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업계에서는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가 없고 ‘일회용품’에 대한 정의를 통해서만 규제하는 탓에 구체적인 감축 전략과 규제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술개발 지원에 앞서 플라스틱 전 주기에 대한 규제를 먼저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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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와 장용철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발간한 ‘2023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발생량 대비 재활용량 비율)은 약 73%로 나타났다. EU에서 발표한 2018년 플라스틱 재활용률 32.5%와 비교해보면 높은 수치로 보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와 EU가 정의하는 재활용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EU는 플라스틱의 물성을 변화시키지 않고 재사용하거나 가공해 이용하는 ‘물질 재활용’만 재활용으로 간주한다. 물질 재활용은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선별해 폐플라스틱 조각(펠렛)으로 만들고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고 투자비용도 저렴하지만 품질이 기존 제품 대비 떨어지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다.
EU 기준에 따라 플라스틱의 물질 재활용률을 다시 계산하면 우리나라 재활용률은 크게 떨어진다. 2017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의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 22.7%다. 그중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 물질 재활용률은 약 1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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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국내 규제가 글로벌 기준에 크게 뒤처져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비닐·음식 용기·면봉·음료 컵·면봉 등 10개 품목 판매를 금지했다. 같은 해 1월부터 EU 회원국 국가별로 자국 포장재 플라스틱 발생량에서 재활용에 사용된 플라스틱을 제외한 나머지 폐기물에 1kg당 0.8유로를 EU에 납부하는 제도인 플라스틱세도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 직전 6개월 유예하고 전국 대상에서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했다.
정부에서 세운 재생원료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이 단일소재 생산을 늘릴 정책적 요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재활용등급제를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분담금과 연동해 포장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성 제고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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