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볼트 EV는 테슬라 혹은 다른 고성능 전기차를 제외한 ‘일반적인 전기차’ 시장의 다른 모델에 비교한다면 수치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 우위를 ‘주행의 완성도’로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하지만 기름을 한 가득 삼키며 박력을 전하는 V8 엔진의 사운드나 페라리의 보닛 아래에 있는 V12 엔진의 강렬하고 날카로운 출력은 무척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런 원초적 즐거움의 시대는 어느새 물 흐르듯 지나고 있고 ‘효율성’과 ‘환경’을 생각하는 시대가 와버렸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이제 하이브리드는 물론 순수 전기차까지 브랜드의 차량들이 배출하는 평균 배출가스를 낮출 수 있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최근에 데뷔한 전기차들은 모두 비슷한 콘셉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 ‘전기차’일뿐, ‘어떠한 전기차’인지 그 매력을 정확히 전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브랜드들은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기차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각 브랜드들의 컬러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IT 발전처럼 전기차 역시 큰 폭으로 도약 발전하여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쉐보레 볼트 EV는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연 전기차’의 선봉이 되었다. 이 배경에는 다른 전기차를 압도하는 주행 거리에 있다. 쉐보레는 150kW(204마력) 급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LG화학에서 공급하는 60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383km는 경쟁 모델들을 압도한다.
단순히 주행 거리가 긴 것은 물론이고 경쟁 모델 대비 20~50% 가량 출력이 높은 전기 모터를 탑재하여 주행 성능 부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 실제로 BMW i3는 125kW급 전기 모터를 탑재했으며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역시 88kW에 불과하다.
쉐보레 볼트 EV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기대 이상의 실내 공간과 이 공간이 만드는 공간 활용성에 있다. 실제 쉐보레 볼트는 4,165mm의 전장과 1,765mm의 전폭 그리고 1,610mm의 전고를 갖춰 콤팩트한 차체를 자랑한다. 여기에 휠 베이스는 2,600mm로 전장 대비 상당히 길게 그려했으며 공차중량은 배터리로 인해 1,620kg에 이른다.
체격으로만 본다면 키가 조금 큰 B-세그먼트, 즉 소형 차량이라 할 수 있지만 실내 공간은 큰 반전이 돋보인다. 실제로 볼트 EV를 실제로 본다면 생각보다 콤팩트하게 구성된 차체와 함께 최적화된 패키징을 기반으로 한 여유로운 감성이 돋보인다.
실제 쉐보레 볼트 EV의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전기차 특유의 높은 시트 포지션이 아쉽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여유로운 1열 공간은 물론이고, 성인 남성이 편하게 앉을 수 2열 공간을 통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제시한다. 또한 트렁크 공간 역시 480L로 무척 만족스러우며 2열 시트 폴딩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쉐보레 볼트 EV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뛰어난 드라이브 트레인을 갖췄다.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150kW를 내는 전기 모터를 장착했다. 2.5L 자연흡기 엔진이나 1.6L 터보 엔진 수준의 출력을 내는 것이다. 실제 토크는 36.7kg.m로 수준급의 2.0L 터보 엔진과 비슷하다. 다만 시스템 상 최고 속도는 160km 정도. 전력은 차체 하단의 60kWh 규모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공급된다.
쉐보레 볼트 EV의 전력 효율성은 복합 기준 5.5km/kWh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6.0km/kWh와 5.1km/kWh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383km(복합 기준, 도심 411km, 고속 349km)이며 급속 충전 약 한 시간 내에 80%를, 완속으로는 완전 충전에 약 9시간 45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차량을 충분히 살펴본 후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고급스러운 감성은 부족하지만 대중브랜드로서의 값어치는 충분한 실내 공간은 큼직한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정보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태블릿 PC의 인터페이스 구성을 보는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러웠다.
타이어가 노면을 놓칠 정도의 짜릿한 가속은 가속은 볼트 EV의 속도 제한 구간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터보 차저의 개입 같은 ‘특별함’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이 가속하는 볼트 EV는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실제로 볼트 EV는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국산 전기차는 물론이고 BMW i3보다도 우수한 주행 질감을 선보였다. 특히 풍부한 포용력을 가진 하체의 셋업은 마치 올 뉴 크루즈나 더 뉴 트랙스 같이 최신의 쉐보레 ‘내연 기관 차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을 제외한다면 ‘완성도 높은 소형 MPV’의 주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렇게 한참을 달리더라도 아직도 250km 이상 더 달릴 수 있다는 주행의 여유까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쉐보레 볼트 EV의 등장은 그 동안 주행 거리와 효율성, 충전 시간 등에 집중했던 전기차에게 ‘조금은 더 즐거워도 괜찮다’라고 위로하고 다독이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물론 쉐보레 볼트 EV는 완벽하게 ‘즐거운 전기차’는 아니지만 ‘대중성을 갖춘 전기차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건을 보다 확실히 알려줬다. 어쩌면 획일화될 전기차의 발전 속에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전기차의 등장이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