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의 월가 키워드)Nifty Stocks

  • 등록 2003-12-05 오후 12:22:38

    수정 2003-12-05 오후 12:22:38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일단 이 주식을 사고 나면 팔 수가 없다. 더 좋은 주식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 지위가 너무나 확고해 경제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일정한 배당을 보장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상은 이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단지 주식을 사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된다." 꿈의 주식이 아닌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월가를 뒤흔든 이른바 `Nifty Fifty`, 1990년대 IT 버블기를 주름잡던 닷컴주들이 이런 취급을 받았다. 지나고 보면 거품이고, 과대 평가된 것인지만,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그 시대의 `최고 인기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월가는 헐리우드가 그런 것처럼 늘 `스타 기업`을 찾아낸다. 3년간의 침체를 끝내고 2003년 뉴욕 주식시장은 눈부신 랠리를 벌였다. 다우는 다시 한 번 1만선을 바라보고 있고, 나스닥도 2000선 고지가 눈앞이다. 지금 월가가 꿈꾸는 `Nifty Stock`은 무엇일까. ◇Nifty Fifty Nifty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멋진, 재치있는, 매력적인 계집애" 등의 뜻이 나온다. `Nifty Fifty`하면 `-fty`가 반복되면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우리말로는 `멋쟁이 50선` 쯤 될까. Nifty Fifty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초반까지 월가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대형주 50개를 일컫는 말이다. 그 당시 최고의 `Blue Chip`인 셈이다. 그러나 Nifty Fifty의 운명을 알고 나면, 이 말 속에 묻어있는 아쉬움,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Nifty Fifty는 One-decision Stocks라고도 불렸다. 주식을 놓고 투자자들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사거나, 팔거나 양방향이다. Nifty Fifty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선택 밖에 없었다. `Buy and Hold`다. 그만큼 완벽한 주식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1972년 키더 피바디 증권이 매달 PER가 높은 고성장 블루칩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Nifty Fifty는 시장이 어떤 폭풍에 휘말리더라도 견뎌낼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어주는 기업으로 여겨졌다. 이들 주식은 보통 PER 46에서 92배의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원년 맴버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로는 GE, 월마트, 휴렛팩커드, 엘리릴리 등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Nifty Fifty는 엄청나게 고평가된 기업들이다. 존슨앤존슨을 보면 당시 PER가 61.9배였는데 현재는 20배에 불과하다. Nifty Fifty가 이처럼 고평가된 상태에서 거래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린스펀의 말대로 비이성적인 활력(irrational exuberance)이 당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인기`의 속성이 바로 `비이성`이니까. 어쨌든 Nifty Fifty는 당초의 의미가 무색하게 경기침체기를 맞아 버블이 깨지면서 급락을 거듭하게 된다. Nifty Fifty는 월가가 발굴해낸 스타였지만, 스타의 몰락은 처참했다. 70년대 내내 Nifty Fifty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소형주들이 시장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Nifty Fifty 소속의 몇몇 기업들은 퇴물 취급을 받았다. 폴라로이드, 제록스 등이 대표적이다. 왕년의 스타들은 잊혀진 존재가 됐다. ◇Widows and Orphan Stocks Nifty Fifty와 비슷한 개념으로 Widows and Orphan Stock이라는 것이 있었다. `과부와 고아들이 생계를 위해 사도 좋을 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Widows and Orphan Stock도 블루칩이다. 그 시대 누구나 알고 있는 주식이고, 시장 점유율을 따라올 상대가 없다. 배당도 높다. 전기, 가스 등 유틸리티 주식들이 이에 속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보조를 받으면서 독점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고, 당연히 배당도 높았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고, 매년 배당도 높게 해주니, 과부나 고아가 투자하기에 딱 알맞는 주식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는데 기업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 가정이었다. 기업은 생명체다. 환경이 바뀌면 생명체는 이에 적응해야한다. 한 때는 Widows and Orphan Stock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은 독점적 지위를 잃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AT&T가 있다. 1970년대 미국 정부는 AT&T를 몇 개의 지역전화 회사(Baby Bells)로 강제 분할시켰다. 