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발생한 오목교 지점의 ‘CD 횡령’ 사고는 국민은행에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신임 행장으로 취임한 강정원 호(號)는 조직정비를 마치고 순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은행 내부 직원이 650억원 짜리 고객 CD를 위조한 뒤 해외로 도주했다는 사실은 은행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급기야 지점 자체가 폐쇄되는 사태를 맞았다. 강 행장은 경영관리·감독의무 이행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았다.
같은 해 7월15일에는 인터넷뱅킹과 창구거래가 동시에 중단되는 대형 전산사고가 터졌다. 당시 이 사고로 3시간 이상 인터넷 뱅킹·자동화기기(ATM) 거래는 물론 창구 거래까지 마비됐다.
같은 달 말에는 내부 직원이 채권 주문을 잘못 입력하면서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지난 20일에는 강남지점 프라이빗 뱅킹(PB)센터에서 대낮 권총강도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양평역 지점에서 조폐공사가 잘못 인쇄한 10만원 권 수표를 일련번호도 확인하지 않고 발행해 은행으로서의 신용에 타격을 입었다.
국민은행에서 이 처럼 대형 금융사고가 빈번한 데는 조직이 공룡처럼 비대해지는 과정에서, 그에 맞는 위험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9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전체 지점 수는 1118개에 달한다.
오목교 지점의 `CD 횡령` 사건 예상손실 금액 650억원은 최근 5년간 발생한 대형 횡령 사례 중 단일 사고로는 최대 피해액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이유야 어떻든 국민은행은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딜도 난관에 부딪혀 있고 조직을 추스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강 행장의 해법에 관심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