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떠나자⑤]평창

  • 등록 2006-09-07 오후 12:20:00

    수정 2006-09-07 오후 12:20:00

[스포츠월드 제공] 소금꽃이 폈다. 아침저녁으로 소슬한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봉평의 들녘에 메밀꽃이 활짝 피어났다. 봉평은 지난 7월의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그러나 계절이 바뀌면서 수해의 상처도 조금씩 아물고 있다. 상처가 아물고 있는 자리에 흐믓한 메밀꽃 물결이 넘실거린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쩌면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이 한 구절로 인해 봉평은 메밀꽃의 고장이 되고 말았다. 어디 봉평뿐이랴. 이효석이 살았던 1930년대의 강원도 산골은 초가을로 접어들면 어디서나 메밀꽃이 지천이었을 것이다.

장돌뱅이들은 이 장 저 장을 돌아다니며 장을 봤을 터다. 장돌뱅이들은 물건만 파는 게 아니다. 이 마을의 소식을 모아 저 마을에 전달하는 ‘소식통’ 노릇도 했다. 장돌뱅이들은 달빛에 콩포기가 푸르게 젖는 밤에는 다음 장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떠돌며 길 위에서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눈이 맞은 처녀와 물레방앗간에서 하룻밤 몰래 사랑도 나눴을 것이다.

효석문화제가 아릿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후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젠 박물관에서나 보고 들을 수 있는 그 옛날의 추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밀꽃이 흐드러진 들판 너머에 물레방아가 있고, 섶다리가 있다. 또 장돌뱅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뻥튀기 장수·대장장이·짚신장수·채소장수·곡물장수가 있는 장터가 재현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충주집’ 같은 주막들에서는 매밀부침개나 묵, 동동주를 판다. 이 모든 것들이 부모 세대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추억들이다.

봉평 가산공원과 먹거리 장터에서 섶다리를 건너면 물레방앗간이다. 소설 속에서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던 곳이다. 그러나 물레방아들은 주변의 음식점에도 지천이다. 물레방앗간 주변에는 원두막이 있는 메밀꽃밭이 있다. 이곳의 메밀밭이 규모가 가장 크다.

메밀꽃의 생육기간은 45일 내외. 이 가운데 꽃이 피어 있는 날은 2주일 정도. 평창군에서는 8월 초에 조금씩 시차를 두어서 메밀을 파종했다. 이에 따라 축제를 전 후로한 20일 정도 메밀꽃을 볼 수 있다. 메밀밭은 물레방앗간 주변과 무이예술촌 입구 등 7만평에 심어졌다.

물레방앗간을 지나면 이효석문학관이다. 주옥같은 글을 남겼던 근대 문인들의 육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효석문학관을 지나면 이효석 생가다. 지붕을 기와로 얹으면서 옛맛이 많이 퇴색됐다.

이효석 생가에서 5분 거리의 무이예술촌은 예술의 문턱을 낮춰 미술과 친해지게 하는 공간이다.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70여점의 조각품은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다. 교실을 개조해 만든 전시실에는 1년 내내 메밀꽃이 활짝 핀 그림이 전시돼 있다. 압화와 도예체험실, 오상욱 조각실을 본 후 기념품 숍에서 ‘메밀꽃 무렵’을 테마로 만든 그림 엽서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효석문화제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흥정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허브나라’다. 이곳 역시 지난 7월의 집중호우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허브 정원을 따라 늘어선 건물의 1층까지 물이 찼다. 허브나라 관계자는 밤잠 설쳐가며 보름 동안 꼬박 복구작업을 벌인 후에야 옛 모습을 찾게 됐다고 했다. 지금 허브나라에는 여전히 허브향이 물씬하다.


●봉평의 '효석문화제'

"넉넉한 옛추억 체험 해봐요"




효석문화제는 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개최된다. 축제가 끝난 후에도 일주일쯤은 메밀꽃을 볼 수 있다. 행사장 주변에는 널뛰기·줄넘기·굴렁쇠 놀이 등 전통민속놀이, 나무다리·섶다리·돌다리 등 물가동네 체험마당·전통 재래장터가 들어섰다.

