정리, 90년대는 IMF 외환위기를 차례로 통과하면서 1인당 소득 80달러가 1만7000달러로 증가해 왔다는 것이다.
박 총재는 "현재의 불경기와 경제적 고통은 성장엔진이 교체되는 과정의 진통"이라며 "이 진통을 극복하는 과정이 곧 새로운 발전이며 한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지속성장에 문제없다"며 맺음말로 갈음했다.
이날 박 총재의 열변은 한은 한 관계자가 "총재께서 한마디로 꽃이셨다"고 할 정도. "중앙은행이라도 나서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평소 역설해 왔던 박 총재의 기념사가 뒷 순서로 마련된 다과회까지 취소시켜야 할 정도로 길어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