통신시장의 독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에 더 이상 절대 강자는 없다. 오늘날 `과부`와 `고아`는 전혀 새로운 의미가 됐다. Nifty Fifty류의 주식들은 기관 투자자들을 위한 주식이다. 대형주로서 가격도 비쌌다. 시장은 점점 더 힘있고, 강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굴러갔다. 개인 투자자들은 남편을 잃은 과부 취급을 받고 있다. 아무도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분석 보고서를 내는 기업들도 대형주와 일부 인기주에 국한돼 있다. 정말 알짜 기업이지만, 중소형주여서 기관 투자자들의 눈에 차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 투자자들에게 마음껏 회사 자랑을 하고 싶어도 중소형주들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 월가가 버린 고아들인 셈이다. Widows and Orphan Stock은 스타 시스템에서 `소외된 주식`이라는 뜻이 됐다. ◇Nifty Multinationals 최근 월가에는 새로운 논쟁의 싹이 자라나고 있다. 3년만에 찾아온 랠리가 반갑기는 한데, 랠리의 질을 놓고 말들이 많다. 불황이 끝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한데, 올라서는 안될(?) 기업까지 날개를 달고 있다는 비판이다. 90년대 닷컴 버블의 참담함을 기억하는 월가로서는 당연한 우려다.모건스탠리의 미국 시장 스트레티지스트인 스티브 갈브레이스는 이를 `flight to garbage`라고 불렀다. 시장이 상승하면서 제때 주식을 사들이지 못한 투자자들이 쓰레기같은 주식을 주워담고 있다는 것. 갈브레이스는 그러면서 나름대로 투자 대안을 제시했는데 그것이 `Nifty Multinationals`다. 갈브레이스의 제안은 월가의 스타 찾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갈브레이스는 같은 회사 동료인 스티븐 로치의 펀더멘털 분석을 배경으로 시의 적절한 투자전략을 내놨다. 스티븐 로치는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미국 경기가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그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유는 로치가 지적한 `글로벌 불균형`이 시장의 고민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중심 경제의 취약성과 달러 약세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데 달러는 연일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로치는 그 이유를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계가 미국만 바라보고 수출로 자국 경제를 이끌어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미국도 자기 살길을 찾아 `약한 달러`를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갈브레이스는 세계 경제가 불균형에서 벗어나 균형을 찾아 나갈 때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인지를 고민했다. 첫째, 과거 5년간 글로벌 이코노미는 거의 100% 미국에 의존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성장의 동력은 미국에서 미국 밖으로 이동할 것이다. 둘째, 약한 달러는 미국과 세계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내는 유일한 처방이다. 달러 약세는 수출 기업과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영업하는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환율 효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서 이런 기업들의 주가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곤 한다. 셋째, 비용 측면에서 보자. 글로발 아웃소싱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이미 해외에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면 다른 기업보다 훨씬 유리하지 않은가. 넷째, 소비자중심주의(consumerism)는 글로발리제이션(globalization)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베이징에 가보라. 전세계 유명 브랜드를 모조리 볼 수 있다. 뉴욕에서 유행하는 모자가 파리에서도, 도쿄에서도, 베이징에서도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다섯째, 지난 몇년간 중소형 기술주가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었다. 글로발리제이션이 계속되고 성장의 동력이 미국 밖으로 옮겨지게 되면 자본력과 세계 시장 공략 경험이 풍부한 대형주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다. 이 다섯 가지 항목에 알맞는 기업군은 무엇일까. 갈브레이스의 답은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stocks)이다. 갈브레이스는 미국 주식시장 전담 스트레티지스트다. 미국 시장 밖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릴 수 없는 투자자들에게 다국적 기업을 사보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시장의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일까. 큰 것(Nifty Fifty)이 아름다운 시절이 끝나자, 작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dotcom)이 인기를 끌었고, 이제는 다시 전지구를 상대로 장사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에 눈을 돌리라고 한다. 올 겨울 뉴욕 패션의 키워드는 `복고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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