공연 행사도 다채롭다. 주무대에서는 이효석 작품 낭독·시로 만든 노래 공연 등이 열린다. 또 봉평지역의 소리를 발굴해 들려주는 ‘쑥버덩소리’를 비롯해 퓨전국악, 취타대 공연 등이 매일 이어진다. 덕거연극인촌에서는 8일과 9일 수재의연금 마련을 위한 무료 공연 ‘봉평 달빛극장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유인촌 김미화 정용실 허니밴드가 출연하며 판소리와 클래식도 들을 수 있다.

한화 휘닉스파크는 축제기간 동안 ‘아버지와 아들’ 이벤트를 벌인다. 3대가 함께 방문하면 노래방 이용료 50% 할인, 메밀묵 만들기(1가족 2만원) 50% 할인혜택을 준다. 또 사전신청자에 한해 웰컴파티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해 준다. 또 요가·요술풍선 만들기·스파볼 만들기(토)·허브 비누 만들기(일)·키즈 클럽 등 다양한 PO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033)334-6100

봉평에서는 평창의 다양한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먹거리장터를 비롯해 식당에서는 메밀전·메밀막국수·메밀묵·곤드레나물밥·송어회 등을 먹을 수 있다. 메밀막국수는 진미식당(033-335-0242)이 20년 이상된 손맛을 보여준다. 이효석문학관 맞은 편에 있는 쌍둥이네 가벼슬(033-336-0609)은 곤드레나물밥과 메밀전(사진)을 잘 한다.

서울에서 봉평까지는 2시간30분 거리.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봉평IC로 나오면 축제장까지는 10분 거리다. 무이예술촌과 한화 휘닉스파크, 허브나라, 덕거연극촌 등이 축제장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권혁승 평창군수 인터뷰

골짜기란 골짜기는 모두 산사태


평창군은 강원도 인제군과 함께 지난 7월의 집중호우 최대 피해지역이었다. 평창지역에는 4일간 연간 강수량의 70%에 해당하는 비가 내렸다. 피해는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집중됐다. 용평리조트가 있는 도암면을 비롯해 진부면·용평면·봉평면에 폭우 전선이 형성되면서 많게는 시간당 82㎜가 내렸다.

수해가 난지 달포가 지난 지금은 주요 도로 등 기반시설은 모두 응급복구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토사에 파묻혀 지붕만 보이는 집들도 남아 있다. 평창군청에서 만난 권혁승(사진) 평창군수는 내년 2월에 진행될 동계올림픽 실사 전까지는 최대한 복구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25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크고 작은 재해를 많이 겪었지만 이번처럼 무섭고 엄청난 재해는 처음입니다. 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산사태가 난 곳이 3000여개가 넘습니다. 8부 능선 이상의 골짜기란 골짜기에는 모두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권 군수에 따르면 평창군이 입은 피해는 4700여억원. 복구에는 88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그나마 복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덕택이 컸다. 권 군수에 따르면 20여일 동안 군인과 경찰 1700명을 포함해 매일 6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연인원 15만명이 수해복구활동을 도왔다.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궂은 일도 마다않고 달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힘을 얻었습니다. 특히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몇 해 동안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무주군에서 군수를 포함한 350여명의 공무원들이 자원봉사를 왔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권 군수는 내년 2월에 실시되는 2014평창동계올림픽 실사 전까지는 완벽하게 복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많은 국민들이 이번 수해가 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 놓으셔도 됩니다. 이미 많은 부분은 복구가 되었고, 슬로프나 리조트 등 올림픽 관련 시설들은 늦어도 10월말에는 복구가 끝날 것입니다. 이번 수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평창이 ‘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리도록 항구적인 복구를 벌일 것입니다.”

권 군수는 “평창은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해피700’의 고장”이라며 “청정한 자연과 따뜻한 인정이 숨쉬는 평창으로 여행와 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평창=김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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