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메추라기

  • 등록 2005-02-04 오후 12:20:03

    수정 2005-02-04 오후 12:20:03

[edaily] 신년벽두부터 메추라기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방학중 도시락배달이 부실한 메뉴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배달된 반찬에 김치와 참치볶음 단무지 그리고 메추라기알만 달랑 들어있었다는 소식은 여론을 들끓게 했다. 그렇게 부실한 도시락반찬으로 차디찬 겨울방학을 연명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업자들에 대한 분노로 표출됐다. 다른 하나는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통령 부시2기 취임식 오찬 메뉴에 불에 구운 미주리산 메추라기 고기가 올랐다. 이날 같은 테이블에는 바다가재와 게살이 함께 차려져 있었다고 한다. 같은 메추라기인데 하나는 우리 동심을 멍들게 한 부실음식으로, 하나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떡하니 차려진 고급음식이라는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똑같은 음식인데도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가짐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을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과 아이들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는 마음으로 차려진 음식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메추라기를 다양한 용도로 애용해 왔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메추라기 고기와 알을 귀한 음식으로 쳐주었고, 송나라 때 청하왕(淸河王)은 메추라기 요리를 다양하게 개발해서 구워 포로 만들거나 죽으로 만들었다. 메추라기는 식용으로 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많이 쓰여졌다. 당(唐)나라 때의 식료학자인 맹선(孟詵)은 메추라기의 효능을 극찬하여 “오장을 보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여 추위와 더위를 견디게 한다” 고 했다. "본초구원(本草求原)"이라는 의서에서는 메추라기가 비위를 보하고 폐를 튼튼하게 만들며 수습(水濕: 몸에 있는 수분이나 습기)을 소변으로 잘 내보내기 때문에 복수(腹水)로 배가 북처럼 커지거나 설사나 이질이 있을 때 좋은 효능이 있다“고 했다. 명(明)나라때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메추라기 고기로 복수를 치료한 의원의 얘기를 적고 있다. 사연인즉 복수때문에 배는 남산만 하고 뼈는 야위어서 장작개비처럼 마른 여자가 있었는데, 잠을 자려고 해도 잘 수 없고 앉으려 해도 앉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옷을 입은 채로 매일 밤 침상에 반쯤 누워서 지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며칠간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 의원은 이 여자가 옛날에 메추라기 고기를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서 메추라기를 삶아 먹이니 갑자기 땀이 비처럼 쏟아지며 화장실로 가서 백색점액을 소변으로 내보낸 후 복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병이 낫더라는 것. 동의보감에서도 메추라기 고기가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오장육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열이 몰린 것을 풀어준다고 적고 있다. 아이들이 이질 설사를 하는데 구워 먹으면 설사를 멎게 한다. 신허요통(신장이 약해서 발생하는 요통)이나 허벅지가 연약하거나 시리고 힘이 없을 때는 메추라기 1마리를 구해서 깃털과 내장을 제거하고 구기자 30g와 두충 9g을 함께 물에 넣어 끓여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큰 병이 있은 후 신체가 허약하고 빈혈로 얼굴이 누렇게 떴을 때도 메추라기를 고아 먹으면 좋다. 지금은 시들하지만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영양가 높고 성인병예방에 좋다고 하여 인기를 끌자 너도 나도 메추라기 사육에 뛰어든 적이 있다. 메추라기 알이 부실한 도시락에 들어가는 바람에 별 볼 일 없는 음식이라는 누명을 쓸 뻔 했지만 부시의 취임식날 메뉴로 들어갈 만큼 우수한 음식이다. (예지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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