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가계부채 증가의 시사점

  • 등록 2002-05-07 오후 12:47:01

    수정 2002-05-07 오후 12:47:01

[edaily] 최근 들어 가계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 부채는 99년말 214조에서 2001년말 341조로 2년간에 걸쳐 59%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6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한 가계를 대상으로 대출금 사용내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자금이 5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업자금, 소비지출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에 따라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특히, 신용불량자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빚 부담에 쫒긴 일부 채무자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런 문제가 더 부각되는 양상이다. 향후에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런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발전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첫째, 금리상승으로 가계가 부담하는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소비가 위축될 것이고 이로 인해 경기가 하강할 것이란 우려이다. 이러한 우려는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에 발생하게 될 역자산효과에 의해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둘째, 경기위축현상과 자산디플레현상이 어우러지면 파산하는 가계가 증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상환능력을 상실하는 차입자가 많아지면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금융기관들이 다시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증가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이런 우려들은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해석하여 문제를 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가 갖고 있는 순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금리상승으로 인한 경기후퇴 우려는 성급한 것 금리가 상승할 때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일반적인 경제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경기가 과열됐다 싶으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로 긴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경기가 완전히 살아났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 시점이다. 경기회복 추세가 확인되기 전에 성급하게 긴축조치를 취할 경우 자칫하면 장기침체로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뿐만 아니라 실세금리가 상승하는 것도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경기순환과 관련하여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지도 않은 현 단계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기후퇴를 걱정하는 것은 논리상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 신용불량자들의 도산으로 인한 소비위축가능성은 미약 금리가 상승하면 신용불량자중 상당수가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소비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소비자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았다 한들 얼마나 의미있는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들은 다른 소비자들에 비해 소비규모가 커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기 보다는 소득에 비해 소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었을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어차피 그들의 구매력은 제한된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하여 국민경제 전체의 소비가 위축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문제는 소득수준이 낮거나 없는 사람들, 그래서 원리금 상환능력이 의심스런 사람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들의 잘못된 여신심사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소비자금융으로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가계 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금융의 경우 대출 비율이 일반적으로 담보물건 감정가의 60%이하로 책정되었기 때문에 담보물가격이 대폭하락하지 않는 한 소비자 파산으로 인해 여신공여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전체가계의 지급능력면에서도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가처분 소득 비율이 2001년 말 기준으로 90%로 추정되지만 이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금융자산/가계부채 비율은 2001년 9월 말 기준으로 2.52배로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우리 가계가 보유하는 자산형태가 부동산등 비금융자산 위주인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 가계부채의 순기능 (1) ; 자금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자금흐름이 한쪽으로 몰리면 효율이 떨어지는 곳까지 자금이 흘러가는 법이다. 과거 우리 금융기관들이 기업부문에 일방적으로 자금을 몰아줌으로 인해 초래된 부작용은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의 코스트가 낮아지고 자금이 제한된 자원이라는 인식이 약해지는 것이었다. 풍부한 자금으로 여기저기 투자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산업의 전부문에 걸쳐 과잉투자 현상이발생하였다. 도매금융 위주의 자금운용이 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투자를 위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었다. 그 이후 다수의 차입의존형 기업들이 도산함으로써 생산자가 효율적으로 자금을 배분하여 운용해 줄 것이란 기대가 깨졌다. 생산자가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능력에 이처럼 한계가 있는 것이라면 자금배분 판단을 차라리 소비자들에게 부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 행동규범에 따라 가격에 비해 효용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제품을 구매하는데 자금을 배분을 할 것이고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차별하여 궁극적으로 우량기업만이 시장에 남게 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량한 기업만이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빨리 시장에서 퇴출되면 국민 경제의 효율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국제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 가계부채의 순기능 (2) ; 경기순환의 변동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대출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현재의 소득에 현재의 소비를 맞출 필요성이 없어진다. 미래에 소득이 예상되면 현재 소득이 없어도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하고 미래 소득으로 채무를 상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소비와 미래의 소비를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소비의 기간배분을 합리화 하여 소비자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한 축인 소비의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안정적인 소비를 통해 경기 변동성이 축소되는 만큼 경제의 안정성이 제고 된다는 측면에서 시장안정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내수활성화 때문이었으며 이를 가능하게 했던 요인중 중요한 요인중 하나가 가계여신의 확대라 평가되는데 이것은 이런 순기능의 실례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의 총저축률은 29.9%로 주요국에 비해 아직 높은 수준이다. 내수가 추가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서 가계금융의 활성화는 이런 측면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 가계부채의 순기능 (3) ; 금융기관들의 안정적 수익기반 확대에 기여 전통적으로 우리 금융기관들은 기업대출이나 채권투자 등과 같은 도매금융위주로 장사를 해왔다는 것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정부정책도 생산주체인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영업방식을 권장하는 정책을 펴왔다. 제한된 자금이 주로 기업쪽으로 흐르다 보니 일반 개인들에게 돌아갈 자금 여유가 그만큼 줄어 들게 되고 개인대출자에게 은행문턱은 그만큼 높았었다. 그러던 것이 IMF이후 기업부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이 안정된 이후에도 기업부문에 대한 여신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과도한 차입경영의 부작용을 몸서리치게 겪었던 기업들도 신규차입은 커녕 기존 부채를 갚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량한 가계는 금융기관들에게 훌륭한 대출고객으로 등장했고 이런 점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적용 가능할 것이다. ◇ 주식투자자를 위한 시사점 - 내수주에 지속적 관심을 향후 금리상승으로 인해 신용불량자들이 대거 파산하게 되고 이로 인해 내수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다. 최근 내수주의 상승이 과도해졌다는 견해는 이런 잘못된 우려로 더욱 힘을 얻었을지 모른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더디고 그로 인해 수출회복속도가 빨라지리라는 기대도 조금은 퇴조하는 느낌이다. 과도하게 조정을 받은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바람직 해 보인다. - 소매금융 위주의 금융기관에 대해 긍정적 시각 유지 가계여신의 급증으로 소비자파산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익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 만약 이런 우려가 금융주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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