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구호에 그치나

유전펀드·문화펀드 등..법 제정 앞두고 부처별 유사제도 양산
기능별 통합 규제 취지 무색..영역별 기득권 포기가 더 문제될 듯

  • 등록 2006-03-20 오후 2:45:56

    수정 2006-03-20 오후 2:45:56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의 향후 진행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유사한 금융행위에 대해 동일한 규제의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시장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하고자 하는 법의 제정 취지는 정부 부처간의 '기득권' 논리에 밀려 기형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의 핵심 액션플랜으로서 기존의 각종 자본시장 관련법률을 하나의 단일법으로 통합하는 것.

정부는 이 법을 통해 '금융기관별 종단식 규제'에서 '기능별 횡단식 규제'방식으로 전환하는 한편 금융상품의 정의를 기존의 한정적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 금융투자업자의 창의력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 통합하자면서 예외제도 양산

이 법의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와 달리 여타 자본시장 관련 부처들의 속내는 마냥 느긋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 부처 입장에서는 기존 권한을 뺏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 있는 곳에 권력 있다'는 말처럼 규제 권한을 뺏길 수 밖에 없는 이들 부처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체제 출범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과거 규제권자들이 공직 은퇴 후 낙하산 인사로 들어갔던 협회 등 자율규제기관의 통폐합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안타까운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산재한 규제 권한을 합치는 작업은 부처간 역학 관계 조율 등 풀기 힘든 문제들을 가지고 있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경제적 기능면에서 사실상 동일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재경부 소관)상 '부동산펀드'와 부동산투자회사법(건교부 소관)상 '리츠(REITs)'에 대한 규제 일원화 요구가 부처 기득권 논리에 밀려 시도조차 되지 못했던 점이 이러한 예상의 근거다.

같은 논리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중기청)과 여신전문금융업법(재경부)상 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중소기업 창업 육성을 위한 자금 공급이라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에도 불구, 이원적 규제구조를 유지해왔다.

업계간 공감대가 컸던 부분 사안에 대한 규제 통합 조차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14개나 되는 법률을 수월하게 통합할 수 있을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술 더 떠 일부부처에서는 권한을 뺏기기 전에 한개 더 챙기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달 산자부는 '유전개발펀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의 관련 규제를 위해 산자부 내에 별도의 팀까지 만들기로 했다.

최근 문화관광부도 이른바 '문화산업진흥펀드'를 만들어 관련 규제권한을 확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래 영화펀드 등 문화산업 투자는 중기청 관할의 중소기업투자모태조합을 통했지만 이를 문광부로 이관하고 투자관리전문기관을 별도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관련 법제를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단일한 규제 체제 내로 묶는 것을 논의하는 마당에 유전펀드니 문화펀드니 하면서 통합 규제 범위를 벗어나는 제도를 양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육성 방침에 공감하더라도 사실상 동일한 투자 스킴(Scheme)이라면 동일한 규제 스킴 내에 포괄하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혼선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 재경부 권한 집중 경계론

물론 무조건 자본시장 관련 영역을 한 데 묶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도 좀 더 따져볼 문제다. 업권간 칸막이 규제를 없애고 기능별 규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묶어서 별 실익이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 우려마저 예상되는 것 까지 묶을 이유는 없지 않느냐 하는 주장도 들린다.

대표적인 예가 "주식 위탁매매를 주로 하는 증권사가 별도의 자회사가 아닌 겸업 방식으로 자산운용업에 진출할 경우, 펀드 운용과 위탁매매간 '이해상충'의 문제 소지가 크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주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소관부처인 재경부의 권한이 날로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국회 재경위 소속의 여당 모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재경부의 권한 집중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데, 자본시장과 관련한 모든 규제 권한을 재경부로 집중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지 회의적으로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토마토에 파묻혀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